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주가 급등 불구 '왠지 불안'

전례없이 강한 어조로 '힘의 정치'를 강조한 김대중 대통령의 말에 증시도 깜짝 놀란 듯하다.

산업구조의 펀터멘털 약화에 대한 우려가 높고 국내외 유수기관이 잇달아 올 경제성장률의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데도 증시는 570선대의 두터운 매물벽을 뚫고 600선 고지를 훌쩍 넘어섰다.

낙폭 과대 및 미 금리 인하에 따른 세계적 유동성 확대에 힘입은 외국인의 무차별 매수세, 증시 주변 대기성 부동자금의 대규모 유입 등으로 유동성 장세가 펼쳐진 까닭이다.


개인투자자 '폭탄돌리기 게임' 위험성 경계해야

하지만 보물선ㆍ금광 발견설 등 '노다지 신드롬'처럼 최근의 주가 급반전은 기업 실적이나 수익성과 무관한 머니게임의 성격이 짙어 왠지 불안하다.

한때 "호재는 소 닭보듯 하고, 악재에는 손만 대면 톡하고 터질 듯 한다"는 식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던 양상이 반전돼 웬만한 악재에는 모두 눈을 감는 형국이다.

뉴욕 증시의 흐름을 주시하며 단기과열을 우려하던 애널리스트들도 추세전환 움직임을 분주하게 뒤쫓으며 "현재의 유동성만으로 680선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주가는 주가만이 안다"는 격언이 실감나는 요즘, 개인 투자자들은 '폭탄 돌리기'게임의 위험성을 항상 경계해야 한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청문회에 이어 16일부터 시작된 국회 공적자금 청문회가 20일까지 계속된다. 안기부 선거자금 지원 파문으로 여야가 죽기살기식 싸움을 벌이고 있는 바람에 정작 국민의 지갑과 관련된 이 청문회가 큰 주목을 받지못하고 있으나 그 의미는 예산심의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

모두 150조원에 이르는 공적자금을 4인 가족 기준으로 가구당 평균 부담액으로 나누면 약 1,300만원. 사실상 세금이나 다름없는 이 돈을 부실은행 경영진과 부실 기업주들이 공돈처럼 여겨온 것은 물론 감독당국의 관리도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대표없는 세금없다"는 헌법정신에 따라 천문학적인 이 자금의 조성ㆍ사용ㆍ관리를 견제하고 관련자들의 분명한 책임을 추궁할 곳은 역시 국회뿐이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5%대로 하락하자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은행들이 마침내 회사채시장으로 눈을 돌릴 조짐이다.

국공채와 극소수 초우량 기업의 회사채가 아니면 눈길도 주지않던 은행들의 태도 변화는 산업은행을 통한 회사채 신속인수 제도와 함께 기업들에게 작은 설 선물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현대전자 등의 예에서 보듯 "수술할 환자를 먼저 살려놓고 보자"는 정부의 편법적 자금시장 안정대책에 편승, 일부 기업은 가산금리 인하 등 반시장적인 조건을 노골적으로 내놓으며 강짜를 부리는 사례가 적잖아 금융당국의 엄한 채찍이 요구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17일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하루 150만 배럴 이상의 감산 결정이 확실시돼 국제유가가 또다시 들먹거리고 있다. 두바이산 기준 24~25달러선으로 예상해 짜놓은 올 경제운용계획도 당연히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지난해 원재료 가격 상승률이 198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해 수출전선뿐 아니라 올 물가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7대 불황 과잉투자 업종 구조조정 향배에 주목

정부가 철강(전기로)ㆍ석유화학ㆍ화학섬유ㆍ면방ㆍ시멘트ㆍ제지ㆍ농기계 등 7대 불황ㆍ과잉투자 업종의 자율구조조정을 언급하고 전경련 회장단이 화답해 이들 업종의 빅딜 향배가 주목된다.

신국환 산업자원부 장관은 "빅딜이란 용어는 관치냄새가 풍기므로 업체가 스스로 경쟁력을 키운다는 의미의 '시너지딜'로 이해해달라"고 했지만 업체간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가 정부의 지도없이 해결될 것 같지않다.

실제 정부가 설비이전, 혹은 합병할 경우 세제 및 금융 혜택을 준다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해당업체들은 시큰둥한 반응이어서 1998년 1차 빅딜 때의 혼선과 실패를 되풀이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론 현대석유화학ㆍSK㈜ㆍLG화학간의 합성수지사업 통합과 효성ㆍ코오롱ㆍSK케미컬 등 3사의 새한 원사부문 인수정도가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상태다.

20일 미국의 부시 정권이 공식 출범하게 되면 한ㆍ미관계, 특히 통상관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백악관 비서실장인 앤드루 카드가 자동차시장 개방 등에 대한 강경파로 알려져 있어 세심한 대처가 필요하다.

15년만에 맞은 엄동설한이 조금씩 풀리고 있지만 체감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세계 경제성장의 기관차인 미국의 상반기 성장이 마이너스로 반전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와 투자ㆍ소비ㆍ생산 등 거시지표가 날로 악화되는 우리 경제의 주름살을 한층 깊게 한다. 물가에 대한 우려도 높다.

정부는 금주중 실업 및 물가대책회의를 열지만 코미디 같은 정치놀음이 경제의 뒷덜미를 잡고 있고 임박한 개각으로 관직사회도 술렁이고 있으니 면피성 대책 외에 별로 작품이 나올 것 같지도 않다.

이유식 경제부 차장

입력시간 2001/01/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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