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30년만에 다시 듣는 "색시야"

■ 여로

불황기에는 슬픈 얘기가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양이다. 최근 선보이는 작품 중에는 영화도 그렇고, 연극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것이 많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이 가는 작품을 꼽으라면 역시 '여로'(이남섭 작/김창래 연출)다.

1972년 TV 드라마로 만들어져 안방 극장의 시청자를 울렸던 '여로'가 이번에는 연극으로 다시 만들어져 관객을 만난다. 150분의 다소 긴 작품이다.

극단 세령의 창단 공연작인 '여로'는 40대 이상이라면 누구나 익히 알고 있을 법한, 당시의 '국민 드라마'였다. 장욱제가 분한 바보 영구는 당시 어린이들이 가장 즐겨 흉내냈던 캐릭터였고 비운의 여주인공 분이(태현실 분)는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이 너나 없이 감정이입을 했던 대상이었다. 또 못된 시어머니 역의 박주아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시청자의 공분을 자아냈다.

'여로'는 전형적인 시대 비극이다. 1942년부터 1962년까지를 배경으로 해 가난 때문에 여주 유지인 최주사의 아들 영구의 짝으로 팔려온 술집 작부 출신의 분이가 겪는 고생담이 줄거리다. 분이는 비록 머리가 모자라지만 남편에게 온갖 정성을 다하려 하고 영구도 분이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분이는 영구의 계모인 윤씨와 그의 딸 영숙, 그리고 윤씨의 사주를 받은 달중으로부터 갖은 수난을 당한다. 아들 기웅을 낳고 행복한 시간도 잠깐, 분이는 술집에서 일했다는 사실이 탄로나 남편, 아들과 생이별을 당한다.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분이와 영구는 피난지 부산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나 우여곡절 끝에 다시 헤어진다. 소년이 된 아들은 분이를 알아보지 못한다. 또 10년이 흐르고 국밥장사를 해서 모은 돈을 사회에 환원한 분이의 미담 기사가 신문에 실려 마침내 대전역 대합실에서 온가족이 눈물의 상봉을 한다. 분이가 사놓은 옛날 최주사의 집으로 가는 마지막만은 해피엔딩이다.

연극 '여로'는 당시 방송되었던 일일 드라마의 내용 중 핵심 에피소드만을 추리되 요즘 감각에 맞게 내용을 보강했다. 각색자인 김영호씨는 "사필귀정, 인과응보의 한국적 정서를 강조하면서 폭넓은 인간의 이해를 부각시킴으로써 원작의 의미를 더욱 강조했다.

동시에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삭제해 향기는 지니되 색깔을 달리한 새 작품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또 극중 요소요소에 노래와 음악을 삽입해 극의 분위기를 살린 것도 특징이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뭐니뭐니 해도 그때의 그 주인공들이 30여년 만에 다시 손발을 맞춘다는 점. 장욱제는 여전히 영구를 맡아 이후 그의 연기를 사실상 규정지은 바보 연기를 선보인다. 태현실은, 비록 젊은 분이는 귀순 여배우 김혜영에게 양보했지만 중년 이후의 분이로 다시 나온다.

또 젊은 나이에 시어머니 역을 맡았던 박주아는 비로소 나이에 맞는 시어머니 역을 하게 되었다. 분이를 돕는 상준도 그때의 그 최정훈이다. 이밖에 영숙 역의 방은희를 비롯, 남포동 오영수 손호균 김진만 등 낯익은 얼굴이 가세한다. 주역 배우들이 30년이라는 세월을 어떻게 뛰어넘어 관객과의 교감을 이루어낼지 관심거리다.

공연은 2월2일부터 11일까지(오후 3시/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문의전화는 (02)3675-0959.

[영화]



ㆍ번지점프를 하다

이병헌, 이은주 주연의 멜로 영화. 제작사의 말로는 퓨전 멜로 블록버스터다. 27억원의 제작비는 멜로물로서는 상당한 액수다. 해외 촬영과 컴퓨터 그래픽 등에 많은 돈이 들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스토리와 미스터리적 구성, 마지막 반전 등으로 멜로 영화의 도식에서 과감하게 벗어났다.

반면 주제는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 어디에 어떤 모습으로 있든지 사랑하게 된다는, 멜로의 정형이다. '서편제' 이후 임권택 감독 밑에서 10여년 동안 조감독을 한 김대승 감독의 데뷔작이다. 2월3일 개봉.

ㆍ러브 앤드 섹스

2000년 선댄스 영화제 공식 초청작. 누구나 경험하는 남녀관계의 양극, 사랑과 현실을 소재로 한 로맨틱 코미디다. 수없는 실패 끝에 겨우 자신을 이해하는 남자를 만난 여성지 기자 모니크.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가 느슨해지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던 남자로부터 이별을 결별 제의를 받는다. 헤어지자마자 사랑을 실감한 두 사람은 이후 끝없는 경쟁과 신경전으로 피곤해진다. 발레리 브라이먼 감독의 4년에 걸친 실제 연애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팜케 잰슨, 존 파브로 주연. 2월3일 개봉.

[음악회]



ㆍ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스페인과 아프리카, 그리고 원주민 문화가 뒤섞여 있는 쿠바는 음악 역시 아프리카 전통 타악기들과 유럽의 클래식 악기들이 혼용되는 '아프로-쿠반'이라는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다.

1996년 데뷔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아프로-쿠반에 맘보 볼레로 라틴 재즈 등을 가미한 쿠바의 대표적 그룹. 5명 모두 50대~90대의 노장들로 대부분 혁명 이전의 하바나 클럽가에서 활동했다. 고단한 삶에도 여유와 낙천적 감각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음악이다. 2월5일, 6일 오후8시 LG 아트 센터. (02)2005-0114

ㆍ무지카 안티쿠아 쾰른

라인하르트 괴벨이 지휘하는 독일의 10인조 바로크 음악 전문 앙상블 무지카 안티쿠아 쾰른이 2월3일 LG 아트홀에서 내한 연주회를 갖는다.

'바흐와 그 양식'을 주제로 오후4시/7시 공연이 전부 다른 곡들로 짜여져 이색적이다. 1회 공연에서는 륄리 텔레만 슈트리커 마르셀로 콘티 등 바흐와 동세대 작곡가들의 곡이, 2회 공연에서는 18번 42번 182번 199번 202번 등 바흐의 칸타타를 연주한다. 매곡마다 괴벨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02)2005-0114

[국악]



ㆍ휘영청 대보름날의 달맞이

2월7일 정월 대보름을 맞아 오후 7시 국립국악원 예악당과 광장에서 달맞이 놀이가 벌어진다. 달놀이 마당과 달맞이 마당으로 나뉘어 1부에서는 강강술래, 김수연의 판소리 흥보가,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설북춤,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가야금 합주, 민요명창 김영임과 인간문화재 이춘희가 함께 꾸미는 서울굿-대감놀이 등이 선보인다.

2부에서는 남기문의 비나리를 비롯, 관객이 참여하는 남도 민요 부르기, 풍물놀이, 달집 태우기, 월무 놀이 등이 마련된다. (02)580-3300

[전시회]



ㆍ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전

인류 최초의 문명 발상지로 알려진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고대 유물이 2월13일까지 예술의 전당 미술관 2층에서 전시되고 있다. 쐐기 문자를 사용했던 수메르인의 점토판, 함무라비 법전의 조문이 새겨진 기원전 1770년 경의 흙벽돌, 기원전 24세기 악카드 왕조 시대의 원통형 인장 등을 볼 수 있다. 각 유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무선 헤드폰도 마련되어 있다. (02) 587-0311

[연극]



ㆍ섬

연극과 영화, TV를 가리지 않고 희곡 집필과 연극 연출, 시나리오 작업 등을 해온 김상수가 1992년도 작품인 섬을 다시 무대에 올린다. 인간 사이의 의사소통 부재와 진정한 의사소통의 방법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과거의 어느 낙도를 배경으로 해 한 처녀가 임신하고 고기잡이를 떠난 섬 남자들이 풍랑을 만나 일곱명이 숨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결국 섬 사람들은 처녀를 무인도로 쫓아버리는데.. 김광덕 김성미 이정화 이윤성 등 출연. 2월1일부터 9일까지 오후4시/7시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 (02)2274- 3507

[비디오]



ㆍ웰컴 미스터 맥도널드

일본에서 흥행과 비평, 모두 대성공을 거두었던 미타니 코키 감독의 코미디. 생방송 라디오 드라마를 제작하는 스튜디오 만을 공간으로 해 닳고닳은 방송국 사람과 순진한 초보작가가 생방송 도중 벌이는 해프닝을 구식 코미디 스타일로 그려냈다.

오랜만에 폭소를 터뜨리게 할 뿐 아니라 직설적인 설명없이도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작품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대단히 잘 된 작품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놓친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다. 스즈키 교카, 가라사와 도시야키 주연. 2월5일 출시 예정.

ㆍ이온 플럭스2

한국계 미국인 감독인 피터 정의 성인 애니메이션 시리즈 두번째 작품. 시나리오, 그림, 연출까지 모두 그가 도맡아 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캐릭터의 내면 표현에 중점을 둔 독특한 비주얼과 상상력이 돋보인다는 평.

주제 역시 미래사회에서의 전체주의와 개인주의의 대립, 인간의 성적 본능 등으로 전편의 맥을 잇는다. 모두 세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주인공 이온과 트레버 일당 간의 쫓고 쫓기는 다툼을 기본축으로 여러 등장인물과의 관계가 때로는 액션물처럼, 때로는 미스터리처럼 그려진다. 2월5일 출시 예정.

ㆍ더 셀

가수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제니퍼 로페즈를 내세운 미스터리 스릴러. 스릴러의 단골 설정 중 하나인 연쇄 살인범이 나오고 그를 추적하는 FBI 요원이 미모의 심리학자를 만나 도움을 얻게 된다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다. 물론 범인을 추적하던 여자 주인공은 영화의 절정부에서 위기에 처한다.

미지의 범인을 찾아나가는 대신 처음부터 범인을 공개하고 그를 쫓는다는 것이 다른 연쇄살인물과 다른 점이다. 별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유용한 작품이다. 2월5일 출시 예정.

입력시간 2001/01/30 19:27


주간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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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회 』



◆ 중국 6세대 감독 로우 예의 '수쥬'

한때 장이모우나 첸 카이거 같은 중국 감독들은 지극히 중국적인 소재, 그리고 정치 사회 역사 중심의 이야기로 서양의 비평가들로부터 '5세대 감독'이라는 별명과 함께 많은 찬사를 받았다. 중국의 젊은 감독 로우 예는 이른바 6세대 감독의 대표주자다.

북경 아카데미 출신을 일컫는 6세대 감독들은 개인과 현재에 초점을 맞춘다.

'수쥬'는 그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끝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는 1인칭 화자, 움직임이 많은 카메라, 1990년대의 상하이, 가짜와 진짜의 이중구조, 그리고 인어라는 동화적 소재 등등은 대단히 독특하면서도 동시에 일반적인 공감을 얻어낸다.

줄거리나 배경, 영화의 의미 등은 다르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홍콩 출신 왕가위 감독의 새로운 스타일을 접했을 때와 비슷하다. 조우 쉰, 지아 홍셩 주연.

2월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