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파동] 광우병, 우리는 안전한가?

유럽은 공포, 우리나라선 소·인간 감염징후 아직 없어

중소기업의 간부로 근무하는 K(43)씨는 최근 거래처 사람을 식사에 초대하려다 예기치 못한 곤경에 처했다.

평소처럼 괜찮은 고기집에서 저녁식사를 한뒤 맥주나 한잔 더 하려고 했는데, 상대가 고기보다 일식집이 낫다고 해 부랴부랴 자리를 옮겼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이유가 광우병에 대한 우려때문이었다.

K씨는 "우리 나라는 아직 안전지대라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주변에서 적지 않는 사람들이 광우병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놀랐다고 한다.

축산농가도 광우병 보도이후 지난해의 구제역 파동을 연상케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우선 쇠고기 소비량이 줄면서 소와 쇠고기 값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또 정부당국이 광우병 전염 가능성을 들어 축산농가에게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값싼 사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함에 따라 축산농가의 사료비 부담은 오히려 더욱 커졌다.


"너무 두려워할 필요없다"

우리 나라는 K씨의 생각처럼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직까지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세계가 유럽을 진앙지로 하는 광우병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만큼 우리 나라도 조심해서 나쁠 게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사람에게 병(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을 옮기는 광우병(우해면양뇌증, 牛海綿樣腦症, BSE)에 걸린 소는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해 한때 광우병으로 의심됐던 '앉은뱅이 소'도 역학조사 결과 광우병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유럽에서 1차 광우병 파동이 발생했던 1996년부터 국제수역사무국(OIE)의 조사방법에 따라 3,043 마리의 소를 검사했으나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

특히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으면 발병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인간 광우병인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vCJD)' 환자도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국립보건원에 따르면 인간 광우병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퇴행성 뇌질환인 CJD환자는 지금까지 모두 47명이 확인됐으나 변형 CJD환자는 한 명도 없다.

CJD환자는 유전적인 요인을 포함해 다양한 원인으로 발병하는, 오래된 뇌질환이다. 이 병에 걸리면 뇌세포가 급격히 파괴되면서 심한 치매증세를 보이다 죽음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광우병에 관한 국내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김용선 한림대 의대 교수(미생물학)는 "최근 광우병에 관한 언론보도가 너무 자극적"이라면서 "광우병의 실체가 분명하게 드러난 게 없고, 감염 및 발병경로가 과학적으로 완전히 규명되지 않는 만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충고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 문제가 된 음식찌꺼기로 만든 식품사료를 먹인 소의 역학조사를 하지 않았으나, 그 소에 문제가 있다면 이미 다른 소에게서 그런 징후가 나타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나라에서 인간 광우병에 감염될 수 있는 경로는 크게 두가지다. 우선,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좀더 범위를 좁히면 사람의 몸속에서 변형 CJD질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변형 '프리온'이 함유된 쇠고기를 먹었을 때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사람의 몸에 있는 정상적인 프리온이 쇠고기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온 변형 프리온에 의해 기하급수적으로 오염되고, 변형되면서 뇌조직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나라는 93년부터 쇠고기 국내소비량의 절반 정도를 해외로부터 수입하고 있지만 수입선은 미국 호주 캐나다 등 광우병 비발생국가다. 따라서 유럽지역에서 쇠고기를 자주 먹었거나, 개인적인 루트로 들여와 먹지 않았다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수입쇠고기로부터 광우병에 전염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


농림부 "수입사료 안전하다" 발표

한우는 어떨까? 국내 한우가 광우병에 걸렸다는 보고가 없는 만큼 일단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한우에게 먹인 수입 사료(골분)가 광우병 감염 소에서 나온 부산물로 만들어졌다면 한우도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

문제가 되는 변형 프리온은 소의 뇌와 척수, 비장(지라)속에 많이 존재하고 있고, 수입사료는 주로 소의 뼈나 내장 등 부산물로 만들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말까지 수입된 사료용 골분 역시 미국 중국 페루 호주 등 모두 광우병 비발생국에서 수입돼 안전하다는 게 농림부측의 주장이다.

농림부는 특히 98년부터 작년까지 프랑스와 독일에서 수입된 소 혈분 및 소와 돼지 혼합혈분 197톤은 완전 멸균처리된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고 대부분 개와 고양이 등의 사료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광우병 전염 가능성은 없다고 자신하고 있다.

양과 염소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변형 프리온은 소를 중간숙주로 삼지 않으면 인간에게 전이되지 않는다는 게 과학계의 분석이기 때문이다.

최근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영국산 골분은 사료용이 아니라 1,000도 이상에서 가열해 도자기 제작에 쓰는 골회(骨灰)라고 한다.

골회와 같이 소 부산물을 원료로 한 화장품과 의약품 등에 대해서는 학자들간에 유해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으나 광우병은 식품으로 전염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지않는 한 안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광우병이 유럽으로부터 국내로 유입되지 않더라도 국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발병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음식물 쓰레기의 사료 사용에 대한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농촌진흥청 축산기술연구소가 소 40마리에게 음식물 찌꺼기로 만든 사료를 먹여 키우다가 지난해말 도축, 판매했고 경기도 안성 등의 일반 축산농가에서도 음식찌꺼기 사료를 소에 먹여 키웠다고 한다. 이 사료는 갈비집 등에서 수거한 음식찌꺼기로 만든 것으로 쇠뼈, 고기 등 동물성 성분이 포함됐다.

그러나 김순재 건국대 수의대 교수는 "광우병이 발생하려면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변형 프리온)이 충분해야 하는데 음식물 찌꺼기에는 극히 소량밖에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2005년께 환자발생 가능성도

김용선 교수는 "모 일간지에 36세의 CJD환자가 보고되면서 변형 CJD (인간광우병) 환자 발생 우려가 더욱 확산됐다"면서 "CJD환자와 변형 CJD환자는 분명히 구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영국에서 85년에 광우병 존재사실이 확인되고, 96년에 인간광우병 환자가 발생하는 시간적인 흐름으로 봐서 유럽에서 쇠고기를 많이 먹고 귀국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2005년께 국내에서도 환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광우병을 피하려면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지 말고 소의 뇌, 뼈, 고환 등의 성분이 함유된 영양 보충제를 안전당국의 검사를 거치지 않고 먹는 것만 피한다면 현재로서는 안전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이다. 정부당국은 관련부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국민은 정부가 미덥지 못하다.

정부가 유럽으로부터 골분 수입이 일체 없다고 발표했다가 비슷한 종류의 골분 수입이 외신을 타고 보도된 다음 뒤늦게 모두 "도자기 원료로 사용됐다"는 식이니 국민은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2/13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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