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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타열전(49)] 이네트 박규헌사장(下)

[벤처 스타열전(49)] 이네트 박규헌사장(下)

이네트의 첫 전자상거래 솔루션 '커머스 21'의 성공적인 출발은 박규헌 사장에게 큰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IMF 위기로 사업의 방향과 성공 가능성을 놓고 바닥까지 떨어졌던 마음의 부담도 깨끗이 털어냈다.

"이 길이 맞구나 싶었어요. 지난해 각광을 받은 벤처기업을 쭉 한번 둘러보세요. 처음에 시작했던 비즈니스가 아니라 어쩌다 손을 댄 분야가 '소 뒷걸음질에 쥐 잡기'식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바람에 자리를 잡은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네트는 가는 길이 넓어졌을 뿐 처음이나 똑같죠."

그렇다. 인터넷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겨냥하고 걸어온 길을 이네트는 그대로 가고 있다. B2C용 전자상거래 솔루션으로 시작한 제품이 B2B(기업간 전자상거래)를 거쳐 고객관리의 eCRM으로,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모바일로 영역을 넓어졌을 뿐이다.

주력제품으로 떠오른 B2B의 솔루션 용량은 B2C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적게는 몇배에서 많게는 몇백배에 이른다.

이네트의 B2B 솔루션은 XML기반으로 구축해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수용할 수 있고, 다른 B2B 마켓플레이스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도 용이하다. 또 거래에 필요한 전 과정을 원스톱(one-stop)으로 처리한다.


미래를 내다본 어려운 결단

이네트는 이미 화학, 섬유, 수산 등 많은 분야에서 삼성물산과 함께 B2B 마켓플레이스 구축에 참여했고 IT관련 B2B 마켓플레이스인 아이티맥스(ITMex), 석유거래 관련 B2B 사이트인 오일팩스(Oilpex), 건설플랜트 관련 B2B 사이트인 엑스메트릭스(Xmetrix) 등 10여곳의 사이트 구축을 마쳤거나 진행중이다.

eCRM쪽에서도 천리안몰, 삼성전자, 하나로통신 등 대표적인 국내 사이트들의 시스템 구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네트에서 B2C 비중이 50%를 차지하고 있어 B2B와 eCRM 분야를 더욱 넓혀나가는 게 2001년의 목표다.

새 천년을 앞둔 1999년은 박 사장에게 도전이자 위기의 해였다. IMF 위기가 완전히 걷히지는 않았지만 국내에서도 인터넷 열기가 확산되고 있었다. 그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1~2년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확신했다. 그리고 승부수를 던졌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B2C 솔루션을 B2B로 옮겨가고, 시장도 국내에서 해외로 넓히기로 결단을 내렸어요. 자본과 사람이 크게 모자라는 상태에서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내려니 힘에 부쳤겠어요. 되돌아 보면 가장 큰 도전이자 위기였지요."

그것은 어렵고 힘든 결정이었다. 가진 돈과 인력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잘 알고 있는 박 사장에겐 B2B솔루션 개발과 해외진출, 그것도 하나가 아니고 둘씩이나 한꺼번에 해낸다는 건 무리였다.

그러나 "그건 이네트의 미래였기 때문에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렇게 시작한 이네트의 해외법인은 이제 제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일본 현지법인인 커머스21은 다이마루 백화점과 라이코스 재팬 등 20여곳에 솔루션을 공급하면서 미국의 브로드비전에 이어 일본내 시장 점유율 2~3위권을 확보했다.

미국 현지법인도 순항중이다. 지난해에는 중국에도 현지 사무소를 세우고 솔루션의 현지화를 완료했다.

올해에는 아시아에서 전자상거래 솔루션분야 1등기업으로 자리를 굳히는 게 목표다. 가장 큰 경쟁사는 역시 미국기업인 아리바와 커머스원. 국내에 B2B시장이 채 형성되기도 전에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시작한 기업이다.


임직원의 지분이 사장보다 많아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박 사장의 경영관은 그의 좌우명인 '신독'(愼獨)이란 말에서 엿볼 수 있다.

사서(四書)가운데 하나인 대학(大學)에 나오는 신독은 '홀로 있을 때에도 몸가짐을 삼간다'는 뜻으로, 행동이 한결같아 곁에 누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히 수행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그는 조직 내에서 자발적인 리더십을 중시한다.

"자발적 리더십은 그냥 발휘되는 게 아닙니다. 주변환경이 받쳐줘야죠. 의사결정에 참여도 못하면서 자발적으로 조직을 리드한다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자발적 리더십 환경조성을 위해 박 사장은 회사 주식을 내놓았다.

현재 임직원의 이네트 지분은 27%로 오너인 박 사장(22%)보다 많다. 직원의 지분이 오너보다 많은 건 보통의 기업에서 생각하기 힘든 일. 모든 조직 구성원이 수평적이고 평등한 관계로 엮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네트에선 직급 호칭을 생략하고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타이밍과 아이템의 중요

그는 "벤처기업의 창업과 경영에는 타이밍과 아이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템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서면 강하게 밀어붙여 시드머니(종자돈)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요. 환경이 좀 바뀌었다고 해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보면, 시간만 가고 사업 집중도 되질 않지요. 이게 사업의 1단계인데, 여기에서 무너지면 그걸로 끝입니다."

2단계는 환경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시기다. 그만큼 위험도 크다. 박 사장의 말대로라면 이네트는 현재 2단계에 진입한 상태.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면서 전체 흐름을 끌어가고, 회사의 비전을 메이킹하는(만들어내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믿는다.

물론 선택에 따른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박 사장은 2단계에서 사업 흐름을 끌어가는 분야로 eCRM과 모바일을 선택했다. eCRM은 조만간 5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모바일은 미국과 일본의 모바일 제품전시회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네트는 2000년 한해동안 인터넷의 급격한 확산으로 부쩍 커졌다. 인원도 100명 이상 늘었고, 사무실도 좁은 역삼동에서 널찍한 현재의 잠실쪽으로 옮겼다.

조직도 B2B, B2C및 eCRM, 글로벌, 금융사업본부 등으로 재편하고 각 사업본부에 관리 마케팅 기술 인력을 배치했다. 궁극적으로는 성과급제를 도입해 사업부별 성과에 따라 연봉을 차등 지급할 계획이다.

주변에서는 사옥을 마련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으나 박 사장은 거절했다고 한다. 사옥과 같은 고정자산에 투자하면 유동성 문제를 일으켜 기업의 위험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어떤 방식으로든 전자상거래(BtoAll)를 할 수 있는 e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는 이네트. 이 회사가 닷컴(.com)기업의 퇴조흐름 속에서도 고속성장을 계속할지 지켜보자.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1/02/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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