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의 혁명, P2P

개인간 직접정보교류, 모든 컴퓨터자료에 서버없이 접속

PC 이용자들은 음악파일이나 과학논문 등 내가 소유하지 못한 자료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해왔다. 하지만 인터넷 웹페이지가 지난해 100억개를 넘어서는 등 자료의 포화상태에서 검색엔진 등으로는 원하는 자료를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전세계 누군가의 컴퓨터에는 분명히 원하는 자료가 저장되어 있을 것이 아닌가. 이럴 때 몇초 안에 그 누군가의 컴퓨터를 바로 찾아내고 쉽게 그 하드디스크에 접속, 자료를 내 컴퓨터로 바로 가져올 수만 있다면?

이에 대한 답이 바로 'P2P'(Peer to Peer)다. P2P는 서버 없이 상대방의 컴퓨터 하드드라이브 디스크에 바로 접속해 자료를 주고받는 '개인간 직접정보교류기술'로 이미 국내에서도 수많은 프로그램이 나와 상용화에 성공했다.

B2B(Business to Business)와 B2C(Business to Customer) 등이 전자상거래를 위해 단순히 거래 당사자를 연결해주는 테크닉에 불과했다면 P2P는 인터넷의 존재 방식 자체를 바꿔줄 세계 네트워크의 혁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표적 IT기업이 P2P시장 선점을 위해 적극적 투자에 나서고 있고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 한국P2P협회가 발족, 수십여 업체가 P2P에 대해 정보를 나누며 다양한 응용기술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냅스터에서 시작한 거대한 조류

P2P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냅스터'라는 말은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1999년, 당시 17살이었던 숀 패닝이 시작한 냅스터는 회원끼리 MP3파일을 주고받도록 지원하는 사이트로서 불과 1년만에 5,000만 회원을 확보, 신화 같은 존재가 되었다.

당시 미 각 대학은 다수의 학생이 동시에 냅스터에 접속, MP3파일을 다운로드받느라 학교 LAN 속도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며 학교 컴퓨터에서 학생의 냅스터 사용을 금지할 정도였다.

이후 미국 내에서는 냅스터와 쌍벽을 이루는 누텔라 등 여러 P2P서비스가 등장,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냅스터의 성공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컴퓨터간 직접 파일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수많은 P2P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소리바다를 비롯, 신밧드 체게바라 씨프렌드 메아리 케이텔라 등이 등장했고 출범 당시 20여 개에 불과했던 한국P2P협회의 회원업체는 현재 50여개로 늘어났다.

국내 대부분의 서비스는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자신의 하드드라이브에서 공유하고자 하는 파일을 지정해놓으면 다른 회원은 누구나 자신의 컴퓨터에 직접 접속, 해당 파일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고 자신도 다른 회원의 파일을 검색, 다운받는 형태다. 일부는 회원끼리의 인스턴트메신저 기능도 가지고 있다.


저작권 침해라는 복병을 넘어

수많은 아류 프로그램을 등장시키며 인터넷 분야에서 혁명으로 받아들여졌던 냅스터는 그러나 법적으로는 늘 '저작권 침해'라는 꼬리표를 달고다녀야 했다. 기존에는 CD로 구입해서 듣던 음악을 냅스터를 통해 공짜로 상대방의 PC에서 가져와 듣는 형태가 명백한 저작권 위반이라는 것이다.

냅스터는 결국 음반사와 음악가로부터 서버에 음악파일을 올려놓지는 않지만 분명 회원의 저작권 침해를 방조하고 부추겼다는 혐의로 고소됐고, 긴 싸움의 결과는 점차 냅스터의 패배로 결론지어지고 있다.

냅스터는 지난해 11월12일, 유럽 최대의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사인 독일의 베르텔스만사와 전격 제휴를 맺고 온라인 유료 음반사로의 전환을 선언, 기존 무료모델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후 에델사도 냅스터와의 제휴를 선언했지만 일부 음악가와 음반사가 소취하를 거부해 아직 저작권 침해를 둘러싼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냅스터의 저작권 침해와 관련된 최종 결과는 국내의 P2P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음반저작권협회나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 등은 P2P 사이트의 저작권 침해에 대해 공동대처하기로 결의했고, 줄곧 미국의 상황을 지켜보며 소리바다를 시작으로 유사 P2P 프로그램 제공업체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의사를 피력해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저작권 침해을 빗겨가기 위한 국내 P2P 프로그램 개발업체의 움직임도 부산하다.

P2P 프로그램인 이톡을 개발한 ㈜이티오케이는 프로그램 내에 언제든지 저작권이 있는 파일은 공유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필터링 기능을 추가했고, 삼성SDS 대우정보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음악파일에 GRM(디지털저작권관리) 솔루션을 붙이거나 각 피어(Peer)들이 자신의 컨텐츠에 저작권을 부여해 유료화할 수 있는 KMS(지식관리시스템)을 내장한 P2P 솔루션이 개발 중에 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솔루션이 P2P 모델이 안고있는 개인 프라이버시권 침해와 수익구조 부재 등의 문제점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IT업체들, 'P2P시장을 선점하라'

지난해 인텔사는 "P2P 기술이 인터넷의 제3세대를 열 것"이라며 업계에 P2P 네트워킹 표준안 마련을 위한 협력을 제안, IBM 휴렛팩커드 등 대표적인 컴퓨터업체와 그루브네트웍스, 엔트로피아 등 P2P 업체와 함께 P2P 상용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한 공동제휴 그룹을 결성했다.

표준 P2P 프로토콜이 마련되어서 자사의 칩에 P2P 기능을 내장할 경우 세계적으로 방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형성되는 시장은 그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인텔이 주도하고 있는 이 사업은 냅스터류의 P2P서비스와는 차원이 다른 방대한 프로젝트다.

단순한 파일공유 서비스를 넘어 많은 PC에서 방치되고 있는 여분의 하드디스크를 이용, 데이터를 분산처리하여 업무 효율을 높이고 경비절감 효과를 가져오자는 넓은 의미의 P2P를 염두해둔 것이다.

독일의 거대 전자그룹인 지멘스도 지난해 8월 자회사인 웹브이투(www.webv2.com)를 설립, P2P를 개인ㆍ기업간(B2C) 또는 기업간(B2B)의 전자상거래에 활용할 수 있는 기반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며 상반기 안에 첫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MS도 예외가 아니다. 중앙서버가 전혀 존재하지 않은 형태로 10만 대의 컴퓨터, 100억 개의 파일, 1만조 바이트의 자료를 감당할 수 있는 P2P 파일 관리체제 시스템을 파사이트(Farsite)라는 프로젝트 이름으로 개발하고 있다.


P2P가 이루어낼 궁극적인 네트워크의 모습은?

파일을 손쉽게 검색해 상대 컴퓨터에서 바로 가져오는 것 외에도 개인은 서버없이 자신의 컴퓨터만으로 인터넷 방송국이나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컴퓨터 하나로 인터넷 사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P2P 모델은 또한 일반 컴퓨터에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모바일과 가전제품으로 그 영역을 넓혀갈 것으로 전망된다. 수많은 제품이 각자 P2P 프로토콜을 가진 CPU(중앙처리장치)를 내장, 네트워크를 형성하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P2P 기능이 내장된 전자레인지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다른 전자레인지로부터 특정음식의 조리법을 수시로 전달받아 알아서 음식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또 우유가 떨어졌을 경우 냉장고에 있는 P2P 네트워크를 이용, 주변 가게의 컴퓨터에 바로 접속, 배달 신청을 할 수도 있다.

한국P2P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와우프리 커뮤니케이션의 최용관 사장은 "모바일과 가전제품에 P2P기능이 첨가될 경우 효용성은 무궁무진하며 국내 P2P업체의 기술력을 보면 꼭 꿈만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또 "지난 12월에는 P2P 세미나를 개최했고 오는 4월에는 냅스터, 인텔 등의 P2P 모델 개발자를 초청해 '코리아 P2P 컨퍼런스'를 열 계획"이라며 "국내 업체들을 중심으로 꿈의 네트워크를 현실로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인터넷부 기자

입력시간 2001/02/13 18:18


이진희 인터넷부 riv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