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야기(7)] 한국개의 계보

석기시대와 철기시대의 유적발굴로 출토되는 개의 유골은 거의가 중형견의 형태다. 한국, 만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유구(琉球)열도 등지에서 나오는 두개골의 형태도 다들 비슷하다.

현재도 이 일대에서는 귀가 서고 꼬리를 위로 올려붙인, 바로 우리 진돗개와 기본적 모양이 비슷한 개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말레이지아, 태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 거의 아시아 전역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이 지역의 개들이 우리 개와 혈연적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동남아 일대의 개들과 오스트레일리아의 딩고는 계통수 상으로도 북방늑대가 아닌 인디언 늑대(Indian Wolf, 인도 지방의 늑대)다.

이들이 우리 진돗개와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것은 늑대 생김새의 기본적 특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정황으로 볼 때도 이들 동남아 일대의 개들이 우리 개와 직접적이고 집단적인 혈통의 교류를 지속적으로 가졌다는 정황이 전혀 없다.

시베리아와 티벳, 극동 지역을 원산지로 하여 세계로 퍼져나간 견종으로는 마스티프(Mastiff), 스파니엘(Spaniel)과 북방견 계통 등 3가지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이중에 티벳고원을 원산지로 하는 마스티프는 티벳탄 마스티프(Tibetan Mastiff)가 되고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마스티프 형태에서 털이 긴 중국의 신견, 털이 짧은 만주의 호견 등이 되었다.

이 종은 서쪽으로 나아가서는 헝가리의 코몬도르(Komondor)에서 피레네 산맥의 그레이트 피레니즈 마운틴독(Great Pyrenees Mauntin Dog)까지 변모되었으며 뒤에 영국에서 현재 단모(短毛)의 마스티프종으로 완성되었다.

스파니엘종은 티벳고원 일대에서 라사 압소(Lhasa Apso), 우리나라의 삽살개에게까지 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되는 티벳탄 테리아(Tibetan Terrier)가 되고 남쪽으로 내려와서 중국의 페키니스(Pekingese)가 되고 일본에서 현재의 칭(Chin)이 되었으며, 서쪽으로 가서 오늘날 전세계에 퍼져있는 스파니엘종이 되었다.

현재 북방계 견종은 주로 지구의 북반구를 위주로 퍼져있으나 그 근원은 바이칼호 일원에서 형성되어 번성했으리라 추정되며 현재에도 우수한 성능의 북방견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많이 사육되고 있다.

이 계통의 모색(毛色)은 다양하나 비교적 눈이 삼각형의 형태로 작고 귀가 삼각형으로 직립하며 털이 이중모를 형성하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견종을 살펴보면 사모예드(Samoyed), 에스키모개(Eskimo Dog), 알래스칸 말라무트(Alaskan Mlamute), 시베리안 허스키(Siberian Husky)를 위시한 북방의 썰매 개가 있으며 사냥개인 시베리안 울프독(Siberian Wolfdog), 라이카(Laika), 한국의 풍산개, 진돗개, 일본의 기슈(Kishu), 시코구(Sikoku), 가이(Kai), 시바(Shiba) 등과 유럽의 스피츠(Spitz), 엘크하운드(Elk Hound) 등이다. 이들 중 에스키모 개와 말라무트 만이 대형에 가까운 견종이고 시바가 소형에 가까우나 나머지 견종은 모두 진돗개와 같은 중형이다.

본래 근대에까지 한반도에서 번성했던 개의 종류는 다양했다. 이들중 진돗개처럼 크기는 중형이면서 귀가 서고 꼬리를 위로 치켜올린 활동적인 모습의 북방견 계통의 개가 널리 분포되어있던 종의 하나다.

지역별로 사육되는 환경과 풍토 그리고 용도에 따라 그 모습이 약간씩 달리 진화되어 체구 크기와 골량 등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고 명칭도 다양했으나 기본적인 형태는 같다.

이를테면 북한의 개마고원 일대의 풍산이라는 산악지방에서 주로 맹수 사냥과 무거운 짐을 나르는 사역을 하던 풍산개는 강한 힘과 큰 폐활량이 필요하므로 가슴이 발달하고 진돗개에 비해 체구도 대략 25-30kg 정도로 크며 머리통도 상대적으로 큰 특징이 있다.

풍산개의 일반적 외모는 거의 진돗개의 확대형으로 야성미 흐르는 전반적 생김새와 강한 골질과 뛰어난 건조도, 뚜렷한 이중모, 강인한 품성 등 북방견의 특징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다.

이런 풍산개가 현재까지 혈통을 보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지리적 요인이다.

풍산 지방은 육지 속의 섬처럼 고립되어 있어 외부와의 원활한 교류가 자연스럽게 차단되었던 관계로 혈통보존이 가능했던 것이다.

윤희본 한국견협회 회장

입력시간 2001/01/3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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