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러시아 마피아와 얽히고 설킨 인생

■ 랜시드 알루미륨, 딜리버리

최근의 범죄영화는 착하게 살아야한다고 마무리짓지 않는다. 예전 영화들이 늘 당하기만 하는 착한 주인공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했다면, 요즘 영화는 적당히 타락한 주인공과 모험을 하는 기분이라 한결 편해졌다고나 할까?

모든 것을 갖추고 태어나 나쁜 일을 저지를 이유가 없는 선인보다, 불우한 과거사로 인한 결핍감 때문에 악당이 되지 않으면 안되는 조연에게 더욱 공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도 된다.

여기 두편의 영화속 젊은이들도 범죄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있다. 섹스, 마약, 폭력과의 고리를 끊느라 고생하느니,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가 오히려 솔직하고 진지해보인다. 남에게 결정적인 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에드워드 토마스 감독의 2000년 작 <랜시드 알루미늄:Rancid Aluminium>(18세, MV- net)은 영국산이다. 현실적이고 다급한 상황에 러시아 마피아를 끌어들여 비상식적 진행과 결말을 끌어낸다. 파벨 룽겐의 <라이프 인 레드>와 같은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 러시아 마피아에게는 지나친 과장에서 오는 코믹한 상황이 빠지지 않는 것 같다.

피트 톰슨(라이스 아스펜스)은 30살이 넘도록 어려움이란 걸 모르고 살았다. 아버지 회사에 이름만 내건 부사장일뿐 업무는 불알 친구이자 형제에 다름없는 숀 디니(조셉 파인즈)가 다 알아서 해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트는 마약 공급책인 해리와 예쁘고 착한 연인 사라(타라 핏제랄드)만 있으면 되었다. 헌데 아버지가 할아버지될 기회도 안주고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피트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 엄청난 빚과 50만 파운드의 세금고지서만 남기고. 숀은 러시아 마피아의 돈을 끌어들여 회사를 살리자고 한다.

현실을 외면하고 살아온 젊은이가 러시아 마피아와의 거래로 인해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과정을 스피디하게 그리고 있다. <노팅 힐>에서 주인공 휴 그란트의 어벙한 룸 메이트를 연기했던 라이스 아스펜스, <엘리자베스>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귀족형 미남 배우 조셉 파인즈의 연기 변신으로도 기억될 영화.

로엘 르네 감독의 1999년 작 <딜리버리:The Dilivery>(18세, 우성)는 네덜란드산이다.

마약배달에 나선 두 젊은이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연루되면서 엄청난 고생을 한다는 로드 무비.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상황과 긴박감 조성 덕분에 네덜란드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차가 전복되는 바람에 빚 탕감할 배달 물건을 날린 가이(프레디 더글라스)와 알프레드(페자 반 휴엣)는 어쩔 수 없이 악당 스파이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가 공중전화로 지시하는 코스를 따라 4일 안에 마약을 스페인까지 배달하는 것.

가이의 아내 앤을 인질로 잡힌 두 젊은이는 일정표와 공중전화 부스 목록, 1만 달러의 경비를 받아들고 벨기에 국경에 이른다. 도중에 룰루(아리엘 메리엘)라는 아름다운 아가씨를 태우지 않았다면 만사형통이었으련만. AAU(반유럽 통합군대)의 일원이었다는 룰루 덕분에 두 젊은이는 AAU 조직과 경찰, 그리고 악당 스파이크에게 쫓기게 된다.

다른 사람이 바라거나 지시하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기위해, 평생 사랑에 빠질 수 없을거라는 예언이 잘못된 것임을 증명하기위해, 험난한 여정을 완주하는 젊은이들이 대견하다.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2/20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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