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전력의 히든카드, 강대국 함대의 최대 위협요소
한국은 209형 잠수함 9척을 보유하고 있다. 209형 잠수함은 전장 56m, 전폭 5.5m, 배수량 1,200톤으로 승무원 30명을 태운다. 수중 최고속도 21~22노트로 두달간 보급없이 작전할 수 있다.
부상시 디젤엔진으로 항진하면서 축전지를 충전하고 잠항시에는 축전지로 모터를 돌린다. 한번 잠항하면 최대 5일간 부상하지 않고 활동할 수 있다. 한국 해군은 209형에 이어 1,500톤급 212형 중형잠수함 건조계획을 갖고 있다.
209형의 덩치는 강대국의 대형 잠수함에 비하면 어린애에 불과하다. 하지만 소음이 극히 적어 은밀성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미 합동훈련에서 대항군으로 나선 한국 잠수함은 철통같은 미 항모전단의 호위망을 파고드는 데 거의 성공한다. 잠수함의 전략적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강대국의 기동함대를 위협해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잠수함은 약자의 히든카드 역할을 한다.
은밀성이 생명, 위치노출은 곧 격침
잠수함은 적의 항만을 봉쇄하는데도 매우 효율적이다. 어뢰를 쏘거나 기뢰를 부설함으로써 적 선박의 항만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
특수부대를 적 해상에 수송할 수 있고 적 잠수함과 수상함정을 공격할 수 있다. 한국의 209형 1번함 장보고함에는 무기체계가 어뢰와 기뢰에 한정돼 있지만 나머지는 하푼 대함미사일까지 탑재하고 있다. 따라서 적 선박에 대한 장거리 공격이 가능하다. 잠수함은 보유 자체만으로 전략적 무게를 가지는 무기다.
잠수함의 이 모든 능력은 은밀성에서 비롯된다. 물 속에 숨어 자신은 감추되 상대방의 움직임은 잡아내는 능력이다.
그러나 잠수함의 위치가 일단 노출되면 피아의 입장은 순식간에 바뀐다. 수상함에 비해 속도가 훨씬 느린 잠수함은 발견되면 생존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보유국들이 잠수함 관련 정보를 극비에 부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항로와 일정은 말할 것도 없다.
하와이 근해에서 사고를 낸 미국 핵추진 공격용 잠수함 그린빌호의 약칭은 SSN-772. SSN은 핵추진 잠수함(Nuclear-Powered Submarine)의 약칭이고 숫자 772는 그린빌호의 고유번호다. 로스앤젤레스급으로 불리는 것은 동형 1번함의 이름이 로스앤젤레스호이기 때문이다. 잠수함은 약칭을 보면 동력원과 잠수함의 기능을 알 수 있다.
SS는 재래식 동력 잠수함을 이른다. 1954년 1월21일 미국 원자력 잠수함 1번함 노틸러스호(SSN-571)의 진수 이전에 만들어진 잠수함은 모두 여기에 속한다. 물론 209형과 같이 그 이후에 만들어진 것도 원자력 추진이 아니면 SS 약칭을 갖게 된다.
한국 해군의 209형 8번함인 이순신함은 SS-068로 불린다.
SSK(Hunter-Killer Sub)는 다른 잠수함을 찾아 공격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재래식 동력 잠수함이다. SSG(Guided Missile Sub)는 주요 공격수단으로 순항미사일을 탑재한 재래식 동력 잠수함.
이때 미사일은 핵탄두와 비핵탄두 모두 포함된다.
SSGN(Nuclear-Powered Guided Missile Sub)은 SSG와 기능이 같되 동력만 원자력이다. SSB(Ballistic Missile Sub)는 핵탑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재래식 동력 잠수함이다. 이에 대해 SSBN(Nuclear-Powered Ballistic Missile Sub)은 원자력으로 추진되는 핵탑재 탄도미사일 발사함이다.
3대 핵전력중 하나
다양한 잠수함의 개발은 강대국, 특히 과거 미ㆍ소 대응전략의 소산이다. SSB와 SSBN은 핵미사일 발사 플랫폼으로 잠수함이 이용된 경우다. 미ㆍ소간 핵 억지전략은 흔히 '상호확증파괴'(MAD)로 불렸다.
이것은 선제공격을 받더라도 충분한 보복공격용 핵미사일을 보존할 수 있다면 어느 일방이 선제공격을 할 수 없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해저나 남ㆍ북극 빙하 밑에 숨은 채 끊임없이 움직이는 핵탑재 잠수함은 적의 선제공격에 대해 높은 생존력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소련은 잠수함 탑재 핵미사일과 지상 사일로의 핵미사일, 상시 체공중인 전략 핵폭격기로 구성된 3대 핵전력을 갖췄었다.
잠수함은 냉전기 핵 억지수단으로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다. 러시아의 골프급과 타이푼급, 미국의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이 목적으로 건조됐다.
그린빌호와 같은 SSN 공격용 잠수함은 항모전단을 보호하기 위해 건조됐다. 소련이 압도적인 화력을 가진 미 항모전단에 대응해 잠수함 기습작전을 채택하자 미국이 다급해졌던 것. 잠수함을 잡는 가장 효과적 수단은 잠수함이다.
미국은 항모전단에 은밀히 접근하는 소련 잠수함을 잡기 위해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을 개발했다. 62척이 건조된 로스앤젤레스급은 26개의 수평ㆍ수직 발사관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8발과 어뢰 14발 등을 장착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은 걸프전에서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탈냉전기에도 그 역할이 줄지 않았다.
미국의 최신, 최고속 핵추진 공격용 잠수함은 시울프급이다. 로스앤젤레스급의 후속기종으로 1997년 1번함이 취역한 시울프급은 척당 건조비가 21억 달러에 이른다.
현재 2척이 취역했으며 3번함은 2002년 진수된다. 수중 배수량 9,150톤에 수상함의 속도와 비슷한 25노트 이상의 속도를 자랑하는 시울프급은 소음을 크게 줄여 스텔스성이 매우 높다.
전략적가치 갈수록 높아져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기존 잠수함의 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연료보급이 사실상 필요없고 디젤엔진과 달리 배터리 충전을 위해 부상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원자력 엔진의 강력한 파워로 인해 선체를 크게 키웠지만 속도는 더 빨라졌다. 바닷물을 분해해 물과 공기를 만들기 때문에 내부에는 샤워장과 세탁소까지 갖추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급 잠수함은 최대 6개월간 부상하지 않고 물속에서 사냥감을 찾거나 공격명령을 기다리며 대기할 수 있다.
잠수함의 발전은 대형화, 고속화, 은밀화, 자동화, 무장의 다양화 과정을 밟아왔다.
대양함대의 필수적인 한축으로, 또는 독자적 대양작전을 위해 잠수함의 이같은 발전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조지 부시 행정부가 항공모함보다는 잠수함 전력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단 뽑은 칼보다 칼집에 꽂혀있는 칼이 더 무섭다면 잠수함이 바로 그 격이다.
입력시간 2001/02/20 17:31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