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대학] 인터넷으로 학사모 쓴다

'인터넷만으로도 학사모를 쓸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사이버대학의 시대가 열린다. 1999년부터 15개 기관과 65개 대학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었던 사이버 대학중 일부가 지난해 11월 교육부로부터 정식 설립인가를 받고 오는 3월부터 첫 신입생을 받는다.

이번에 문을 여는 사이버 대학은 모두 9곳. 이중 4년제 학사학위 과정은 7곳이고 경북 외국어 테크노 대학이 설립한 경북 사이버 대학(www.kcc.ac.kr)과 한성신학교의 세계 사이버 대학(www.world.ac.kr)은 2년제 전문학사 학위과정을 개설한다.

아직 대학원 과정은 없지만 이수학점(전문학사는 80, 학사는 140)을 채우면 졸업 후 오프라인의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다.

4년제 사이버 대학에는 재단법인 서울 사이버 대학(www.iscu.ac.kr)과 학교법인 경희 사이버 대학(www.cyber.khu.ac.kr), 세종 사이버 대학(www.cybersejong.ac.kr) 등이 있으며 나머지는 여러 대학이 공동으로 구성한 컨소시엄 형태다.

성균관대 등 14개 대학이 모여 만든 열린 사이버 대학(www.ocu.ac.kr), 동아대 등 22개 대학이 구성한 서울 디지털 대학(www.sdu.ac.kr), 고려대와 삼성 SDS, 컴팩이 손을 잡은 한국 디지털 대학 (www.koreadu.ac.kr), 연세대 등 37개 대학이 연합해 만든 한국 사이버 대학(www.kcu.or.kr) 등이다. 9개 대학의 첫 학기 입학정원은 모두 6,220명.


9개 사이버대학에 39개학과 개설

사이버 대학이란 말 그대로 사이버 세계에 존재하는 대학. 도서관이나 학생회관은 물론 캠퍼스도 없다. 학기초에 개설될 강의과목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되면 학생들은 역시 인터넷으로 수강신청을 한다.

강의도 홈페이지를 이용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강의실도 없는 셈이다.

질문이 있는 학생은 수업시간에 손을 들거나 교수 연구실로 찾아가는 대신, 이메일을 보내면 된다. 교수가 이메일이나 동영상으로 대답을 해준다. 강의 역시 동영상 파일 등을 이용해 진행되고 토론은 게시판을 이용한다.

단, 실험이나 실습 등 특별한 경우에 한해 오프라인 대학의 강의실을 빌려 대면(對面)수업을 하게 된다. 시험도 강의실에서 보지 않는다. 인터넷을 이용해 치러진다.

수업이나 과제물 작성에 필요한 자료는 전자도서관을 이용, 마우스를 클릭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정보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학생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는 사이버 대학은 학과나 개설과목 면에서도 일반 대학과 다르다. 9개 사이버 대학이 설치한 학과는 모두 39개.

각 대학마다 2~7개의 학과가 있으며 학과별로 전임교원 1명과 조교 1명 이상을 두고 있다.

인터넷 컨텐츠과, 인터넷 경영학과, 인터넷 어학과, e-비즈니스과, 디지털 멀티미디어과, 디지털 경영학과, 컴퓨터 디자인과, 게임 PD학과, 벤처경영학과, 사이버 NGO과 등 주로 오프라인 대학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디지털 관련 학과들이 주종을 이룬다.

개설 과목은 9개 대학을 모두 합하면 학기당 300~400여개에 이른다. 컨텐츠 마케팅, 통신 프로토콜, 전자상거래 및 보안, 스프레드 시트, 웹 사이트 구축 실습 등 역시 낯선 과목이 많다.


서류전형·면접, 디지털관련학과가 주종

이처럼 학과나 과목이 일반대학과 다른 이유는 사이버 대학이 설립취지 및 이념에서 기인한다.

사이버 대학은 법령상 고등교육법에 의한 학교가 아니라 평생교육법에 따른 평생교육 시설이다. 즉, 평생교육을 위해 경제적 이유나 시간, 공간적 제약으로 인해 대학에 들어가기 힘든 사람에게 손쉽고 다양한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곳이다.

고졸 이상의 학력이면 나이에 관계없이 서류전형과 면접 만으로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교육부도 사이버 대학을 인가하면서 근로청소년 등 교육 소외계층을 위한 교육기관임을 명시했다.

그러므로 사이버 대학은 단순히 학위취득 뿐 아니라 자격취득, 직무교육, 특수교육, 전문인력 재교육 등을 총괄한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졸업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오프라인 대학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달초 마감된 사이버 대학의 1차 신입생 모집에는 처음이라 그다지 많은 사람이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대부분의 대학이 모집정원을 초과했다. 9개 대학 평균 경쟁률은 2.5대 1.

한국 디지털 대학이 900명 모집에 2,631명이 지원, 2.9대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세종 사이버 대학이 2.83대 1, 그리고 800명 모집에 2,224명이 지원한 서울 디지털 대학이 2.78대 1이었다.

학과별로는 서울디지털 대학의 멀티미디어 학부(4.76대 1), 한국 디지털 대학의 디지털 미디어 학과(3.9대1), 서울 디지털 대학의 e-경영학부(3.58대 1), 경희 사이버 대학의 e-비즈니스과(3.22대 1) 등에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그러나 복수지원자가 많아 지난달 말을 전후한 각 대학 합격자 발표에서는 일부 학과가 정원을 채우지 못해 현재 추가모집 중이다.

서울 디지털 대학의 경우 800명 합격자의 평균 연령은 31세.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18세에서 환갑을 넘긴 62세까지 넓게 나타났다.

이중에는 멀티미디어 학부에 입학한 윤경은(60) 서울여대 총장과 양손이 없는 1급 장애자로 e-경영학부에 합격한 김용준(31)씨를 비롯, 의사인 서명균(40)씨, 미국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이은주(31)씨 등 눈길을 끄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또 합격자의 76%가 직장인이어서 평생교육이라는 사이버 대학의 취지가 일단은 폭넓은 호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제 첫 발을 내딛는 사이버 대학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첫째, 등록금이 비싸다. 대부분의 사이버 대학이 책정한 등록금은 학기당 100만원 내외. 학점당 6만~8만원을 내야하고 별도의 입학금 10만~36만원을 내도록 한 곳도 있다.

이 액수는 일반 대학의 절반 정도이나 입학금 4,050원, 기성회비 15만2,000~16만2,000원, 수강과목수에 관계없이 학기당 등록금 17만~18만원인 방송통신대보다 훨씬 비싸다.

이밖에 인터넷 전용선 설치 및 이용료 등을 합하면 일반 대학과 별 차이가 없어진다.

학교측으로서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든데다 서버 구입과 컨텐츠 제작에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등록금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평생교육 시설인 사이버 대학이 투자비용을 학생에게 부담시키는 것은 본래의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용준 서울 디지털 대학 기회팀장은 "등록금은 학생수와 반비례한다"며 앞으로 정원이 늘어나면 등록금은 낮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또 "각 대학이 네트워트 운영경험을 살려 기업의 재교육 등 수익사업을 벌여 학생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싼 등록금, 사회적 인식 등 문제점도

둘째, 교육 컨텐츠의 문제다.

각 대학 홈페이지에서 시범강의를 본 사람들은 멀티미디어가 아닌 동영상과 텍스트가 결합된 컨텐츠의 평이한 형식에 대해 다소 실망하게 된다.

또 일부 과목, 특히 대학의 기본이 되는 교양과목의 경우에는 내용에 있어서도 학생의 욕구를 채워주기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이화여대 등 10개대 총장과 사이버대 관계자 13명, 삼성 SDS 등 대기업과 교육 컨텐츠업체 17개가 모여 출범한 사이버 교육학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분명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영상 하나 제작하는데도 적지않은 돈이 든다. 또 사이버 강의는 오프라인 강의에 비해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5배 이상의 노력이 든다. 시장의 확대를 전제로 시간이 필요하고 정부의 협조도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셋째, 모든 것이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기술적인 문제로 인한 돌발상황이나 부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

컴퓨터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강의나 시험 등이 중단될 수 있고, 일일이 얼굴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대리출석 및 대리시험 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디지털 대학은 이를 막기 위해 로그인시 음성인식 장치를 이용하고 시험은 인증서 협정을 맺은 전국 15개 컴퓨터 학원에서 보도록 했으며 타대학도 각종 보안장치를 마련 중이다.

또하나 보다 근본적인 염려가 있다. 간판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 풍토에서 사이버 대학이 얼마나 뿌리를 내릴 것인가 하는 점이다. 원론적으로 사이버 대학의 졸업장은 오프라인 대학의 졸업장과 동등한 자격을 가진다.

그러나 설립취지와는 다르게 유명무실해진 독학사 제도의 경우에 빗대어 과연 사이버 대학 졸업이 얼마나 인정을 받을지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회의적인 사람이 적지 않다.

한 사이버 대학의 관계자조차 "법적으로는 사이버 대학이 오프라인 대학과 동등하지만 사회적으로도 같은 대접을 받을지는 자신이 없다"고 실토한다.

사이버 대학이 빠른 시일 내에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각 대학의 부단한 투자 및 노력과 함께 교육인적자원부의 보다 거시적이고 전폭적 지지가 필수적이다.

사이버 대학 증설 및 정원 확충, 오프라인 대학생에게 한정된 평생교육사와 보건복지사 자격증 취득, 사이버 대학 재학생의 입영연기 문제 등 현안은 많다.

교육부 평생교육과의 서명범 과장은 "평생교육사 부분은 사이버 대학을 교육부 장관 지정 양성기관에 포함시켜 자격증 취득을 가능케 할 예정이고 보건복지사 자격증은 보건복지부에 협조를 요청했다.

병역 문제도 대상자를 파악한 다음 국방부와의 협의를 거칠 것"이라며 "학교 증설이나 정원 확충 등의 문제도 결국은 대학의 자율에 맡기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는 아직 개교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지원책을 제시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기대와 우려 속에 출발하는 사이버 대학의 실질적인 성과는 첫 입학생이 졸업하는 4년 후면 검증된다.

주간한국부 김지영 기자

입력시간 2001/02/20 19:21


주간한국부 김지영 koshaq@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