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야기(9)] 유전자 분석에 의한 한국개의 근원

일본 아자부 대학의 동물학자인 다나베 유이치 교슈는 '아시아 개의 기원과 일본개'란 논문에서 북방견 계통에만 존재하고 서양견종과 중국, 동남아시아의 개에게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혈장 단백질내 유전자의 특이한 무늬를 추출, 분석하여 그 유전자의 순도를 통해 동북아시아 개의 기원을 추적했다.

이 논문에 의하면 에스키모 개는 그 유전자 무늬를 거의 100% 가까이 가지고 있고 라이카 종과 진돗개는 90% 정도, 기슈나 시바개 등 일본개들은 대략 50% 정도를 가지고 있다.

그는 이 유전자 무늬의 보유 정도에 따라 동북아시아 견종의 유래와 이동을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 그 특이한 유전자 무늬를 많이 보유한 견종이 에스키모개를 위시한 북방견 계통이라는 것인데 이들이 진돗개를 비롯한 우리 개의 혈통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따라서 진돗개와 같은 계통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특이 유전자 무늬가 중국의 거의 모든 견종, 동남아시아 들개(Pariahdog) 그리고 딩고 등에는 전혀 없다는 것이 흥미롭다.

요즘 일부에서는 다나베 교수의 유전자 표본 채취의 대상 개가 바람직하지 않은 개이거나 잡종 피가 많이 들어간 개였다며 이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표본 채취 대상 개가 잡종 피가 섞이고 바람직하지 않은 개라면 어떤 개들이 혼종이 되었을까.

대상선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북방계 이외의 개들, 이를테면 아키다, 차우차우, 기슈, 시바, 서양개 등 북방견의 유전자 무늬가 진돗개보다 적은 개들이 섞였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잘못 선정된 개에게서 북방개의 특징적 유전자 무늬가 90% 나왔다면 제대로 선정을 했을 경우는 100% 가까이 나올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결국 표본 설정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다나베 교수의 조사를 논리적으로 더욱 굳혀주는 것이다.

이 논문에 의하면 한반도 개들은 고대 일본의 야요이 시대에 일본 중부지방으로 건너가 그곳 토착개들과 혼종됨으로써 일본의 중형견 형성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되어있다. 이 논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북방의 썰매개나 사냥개 일종은 우리 진돗개의 조상이고, 진돗개는 일본개의 형성에 아주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논리가 저변에 깔려있다.

또다른 측면에서 한국과 일본이 문화교류를 가지기 시작하면서 일본의 개도 우리 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고대의 한국견이 또는 일제시대에 진돗개가 몇 마리나 일본에 건너갔는지 명확한 자료가 없으니, 우리나라 개가 일본개의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고 일인들이 주장을 해도 반박할만한 직접증거는 아직까지 별로 없었다.

그런데 다나베 교수의 논문은 일본개가 우리 개의 영향을 받았단다는 반증을 제시하고 있으니 주목할만 하다.

이 논문에 명확하게 드러난 근거에 의하면 바이칼호 인근의 북방견이 진돗개의 초기 혈통 형성에 영향을 미친 것이 사실이며, 우리 개들이 일본개의 혈통 형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이들 북방견이 우리 진돗개의 유일한 직계 조상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다소의 무리가 있다. 그리고 진돗개가 단일계통의 피만을 물러 받은 견종이라고 주장하기도 어렵다.

역사적 정황으로 미루어 여러가지 견종이 혼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주로 식용이었겠지만 유입경로가 약간 다른 우리나라의 구석기 및 신석기 시대 유물에서도 개의 유골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를 반증하는 것중의 하나일 수 있다.

그리고 다나베 교수가 연구하고 그 뒤에 우리나라 학자에 의해서도 증명된 진돗개의 북방견 유전자 무늬 다수 보유설 중 나머지 10%가 이를 반증하고 있다.

바이칼호 주변의 청동기 문화가 유입되면서 이 지역의 북방견이 한반도 개의 가장 중요한 흐름을 이루었지만 앞서의 논문이 주장하는 유전자 무늬는 시베리아와의 거리에 반비례해서 그 지역의 역사와 주변 환경에 의해 진돗개, 일본개의 순서로 점점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진돗개가 북방견 계통이라 하더라도 단순한 흑백논리로 '이 유전자가 90% 이상 되는 개만이 순수 혈통을 가진 우수한 진돗개'라는 식으로 판별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머지 10%가 주된 유전율을 이루어 개의 형태로 표출될 수도 있기 때문에 결국 북방견 계통의 특성을 살린 우수한 유전자를 잘 유전시키는 개가 바람직한 진돗개인 것이다.

윤희본 한국견협회 회장

입력시간 2001/02/1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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