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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사막에서 꽃 핀 말과 인간의 사랑

■ 자유로의 질주

아이에게 권할 만한 영화로 흔히 어린이가 주인공인 코미디물, 동물이 나오는 영화, 애니메이션을 꼽는다.

그러나 어른을 골리는 악동의 활약을 그린 <나홀로 집에>나, 점박이 개들이 집단으로 나오는 <102마리 달마시안>, 주둥이 큰 닭들의 탈출을 그린 찰흙 애니메이션 <치킨 런>이 과연 아이들에게 결 고운 정서를 불어넣어줄 영화로 권할 만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하루가 다르게 영화의 내용과 기법이 변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안일한 선정이 아닌가 한다.

최근 비디오 출시작 중에서 아이와 함께 보며 인간과 동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줄 영화로 <자유로의 질주:Running Free>(12세 관람가, 콜럼비아)를 첫손 꼽을 수 있겠다.

감독 세르게이 보도로프는 1996년 작인 <코카서스의 죄수>로 우리에게 처음 이름을 알린 러시아 감독. 적군의 포로가 된 아들을 둔 아버지와 그 아버지에게 포로로 잡힌 아들 또래의 적군 병사를 통해 전쟁의 아이러니, 상흔을 되새길 기회를 준 진지한 영화였다.

1999년 작인 <자유로의 질주>에서 보도로프 감독은 러시아의 현실 문제를 벗어나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유에의 의지를 그리고 있다.

미국의 아역 출신 배우 루카스 하스의 나레이션으로 1914년의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소년과 갈색말의 우정을 회고한다.

구리 채굴을 위해 함부르크항을 떠나 남아프리카로 끌려가는 말들. 하얀 말 카테파(그레이 마레)는 대서양 한복판에서 예쁜 갈색 말 루키(니샤)를 낳는다. 어디로, 왜 끌려가는지도 모른 채 배에 실린 불안한 말의 신세이지만 루키는 배 밑창에서 일어서기를 배운다.

안개 낀 찬 바다에서 채찍질을 당하며 하선하다 어미를 잃은 루키는 사막을 달리는 좁은 기차칸에서 어미를 부르며 구슬프게 운다. 더위에 지쳐 쓰러진 루키는 고아 소년 리차드(체이스 무어)의 눈에 띄어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는다.

루키는 밤새도록 혹사당하는 광산 인부와 말을 보며 부당한 일은 마굿간 안에서만 일어나는게 아니란 사실을 깨닫고 "난 구속당하지 않으리라. 자유로운 자연의 말로 태어났으니까"라고 결심한다.

마침내 우려했던 전쟁이 발발하자 사람들은 그동안의 터전을 버리고 철수한다. 리차드는 루키와 헤어지지 않겠다고 울부짖지만 기차에 실려 멀리멀리 사라진다. 이때부터 어린 루키는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아갈 장소, 나아가 모든 말과 함께 할 수 있는 터전을 찾기위해 사막을 여행한다.

성장한 루키(알라딘)와 청년이 된 리차드의 만남, 가슴이 뭉클해지는 순간이다. 어린 소년으로만 기억하고 있는 리차드의 달라진 모습을 알아보지 못하는 루키는 리차드의 휘파람 소리와 부드러운 손길에 그동안의 세월을 실감하게 된다.

자식과 많은 말을 거느린 지도자가 된 루키의 늠름한 모습을 보며 리차드는 결심한다. "너희의 보금자리를 영원히 비밀로 간직할게.."

자유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던 갈색 말 루키의 성장과 자립, 그런 루키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돌보아준 고아 소년의 오랜 인연을 담담하게 그린 건강한 영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접고나면 아프리카 사막을 떼지어 달리는 말들의 힘찬 발굽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누구든 아프리카 사막에서 말을 만나게 된다면 그들의 안식처를 영원히 함구하고 싶어질 것이다.

제작과 원안에 참여한 이는 어린 곰의 성장을 그린 <베어>의 감독 장 자크 아누. 영화에 출연한 수많은 말의 이름을 일일이 밝힐 정도로 인간적인 대접을 해주고 있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1/0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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