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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이야기(10)] 진돗개의 정체

[개 이야기(10)] 진돗개의 정체

어떤 사람들은 우리의 대표적 토종개인 진돗개를 더욱 잘 보존하기 위해 여러 대(代)를 거치면서 순수 유전인자를 가진 개를 모으는, 이른바 '유전자 세탁법'을 이용해 진돗개의 순도를 높여가는 방법을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숨어있던 열성인자까지 찾아내어 우리가 알고 있는 진돗개와 전혀 다른 형태와 성품을 가진 뜻밖의 개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유전자상의 주소에 한번 찍힌 유전인자의 성향은 그리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진돗개의 혈통 속에는 시련과 극복의 우리 역사가 말해주듯 별별 견종의 흔적이 다 남아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멀리는 정체를 분명히 알 수 없는 구석기시대의 개를 비롯한 상고시대의 개로부터, 차우차우 등 중국개, 일본개를 비롯하여 심지어 조선시대 민화인 투견도에 나오는 마스티프종까지도 진돗개의 유전자 어느 한 귀퉁이에 자리잡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이런 것들을 진돗개라는 견종 역사의 특성상, 그 흔적이 존재할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절대로 진도견 종의 한 생김새의 특성으로 끌어내어 인정할 수는 없다.

이런 인자들을 모두 인정하게 되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진돗개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진돗개가 생겨날 수도 있거니와 강한 특성과 절제의 미를 상실한, 다시 말해 순종으로서의 품위와 특성을 상실한 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떤 면에서 진돗개는 북방견의 유전적 특성을 주류로 하는, 또다른 독립된 혈통을 형성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진돗개의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개의 순종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순수 혈통 내에서 더 우수한 개를 번식하기 위한 육종학적 연구로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진돗개의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진돗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 개의 여러 가지 면모와 한계도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다.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극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진돗개를 키우면서 번식에 열중하는 것은 결국 더욱 우수한 진돗개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우수견에 대한 판단은 밖으로 드러나서 우리가 알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그런 성품과 외형적 생김새와 이런 요소의 유전률을 근거로 해야 하는 것이다.

참고로 일본이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시바견의 경우 남방계의 혈통이 50%를 넘나드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표현하기보다는 자체 유전자 속에 내재된 북방견의 인자를 표현하는 쪽으로 번식의 방향을 설정하여 오늘날의 품성과 형태가 걸출한 개종을 만들어냈다.

이는 잡종화에 의한 성과라기보다 번식의 방향 설정의 성과다. 남방견 쪽의 인자보다는 북방견 쪽을 선택한 이유는 간명하다. 시바견을 더욱 우수한 견종으로 만들기 위하여 견학적으로 더 우수한 특성을 선택한 것이다.

이런 성과는 순수 혈통 번식에서도 그 방향을 어떻게 선정하는냐에 따라 견종의 성패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방향 설정의 성과는 오늘날의 우리 진돗개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토종개들이 보존되고 있는 현실은 외국에 비해 너무 낙후되어 있다. 그런 와중에 그래도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보급되어 있는 견종이 진돗개다. 진돗개는 완만한 산과 들에서 노루를 사냥하는 개로도 쓰이고, 거친 산악에서 오소리나 멧돼지와 같은 맹수를 사냥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진돗개는 산과 들을 달리기에 유리하게 늘씬하게 생긴 개도 있고 힘과 민첩한 동작을 보유하기 위해 당당하면서 노루개보다 약간 작은 듯한 개도 있다.

진돗개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예를 들면 고려 때 몽고군이 진도에 있었던 말 목장을 지키기 위해 들여온 개가 조상이라는 설도 있고 진도에서 늑대와 개가 교배하여 생긴 개가 조상이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이는 근거나 관련 자료가 명확치 않은, 어디까지나 속설에 불과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 진돗개의 혈통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초창기 진돗개의 혈통 형성에는 가축화한 개로써 정확하게 그 혈통의 개념을 정립하기 힘든 구석기시대의 개와, 또 후에 북방견의 본류인 신석기 및 청동기 시대 개의 혈통이 먼저 광범위하게 혼재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 몇천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크고 작은 역사적 사건에 의해 중국을 비롯한 다른 혈통의 개들이 더 혼종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으로 우리 개 혈통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리 민족의 역사다. 그리고 이 땅의 풍토와 환경도 우리 개의 생김새와 행태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윤희본 한국견협회 회장 anydoc@lycos.co.kr

입력시간 2001/02/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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