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증시환경 불안한 호전

미국의 신경제(New Economy) 신화가 흔들리자 세계시장이 방향을 잃고 혼란에 빠졌다. 부시 행정부는 그린스펀 FRB의장의 지원을 받아 최근 한달새 금리를 1% 내리고 대규모 감세정책도 추진할 태세지만 한번 기세가 꺾인 시장은 냉ㆍ온탕을 오가며 투자자를 헷갈리게 한다.

애널리스트들도 시장 따라잡기에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1월중 미국 실업률이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4.2%를 기록했다는 소식과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발표가 중첩됐지만 미국 투자자들은 '불황타개를 위한 FRB의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보다 '불황에 따른 기업실적 악화 우려'쪽의 손을 들어줬다.

때마침 미국에 한파가 예상된다는 예보와 이라크의 석유수출 정상화 불투명 등의 뉴스에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도 뉴욕증시를 압박했다.


유동성회복 조짐, 투자자 마음은 아직 싸늘

국내에선 외국인이 새해 들어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3조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지표금리가 5.4%대까지 하락하는 등 유동성 장세의 토대가 다져지고 있으나 시장의 불확실성에 진저리를 치는 투자자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달 동안의 주가상승 랠리에 편승, 주식형 수익증권에서 오히려 3조원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은 익명의 바보에게 폭탄을 안기고 열차에서 뛰어내릴 기회만 엿보는 똑똑한 사람들만 증시를 기웃거린다는 반증이다.

연말에 비해 시장환경이 크게 호전됐지만 투자자의 마음이 싸늘한 이유는 뭘까. 정부는 현대건설, 현대전자, 현대투신 등 '문제아' 처리에 발벗고 나섰다.

또 은행장들에게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 인수를 독려하고 근로자 주식저축, 연기금 주식투자 등의 수단까지 동원하면서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증시만은 살리겠다"는 '강성(强性) 경제'의 의지를 드러냈다.

외국인도 마구 몰려오고 있고, 꼭꼭 숨어있던 250조원 규모의 시중 부동자금도 제2금융권과 기업으로 옮길 태세다.

그런데도 항상 팔 타이밍만 노리는 투자자가 즐비한 것은 결국 실물경제의 침체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증시에서 배웠던 '수익성(실적)과 현금 흐름 우선'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열차에 뛰어오를 시기를 보수적으로 저울질해야할 것 같다.

8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는 정부가 현재의 경기국면을 어떻게 보고 어떤 정책방향을 택할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생산ㆍ소비ㆍ투자ㆍ공장가동률 등이 최저치를 경신함에 따라 통화정책도 신축적이어야한다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지만 1월 물가가 전월보다 1.1% 상승하는 등 물가불안이 심상치않아 정책 선택이 힘들다.

대우 김우중 전 회장의 '세계경영'이 사기극으로 드러난데 이어 사실상 공기업인 한국부동산신탁이 부도처리돼 5곳의 아파트 입주자와 29곳의 상가 계약자 수천명이 아우성이다.

또 한부신과 함께 워크아웃중이었던 코레트신탁(옛 대한부동산신탁)도 채권금융기관의 신규자금 지원기피로 부도위기에 내몰렸다. 정부는 신탁회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며 투자자 책임론에 기대고 있지만, 차제에 공기업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차단하고 관련 공직자의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차기 전경련회장 윤곽 드러날 듯

재계에서는 차기 전경련 회장이 초미의 관심사다. 전경련 정기총회는 15일이지만 8일 열리는 전경련 회장단 회의와 이사회에서 신임 회장의 대체적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다. 손길승 SK회장과 조석래 효성회장, 김승연 한화회장 등이 물망에 오른다.

한국통신은 6, 7일 양일간 개인을 대상으로 14.7%(5,097만주)의 지분을 매각한다. 1인당 입찰한도는 최저 1,000주, 최고 1,734만4,425주(전체 발행주의 5%). 전문가들은 주당 예정가가 7만원선 안팎으로 추정해 최소 7,000만원은 있어야 입찰에 나설수 있다.

아울러 한국통신IMT는 13일부터 3일간 500만주의 주식을 공모한다. 공모가격은 액면가 5,000원에 출연금 1만3,000원을 합친 1만8,000원.

끝으로 눈에 띄는 외신 두가지. 샤프, 히타치, 도시바 NEC, 마쓰시타전기, 미쓰비시전기 등 일본의 6개 전자회사들은 최근 한국과 대만에 빼앗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재탈환하기 위해 차세대 LCD 기술개발회사를 공동으로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또 중국의 지난해 수출입 총액이 전년보다 31% 이상 증가한 4,743억 달러에 달해 세계8위의 무역대국으로 올라섰다. 우리 주변의 세계는 이렇게 줄달음치는데 우리나라는 대통령의 한마디에 담뱃값 인상방안 마련에만 급급하고 있다.

이유식 경제부 차장

입력시간 2001/02/0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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