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때늦은 폭설에 도심이 '설설'

올 겨울은 눈 풍년이었다. 여느 해 같았으면 봄기운으로 훈훈할 2월15일 때늦은 폭설이 내려 서울을 비롯한 중부권이 온통 설국(雪國)으로 변했다. 30cm가까운 눈이 내려 하루 강설량으로는 32년만에 최고라니, 교통대란이 벌어진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덕분에 지하철은 존재가치를 톡톡히 보여 주었다.

월백 설백 천지백(月白 雪白 天地白)이다. 눈 내린 15일. 날씨가 푸근해서인지 퇴근 후 집 근처 쌈지공원으로 나들이 나온 가족들도 적지 않았다.

가로등 불빛을 받아 반짝이는 눈 속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무척 정겨워 보였다. 지붕에 눈을 수북이 실은 채 엉금엉금 기는 자동차의 모습에 홋카이도나 알래스카에 온 기분이 든다는 사람도 있었다.

다행히 기온이 높아 눈이 빨리 녹으면서 17일부터는 주요 도로가 모두 정상소통됐다.

하지만 길에서 꼼짝없이 서너시간을 붙들려 있었던 기억은 아무래도 즐겁지 못하다. 한 때 철도까지 수시간 연착돼 교통대란은 바로 물류대란으로 연결됐다.

농수산물값이 폭등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힘든 서민가계의 주름살을 더 깊게 만들었다. 잇단 폭설에 비닐하우스가 망가진 농민의 시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폭설은 당국의 방재대책 허점을 드러냈다. 그동안 적당히 내리던 눈에 길들린 설해 대책은 기상청의 정확한 예보를 무색케 했다.

눈이 녹은 인도와 차도는 지저분하다. 비축 염화칼슘이 달리자 모래와 섞어 뿌린 탓에 인도는 '물 반 모래 반'이다. 앞으로 수년간은 기상조건의 변화로 겨울철 눈이 많을 전망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도 안 고치는 것 보다는 낫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2/20 17:14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