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부시에 신의 은총을…"

"새 대통령에 신의 은총을."

앨 고어 부통령은 1월 6일 미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 후보를 제43대 대통령으로 공식 선언했다.

고어는 이날 헌법에 따라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 개표결과를 공식 인증하는 마지막 헌법 절차를 상원의장 자격으로 주재했다.

지난해 11월7일 대선 이후 미 정국을 소용돌이 속에 몰았던 35일간의 개표논쟁을 스스로 마무리 지은 것이다. 언론들은 이를 고어의 '아름다운 퇴장'이라고 불렀다

물론 회의는 치열했던 대선 논란 만큼이나 혼란스러웠다. "이의 있습니다(Objection!)" 플로리다주에 대한 인증이 시작되자 예상했던 대로 민주당 흑인 의원들은 투표기계 결함 등의 문제를 다시 끄집어 냈기 때문.

고어는 "상원의원의 서명을 받았습니까"라고 물었다. 상ㆍ하의원 최소 1명 이상인 이의 신청 조건을 확인한 것이다. 흑인 의원들은 "불행히도 없습니다"라며 불만스런 표정으로 연단을 내려갔다.

이의 신청은 20회나 계속됐다. 그때 마다 고어는 유머를 섞어가며 받아들이지 않는 여유를 보였다. 화가 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우르르 본회의장을 나가버렸다.

고어는 지난 1960년 대선 때 자신과 똑 같은 입장에서 케네디 승리를 선언해야 했던 당시 닉슨 부통령을 떠올렸다.

미국 대통령 선거 사상 112년만에 전국민 득표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배한 뒤 헌법에 따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이를 인증하는 비운의 후보로 기록된 고어가 닉슨 처럼 다음 번 선거에서 '제 몫'을 찾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동준 국제부 기자

입력시간 2001/01/17 09:50


이동준 국제부 dj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