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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현의 세상엿보기] 멀티플렉스와 관객의 분산

불과 몇 년전만 해도 그곳은 영화상영의 메카였다. 대형 단일관이었던 때 그곳이 아니면 화제작이나 명화를 볼 수 없었다. 서울 변두리는 재개봉관 뿐이었다. 그곳에서 상영이 끝나야 그 영화를 다시 걸 수 있었다. 모든 영화들이 그곳에서 상영되길 간절히 바랐다.

그곳의 권력도 점점 강해졌다. 그곳 몇 개 극장들이 담합하면 아무리 '날고 긴다'는 영화도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직배사 영화까지 그곳에서는 고개를 숙였다. 복합관으로 바뀌고도 그 기세는 여전했다. 관객이 몰리니 돈이 몰리고, 돈이 있으니 가장 빠르고 좋은 시설로 탈바꿈했다.

물론 지리적인 유리함도 있었다. 이른바 종로 중구 일대 극장가. 서울극장, 피카디리, 단성사가 있고 종로 2가쪽으로 오면 허리우드와 시네코아, 코아아트홀 중앙시네마가 있고 좀 깊숙히 들어가면 명보극장이 있다.

"영화는 종로에서" 라는 말은 아직도 유효하다. 여전히 그곳에는 모든 영화들이 몰리고, 관객이 찾고, 흥행의 잣대가 된다. 때론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타야 하는 불편함에도,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몇 시간을 소비하는 속상함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찾을 수 밖에 없다.

그곳에 가야 보고싶은 영화가 다양하게 있으니까. 그러다 보니 이따금 극장들은 관객에 대한 서비스 보다는 "보기 싫으면 말아라"는 식의 배짱도 내밀었고, 영화상영을 두고 뒷거래에 관한 소문도 무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실시한 영화진흥위원회의 관객조사를 보면 많이 달라졌다. 아직도 그곳이 서울 전체관객의 28.4%를 차지하고 있어 가장 많지만, 1999년 조사 때의 47.2%에 비해서 엄청나게(18.8%) 줄었다. 그곳의 인구비율 27.9%와 비슷해졌다.

반면 다른 곳은 모두 늘어났다. 신촌이 5.9%에서 8.7%, 강남이 17%에서 24.6%, 강(남)서가 3%에서 9.2%, 강북동이 2.5%에서 6.5%로 바뀌었다. 일산과 분당도 2.4%와 3.4%나 됐다.

재미있는 것은 관객 점유율이 인구비율과 비슷하다는 것. 강남만이 인구비율(19.8%)에 비해 관객이 많은 편이다.

이제는 많은 관객이 거주지 부근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이다. 이는 '거주지 주변에서 영화를 본다' 는 응답이 강남구 88.2%, 강동구 81.5%, 서초구 76.9%, 송파구 65.5% 등 분당과 일산을 제외하고는 모두 60%가 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멀티플렉스 덕분이다. 지난 한해 동안 무려 45개 상영관(스크린)이 늘어났다. 좋은 시설에, 서비스도 좋고, 보고 싶은 영화가 가까이 있는데 굳이 그곳(종로 중구)까지 갈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강남에 관객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도 2년 사이에 17개 상영관을 갖춘 동양 최대 멀티플렉스인 메가박스, 센트럴6, 주공공이 등 최첨단 복합관이 생겼기 때문이다. 분당과 일산 역시 마찬가지다.

메가박스가 입장료를 7,000원으로 올려도 기꺼이 그곳을 찾는다. 그래도 먼 종로로 가는 것보다는 이익이니까.

결국은 좋은 시설, 공간이 자연스럽게 관객 분산을 유도한 셈이다. 도시 분산화, 대도시 인구집중방지라는 것도 별 것 아니다. 균형있는 개발만 하면 절로 이뤄진다.

이대현 문화부 차장 leedh@hk.co.kr

입력시간 2001/01/09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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