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MD와 新냉전] "힘의 질서는 미국으로 통해야 한다"

부시 행정부 NMD강행, 미국 군사적 우위 영구화 전략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전세계에는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가 화두다. 힘을 바탕으로 한 '강한 미국'을 건설할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부시 행정부는 NMD의 실행을 들고 있고, 미국의 독주를 감내할 수 없는 러시아 중국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요즘 외신뉴스를 보면 부시 대통령는 물론이고 그를 에워싼 백악관의 안보 브레인들에게 'NMD 강행'은 '힘의 외교'와 함께 가장 강경한 어조로 등장하는 이슈이다. 전세계적인 찬반논란을 불러일으켜온 NMD는 가능성이 아니라 '당위'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부시는 1월26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의 취임 선서식에서 "공약대로 NMD를 추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주무 장관인 럼스펠드는 한 술 더 떠 "1972년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당사자인 소련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면서 NMD 추진의 국제법적인 걸림돌이던 ABM의 파기 의사를 피력했다.

여기에 민주당 집권 8년동안 '은둔 생활'을 해야 했던 헤리티지 재단 등 보수적 싱크탱크들은 NMD를 미국의 사활적 존재라도 되는 양 조속히 실행에 옮기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부시는 3월 빌 클린턴 전 행정부가 공을 넘긴 NMD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NMD는 '현재의 위협'이 아니라 '미래의 위협'을 차단,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영구화하겠다는 전략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적대적 세력이 미국 본토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때 이를 공중에서 요격하는 NMD 체제가 완비되면 '공포의 균형'이라고 불렸던 세계 핵 질서는 사실상 붕괴된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NMD는 '팍스 아메리카나'를 영원히 보장하는 아주 매력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미국은 정확도가 형편없는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이 완성되면 애리조나주 피닉스가 사정권에 들어간다고 호들갑을 떨며(럼스펠드 보고서) NMD 개발의 명분 쌓기에 골몰하고 있다.


훨씬 강력한 NMD 플랜

더구나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때와는 개념이 다른 사실상 전 지구적인 해상 및 우주 NMD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시는 1월 8일 의회의 외교ㆍ안보 관계 위원회 소속 의원들과의 회동에서 "지상 NMD는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한 뒤 "이지스함에 요격 미사일을 우선 장착한 뒤 우주에 적외선 센서를 이용한 방어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알래스카에 요격미사일을 집중 배치하는 기존의 지상 중심 NMD 대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했다가 좌절한 전략방위구상(SDI)으로 복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NMD는 아직 미완성 작품이다. 우선 NMD는 현 수준의 기술로는 실전 배치 여부가 불투명한 형편이다. 특히 공격미사일과 교란물체를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이와 관련, 포스톨 MIT대 교수는 미 국방부가 모의실험에서 요격미사일이 실제탄두와 모의탄두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조작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최소 600억달러로 추산되는 비용도 과대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술적 미비점으로 개발이 1개월 지연될 때마다 1억2,400만달러씩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는 보고서도 있었다.

더욱 큰 문제점은 미국이 '방어'를 명목으로 NMD 개발에 골몰할수록 NMD의 대상이 되는 국가들의 첨단 공격 무기개발을 초래, 결국에는 미국에 '위협의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다. 아무래도 공격 무기 개발은 방어 쪽보다 값싸고 손쉬운 법이다.

여기에다 NMD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수백기의 조기경보레이더가 필요한데, 이중 상당수는 동맹국들의 협조를 얻어 미국밖에 전진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과 특수관계에 있는 영국을 포함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가 레이더의 NMD 운용에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NMD를 강행할 수 밖에 없는 내부적 추동력을 갖고 있다. 외교 보다 국방을 강조해온 공화당의 전통을 이어받은 외교안보팀은 한결같이 힘에 의한 안보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럼스펠드는 NMD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핵심적 인물이다. 공화당 정권과 미국 군산복합체의 커넥션도 무시하기 힘든 요인이다.

매년 정치헌금으로 수백만달러를 공화당에 제공해온 록히드, 레이시언, 보잉 등은 냉전종식후 국제 무기시장의 침체로 미국 취업인구의 2%를 차지하는 220만명의 일자리가 날아갈 지경에 이르렀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다 '소수파 대통령'으로 당선된 부시는 통치 기반 강화 수단으로 NMD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동준 국제부기자

입력시간 2001/02/06 19:19


이동준 국제부 dj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