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Clinic] 액취증

'워브는 웅덩이 주위의 나무 껍질에 발톱으로 큼직하게 긁어놓았다. 이 웅덩이는 워브의 것이므로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말 것.'영국의 동물학자 시튼이 쓴 시튼동물기의 회색곰 워브에 나오는 대목이다. 동물은 하나같이 자기만을 표현하는 특유의 체취가 있다.

그래서 자신의 배설물 또는 발자국, 흔적 등과 냄새를 통해 영역을 표시하고 다른 동물로 하여금 그 냄새에 질리거나 공포심을 유발케 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특유의 체취는 그러나 동물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화장이나 의복착용 등으로 체취를 맡기가 쉽지 않아 그렇지 사람에게도 개체를 표현하는 고유의 냄새가 있다. 일례로 노동 또는 운동 뒤에 흘린 땀은 건강한 냄새이며 연인에게서 풍기는 풋풋한 살 냄새는 사랑을 일깨워주는 냄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가 모두 좋은 것만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암내라고 하는 액취증의 경우이다. 타인으로 하여금 불쾌감은 물론 심할 경우 구역질을 유발하게끔 할 정도로 악취를 풍기는 암내의 원인은 바로 땀이다.

우리 몸에는 얼굴이나 손바닥, 발바닥 등에 분포해 땀을 기화시켜 체온을 조절해주는 에크린이라는 땀샘과 겨드랑이 또는 외음부, 항문 등에 분포되어 있는 아포크린이라는 땀샘 등 두 종류의 땀샘이 있는데 바로 아포크린선에서 나오는 땀이 암내의 원인이 된다.

물론 아포크린선에서 분비되는 땀도 그 자체에 심한 냄새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 땀이 피부에 살고 있는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되어 저급 지방산과 암모니아가 증가되어 심한 냄새를 나게 하는 것이다.

서구인의 경우 백인은 10명중 8명이, 흑인은 10명중 9명이 강렬한 냄새를 풍기는 만큼 액취증 자체가 별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어떠한 증상이 모든 사람에게 다 있다면 그것을 질병으로 치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을 포함해 동양인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전체의 10% 정도만이 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자연히 액취증 환자의 경우 주변 사람에게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며 심지어는 형제 자매조차도 피하게 된다. 상황이 이쯤 되고 보니 다른 사람 앞에 나서기를 꺼리게 되는 것은 물론 심할 경우 대인기피증 등으로 사회생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특히 사춘기의 청소년은 성격형성에 치명적이다. 가뜩이나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냄새 때문에 친구를 사귀지 못하게 되고 외톨이가 되면서 심리적 갈등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액취증 환자의 경우 냄새를 감추어보고자 향수 등을 뿌리기도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히려 겨드랑이 냄새와 복합되어 더욱 심한 악취를 유발한다.

또 파우더나 스프레이 등 암내 방지용 약품 을 사용해보기도 하지만 이 역시 악취를 일시적으로 감출 수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

이처럼 액취증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거나 대인기피증 등으로 사회생활에 심각한 장애를 겪는 사람이라면 땀샘 제거술을 받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땀샘제거는 과거 수술을 통해 아포크린선을 제거하는 방법이 주로 이용됐다. 하지만 기존의 수술방법은 수술 후 출혈과 혈종, 표피손상과 흉터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초음파 시술법이다.

초음파 시술법은 지방흡입술에 이용되는 초음파 흡입기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겨드랑이나 기타 암내가 나는 부위를 1㎝ 정도 절개하여 초음파봉을 삽입한 후 피부와 피하층 부위에 있는 땀샘을 녹인 후 흡입, 냄새의 진원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초음파 시술법은 수술부위가 적어 흉터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데다 출혈이나 통증도 별로 없으며 회복기간이 매우 빠르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정일화 세란성형외과 원장

입력시간 2001/02/1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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