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MD와 新냉전] NMD 추진에 대한 각국의 반응 및 대응

"패권적 발상" 강력반발
군비경쟁 촉발 위험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더욱 강력한 형태로 추진키로 방침을 정함에 따라 국제사회는 탈냉전 10여년 만에 '신냉전' 기류에 휩싸여 있다.

과거 미국의 적대국이었던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NMD 추진에 대해 '패권적 발상'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현재 보유중인 핵미사일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난 핵무기의 개발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전통 우방국인 유럽 역시 미국의 NMD 발상이 세계적인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방위협력 등을 모색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수 차례에 걸쳐 미국의 NMD 계획은 "국제질서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주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NMD추진이 1972년 미소간에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협정을 위반한 것이며, 미국이 ABM 협정을 개정할 경우 세계의 핵 균형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ABM협정은 미국과 러시아가 미사일 요격기지를 1곳에만 구축할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 미국이 NMD를 구축할 경우 레이더 기지 등 추가시설이 필요하다.


러시아 "군비지출 2배로 늘리겠다"

미국의 NMD체제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러시아의 대응은 다각적이며 구체적이다. 러시아는 미국이 NMD를 강행할 경우 앞으로 10년간 군비지출을 2배로 늘일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의 정치담당보좌관이 운용하고 있는 웹사이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자국의 미사일이 NMD를 뚫을 수 있도록 향후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의 5%인 900억 파운드(180조원)의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다.

러시아는 NMD를 뚫을 수 있는 미사일로 다탄두 '토폴-M' 을 전진배치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제전략연구센터의 유리 레베제프 연구원(육군 소장)은 제2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Ⅱ)은 토폴-M 미사일을 금지하지 않고 있으며 토폴-M은 발사에 걸리는 시간이 2분에 불과하고 다탄두를 장착할 경우 미국의 NMD 체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05부터 '유리 돌고루키'형 군함에 새로운 유형의 로켓이 배치하고, 장거리전략폭격기인 Tu-95MS와 Tu-160에도 신형 순항미사일을 장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한편으로 러시아는 유럽과의 군사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의 NMD 체제의 대안으로 범 유럽 공동미사일방어망 구축을 제안한데 이어 블라디미르 야코블레프 러시아 전략미사일부대 사령관은 최근 미국의 NMD에 대응해 러시아-유럽 공동 미사일 방어망 구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미사일 방어망이 어느 국가를 요격 목표로 할 것인지와 참가국 문제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러시아는 미사일 공동 방어망 구축과 시험 능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또 미국이 NMD 구축을 위해 ABM 협정 개정을 계속 추진할 경우 지난해 4월 러시아 상원이 비준한 START-Ⅱ를 포함, 무기감축협정을 폐기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START-Ⅱ 협정은 핵탄두수를 2007년까지 기존의 50% 수준인 3,500기(러시아)와 3,000가(미국)로 각각 줄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북한 장거리미사일 개발 가속화 예상

중국은 미국이 NMD 체제와 전역미사일방위(TMD)체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할 경우 냉전후의 국제사회 가 중국이 희망한 '다극화'체제가 아닌 미국 주도의 '1극화'로 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의 NMD 체제는 중국 핵무기의 전략상 가치를 떨어뜨리고 세계의 군사적 균형을 파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본이 미국과 공동으로 NMD의 하위 개념인 전역미사일방위(TMD) 체제를 연구ㆍ개발하고 있고, 대만이 TMD 체제에 편입할 경우 극동지역의 세력 균형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 중국 통일에도 장애가 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따라 장거리 미사일 개발 계획을 가속화하는 등 미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 미사일 공격력을 대폭 증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해 11월 이미 대륙간 탄도탄 '둥펑(東風) 31'형 미사일(DF-31)의 2차 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앞으로 3차 발사실험 등 미사일 개발계획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중국은 핵탄두 탑재가 가능하며 사거리가 1만㎞로 유럽 및 미국까지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 탄도탄 JL-2를 개발중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특히 전략적 연대를 통해 NMD에 공동대응키로 했다.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말 푸틴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의 NMD체제와 TMD 체제 구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천명하면서 중러간 공조를 강화키로 합의했다.


유럽 반대기류 확산, 일본은 "손해볼것 없어"

유럽연합(EU)도 북한, 이라크 등 '강패국가'의 위협을 구실로 미국이 NMD 계획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독일도 최근 이에 가세하는 등 유럽에서는 NMD 반대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독일의 루돌프 샤르핑 국방장관은 지난 달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후 ABM 협정존속과 미국의 NMD에 대한 러시아의 반대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독일의 이같은 인식은 유럽 안보의 파트너로 미국이 아닌 러시아를 선택할 수 있다는 획기적인 정책전환을 시사하는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또 지난 해 유럽의 독자적인 군사용 위성정찰 시스템을 공동 개발키로 합의하는 등 유럽은 독자적인 방위체제 구축에 나서며 유럽내의 미국의 전략적인 우위를 보장하는 NMD 계획을 저지하려 하고 있다.

줄리아노 아마토 이탈리아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지난 해 말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회담을 갖고 NMD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사를 천명했다.

시라크는 "미국의 NMD 계획은 국제 군비 경쟁을 다시 촉발할 것"이라며 "미국이 한편에선 NMD를 추진하느라 군비를 증액하고 다른 한편에선 제 3세계에 대한 지원을 줄이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미국의 NMD 계획을 방어가 아닌 공격 개념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라크와 유고슬라비아에 폭격을 가한 미국이 언제 북한을 공격할 지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

미국이 본격적으로 NMD를 추진할 경우 북한은 이미 개발한 사거리 6,700㎞의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비롯한 핵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북한의 미사일 위협론에 인식을 같이 하고 있는 일본은 미국과 행보를 같이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2000년 TMD 개발을 위한 공동기술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최기수 국제부기자

입력시간 2001/02/06 19:29


최기수 국제부 mount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