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위한 軍살 빼기인가

군 정예화 제쳐놓은 채 정치문제로 왜곡

국방부의 군 인력감축안이 논란이다. 때마침 불거진 주적 개념과 맞물려 논란은 정치적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군 인력감축 논란의 시발점은 국방부가 지난 2월6일 조성태 국방장관 명의로 각군에 시달한 '인건비 10% 감축을 위한 지침'이다.

이 지침은 국방부와 합참, 각군 본부의 중령급 이상 현역장교와 4급 이상 일반직 공무원 등 상위직 20%를 감원하기로 했다.

또 육군 군사령부와 해ㆍ공군 작전사령부, 기무사, 조달본부 등 국방부 직할부대와 연구기관, 교육기관 등은 총인원의 10%를 감축하기로 했다. 지침에 따르면 감원의 초점은 전투부대가 아닌 행정ㆍ지원부서에 맞춰져있다.

국방부는 이같은 지침과 함께 이달 말까지 자체적인 인건비 절감 및 인력감축 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도록 각군에 지시했다.


"왜 하필 1%냐" 곱지않은 시선

국방부는 "이번 지침의 목적이 조직의 슬림화에 있다"고 밝혔다. 전투력을 유지하면서 군살은 빼겠다는 이야기다. 미국과 일본, 러시아도 인건비 절감을 위한 군인력 감축이 국방혁신 차원에서 5~25% 수준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침에 대한 군 안팎의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우선 '왜 하필 10%냐'는 지적에서 지침이 나온 배경, 각군의 이해득실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군 일각에서는 깜짝쇼의 인상이 짙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더욱이 정치권에서는 이 문제를 주적 개념과 연계해 다분히 당파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있어 문제의 본질을 흐트리고 있다.

여기에는 국방부가 원인제공을 한 측면이 있다. 청와대 보고 등을 통해 제시한 인건비 10% 감축안 및 감원을 비롯한 기업의 구조조정과 보조를 맞추려다보니 졸속으로 지침이 나왔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최근 직업군인의 법정 휴가일수(장교ㆍ하사관 연 20일)를 모두 쓰게 함으로써 미휴가 보상비를 절감하는 등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로는 역부족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10% 절감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세게 밀어부치다보니 각군을 일률적으로 10%씩 줄여야 한다는 발상으로 진전됐다는 지적이다.

육ㆍ해ㆍ공 3군의 이해충돌은 필연적이다. 미래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해군과 공군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확대돼야 하는데 육군과 똑같이 줄이는 것은 비논리적이기 때문이다. 육군도 자기 살을 가장 많이 도려내는 것을 반길 리 없다.

어쩌면 일률적 감축은 조정이 매우 힘든 사항을 회피해서 내려졌는지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군이 장차 장교와 하사관 위주의 기간편성 체제로 이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령 이상 장교의 일방적 감축에 반대하고 있다.

이같은 비판은 인건비 감축안이 전반적인 군개혁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문에서 출발한다. 군은 1999년 마련된 국방기본정책서에 따라 기술집약형 선진군대를 향한 개혁을 추진중이다. 지상군 중심의 병력구조를 지양하는 대신 전략무기와 첨단전자장비를 갖춘 정보과학군으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사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해마다 늘고 있다. 1999년 36.6%에서 2000년 38.5%, 2001년 42.1%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인건비 상승은 수적 증가와 궤를 같이 한다. 2000년도 국방백서에 따르면 현재 한국군은 육군 56만명, 해군 6만7,000명, 공군 6만3,000명으로 모두 69만여명이다. 10년간 약 10만명이 증가한 수치다.


인건비 해마다 증가, 별값 못하는 장군도

전반적인 병력수가 늘어나면 일반병과 하사관, 위관, 영관, 장성의 숫자가 거의 동일한 비율로 늘어나게 된다. 별을 달고도 과거 같은 계급이 가졌던 보직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별 값을 못하는 별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인건비 비율증가는 신무기 구입 등 전력증강비의 몫을 줄이게 마련이다. 1989년 국방예산에서 전력증강비가 차지했던 비율이 38.1%인데 비해 2000년에는 37%에 머물렀다.

하지만 전쟁의 양상은 가속적으로 테크놀로지 의존형으로 변하고 있다. 전력증강에 소홀하면 머릿수에 의존하는 영세성 군이 될 수 밖에 없다.

주한미군을 제외한 남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현재 북한을 100으로 잡았을 때 남한은 75 수준이다. 군 당국이 3군 병력과 주요 전투장비의 질과 양을 계량적으로 계산해 도출한 결론이다. 이같은 격차는 군 구조개혁과 이를 통한 장비의 첨단화없이는 해소할 수 없다.

따라서 국방부의 인건비 10% 감축 지침은 전반적인 군의 재구조화의 일환으로 진행된다면 반대할 이유가 별로 없다. 군사평론가 지만원 박사는 방만한 군인력 유지비 개혁을 위해 3가지를 주장했다.

우선 비전투 인력의 통합화. 중복 편성된 군수, 통신 등 비전투부대를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육군의 축소와 공군의 증강.

기술집약성이 가장 약한 보병을 줄이되 억지력과 충격효과가 가장 큰 공군을 주축으로 한 전략부대를 창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셋째는 인플레된 장교와 장군의 보직 및 계급 재조정이다.


군의 효율적 구조창출 이뤄져야

하지만 국방부 지침을 주적 개념과 연계하거나 일방적 군축과 동일시하는 정치권의 비판은 위험하다.

북한이 주적이라고 해서 군 구조개혁을 안할 수는 없다. 문제는 주적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군의 구조를 창출하는데 있다. 마찬가지로 병력축소를 군축과 동일시하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다.

병력이 많다고 전투력이 강한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의 120만 병력에 맞춰 남한이 군병력을 늘이는 것은 바보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비판에는 귀담아들을 부분이 있다. 권철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2월11일 국방부 지침에 대해 "군 인력감축을 상쇄할 수 있는 전력현대화 방안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해군참모총장 출신의 민주당 유삼남 의원도 같은 맥락에서 "시류에 편승한 한건주의식 졸속정책"이라고 말했다.

유 의원은 "국방부의 계획은 미래 정보과학군 건설이란 장기적 목표에 따른 검토없이 발표돼 군 구조 발전방향에 역행할 뿐 아니라 군 인사 정책의 혼선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육ㆍ해ㆍ공군의 인사 불균형 문제를 선결하고 고위직부터 줄이되 군 전투력 유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2/20 19:46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