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보감] 어지럼증

"자꾸 어지러운 것을 보니 아무래도 빈혈인 것 같아요", "요즘 들어 부쩍 앉았다 일어서면 주위가 빙빙 도는 것 같고 어지러운 것이 빈혈치료제를 먹어야 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어지럼증을 느낄 때면 으레 하는 말이다. 어지럼증은 주위가 빙빙 도는 것 같은 증상이 2주일 이상 지속되기도 하고 반복적으로 어지러웠다 괜찮았다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대부분은 조금만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의 여지없이 그 원인을 빈혈로 단정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과는 달리 어지럼증은 대개 빈혈과 무관한 경우가 많다. 혈액 내의 적혈구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 산소운반 능력이 저하돼 발생하는 빈혈은 영양상태가 지극히 불량하거나 재생불량성과 같은 특정한 질병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어지럼증을 야기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는 곧 빈혈은 아주 심한 경우에만 어지럼증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되는데 빈혈과 귓 속에 있는 전정기관의 이상, 그리고 뇌의 혈액공급 부족에 의한 경우 등이 그것이다. 이외에 드물기는 하지만 당뇨 또는 알콜중독 등에 의한 말초신경염에 의해 어지럼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어지럼증이 있다고 해서 이를 빈혈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귓속에서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의 이상에 기인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즉, 흔히 걸리는 감기 또는 중이염 등의 후유증으로 귓속 전정기관에 이상이 발생하면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원인에 의한 어지럼증은 사실 별스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충분한 휴식과 함께 증상을 가라 앉히는 약물을 복용하면 단시간내에 상태가 좋아지기 때문이다. 어지럼증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가 되는 것은 발생원인이 단순히 빈혈이나 귓속 전정기관의 이상이 아닌, 뇌의 순환장애 또는 혈류장애에 기인하고 있는 경우다.

의학적으로 허혈성 어지럼증으로 지칭되는 이 증상은 뇌로 공급되는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여 혈액의 산소운반 능력이 떨어지거나 혈관 벽에 노폐물 등이 침착되어 혈류의 진행을 방해함으로써 발생한다. 허혈성 어지럼증은 어지럼증 외에도 머리가 맑지 않고 무거우며 몸의 균형이 잘 잡히지 않는다거나 두통 또는 메슥거림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한방에서는 허혈성 어지럼증을 심혈허 증상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치료는 주로 약물요법이 이용된다. 주로 처방되는 약물로는 칠기탕 또는 자음건비탕, 순기활혈탕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 약물을 투약, 치료를 시행할 경우 확연한 증상의 개선을 확인할 수 있다.

허혈성 어지럼증은 장기적으로 볼 때 중풍 발병의 위험성을 감지시켜주는 전조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이 소멸되지 않고 지속될 경우 이를 단순히 빈혈로 치부하고 가볍게 지나쳐버리기보다는 뇌혈류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뇌혈관의 혈류상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뇌혈류 진단기(TCD)를 이용하는 방법이 가장 정확한데 TCD 검사를 시행할 경우 뇌혈관에 흐르는 혈류속도와 혈류상의 장애요인 등을 측정함으로써 중풍의 발병 가능성을 정확하게 감지해낼 수 있다.

어지럼증은 살아가면서 어느 누구라도 한번쯤은 겪게 되는, 아주 흔한 증상 중의 하나다.

그래서 대다수의 사람은 증상이 나타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지나쳐 버리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모두가 가볍게 생각하는 어지럼증 뒤에는 의외로 무서운 질병이 마치 복병처럼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지럼증이 계속될 경우 즉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칫 가볍게 여기고 지나쳤다가는 그야 말로 간단하게 생각했던 어지럼증이 중풍과도 같은 큰 질병을 몰고와 파국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2001/01/30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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