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神은 왜 꿈꾸는 자의 빛을 앗아가는가

<시사실> 어둠 속의 댄서

'어둠 속의 댄서'는 춤 영화가 아니다. 춤을 추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기는 하지만 여기에서의 춤은 대개의 춤 영화에서 보여지는 육체의 격렬한 움직임도, 내면의 감정적 폭발도 아니다. 단지 주인공이 가지는 희망의 상징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직업댄서도, 댄서지망생도 아니다. 점차 시력을 잃어가는 노동자, 자식에게만은 그 끔찍한 고통을 유전시키지 않으려 몸부림치는 어머니다.

체코에서 이민온 셀마는 시력을 상실하는 병을 앓고 있다. 열세살 난 아들 진도 수술을 받지 않으면 장님이 될 운명이다.

셀마의 유일한 삶의 목표는 아들에게 수술을 시켜주는 것. 이를 위해 두꺼운 뿔테 안경에 의지해 날이 갈수록 흐려지는 눈으로 밤낮없이 공장에서 일을 한다.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는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뮤지컬 연습.

뮤지컬은 그에게 벅찬 삶을 버텨내게 해주고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그 무엇이다. 셀마는 틈만 나면 뮤지컬 배우가 되어 노래하고 춤추는 상상을 즐긴다.

수술비가 다 모여갈 즈음, 셀마는 이웃에 사는 경찰관 빌에게 실명할 것이라는 비밀을 얘기한다. 아내의 사치로 가산을 탕진했으면서도 아내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그의 비밀을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빌은 거의 앞을 못보게 된 셀마의 처지를 이용해 돈을 훔치고, 목숨보다 소중한 돈을 찾으려던 셀마는 본의 아니게 빌을 살해한다. 그는 아들의 수술에 지장이 될까 사건 정황에 대해 일체 입을 다물고 교수대로 가는 107 발자욱의 걸음을 옮긴다. 목에 올가미를 건 마지막 순간, 셀마는 춤과 노래를 상상한다.

어찌 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줄거리다. 그러나 영상과 사운드가 이야기와 결합된 영화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충격적이다. 영화는 등장인물의 감정을 마치 뜨거운 쇳물처럼 끊임없이 보는 이의 머리 위로, 가슴 위로 쏟아붓는다.

특히 마지막의 교수형 장면은 비슷한 소재를 다룬 그 어떤 영화에서도 느끼기 힘든 감정의 통증과 상실감을 경험하게 한다. 과연 '유로파', '브레이킹 더 웨이브', '킹덤'을 만든 라스 폰 트리에의 작품답다.

지난해 칸느 영화제에서 객석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는 말이 실감난다. 또 쉴 틈없이 사용되는 클로즈 업과 들고찍기는 좌석에 앉아서도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파리 텍사스' 등을 찍은 촬영감독 로비 뮬러가 100개의 카메라를 사용, 100개의 각도에서 화면을 잡아냈다는 셀마의 상상 속 댄스 신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하나, 감독의 연출력 못지 않게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셀마 역을 맡은 비요크다. 결코 예쁘다고는 할 수 없는, 괴상하게 생겼다 싶을 만한 얼굴에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담아내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실제 어려서 낳은 아들과 살고 있는 경험 탓인지도 모른다.

아이슬란드 출신으로 올해 36세인 비요크는 가수로 더 유명하다. 영화에서 들려지듯 원초적이고 신비하며 강력한 목소리,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작곡으로 이미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바 있다.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지만, 셀마 역을 그보다 더 잘해낼 배우는 없다는 격찬을 받았다. 칸느에서는 여우주연상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다시는 영화에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밖에도 셀마의 친구로 나오는 카트린느 드뇌브, 우유부단한 경찰관 빌역의 데이비드 모스, '파고'로 얼굴이 알려졌으며 셀마를 짝사랑하는 제프로 분한 피터 스토메어 등 진중한 조연들은 '어둠 속의 댄서'를 더욱 빛나게 한다.



[공모]



ㆍ창작 인형극 캐릭터 다자인

춘천 인형극게 조직위원회는 오는 5월 국내 최초의 인형 극장 '물의 나라, 꿈의 나라' 개관을 앞두고 3월 31일까지 제1회 창작 인형극 캐릭터 디자인 공모전을 열고 있다.

초/중고/대학 및 일반인으로 나누어 모집하며 인형으로 제작 가능한 모든 창작 캐릭터면 응모 가능하다. 대상, 금상, 우수작은 소정의 상금과 함께 전시 및 캐릭터 상품으로 개발될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제출 서류는 캐릭터 소개서와 A1 판넬 1점이다. 문의전화(02)764-6546.



[영화]



ㆍ더 댄서

뤽 베송의 이름을 전면에 내건 춤 영화. 그러나 베송은 제작과 각본만 맡았고 감독은 그가 '레옹'을 만들 당시 나탈리 포트마의 통역을 담당했던 신예 프레데릭 가르송이다.

마카레나의 안무자로 알려진 흑인 댄서 미아 프레가 벙어리 댄서로 나와 독무대를 펼친다. '플래시 댄스', '더티 댄싱'등 대개의 춤 영화들이 그러했듯 산만한 즐거리와 엉성한 구성 등 극적인 짜임새는 한참 떨어지고 현란한 춤장면이 영화의 주를 이룬다. 이야기보다 여주인고으이 품 사위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 볼만한 영화. 2월 24일 개봉.


ㆍ더 길티

출세가도를 달리는 변호사와 미모의 여비서가 유혹과 성폭행으로 얽히게 된다.비서는 변호사를 협박하고 변호사는 청부살인을 계획한다. 동명의 베스트 셀러 소설을 앤소니 윌러가 영화화한 전형적인 섹스 서스펜스 스릴러물.

극의 진행과 함께 엎치락 뒤치락하는 상황과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 그리고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반전 등 스릴러물의 공식에 충실하다. '인디펜던스 데이'의 빌 풀만과 차세대 스타로 발돋움하려는 데본 사와, 가브리엘 앤워가 주연을 맡았다. 2월 28일 개봉.


ㆍ초코렛

'개 같은 내 인생', '길버트 그레이프', '사이더 하우스' 등을 통해 잔잔한 인간사를 그려온 라세 할스트롬 감독이 새 영화를 내놓았다. 주연은 길버트 그레이프의 조니 뎁과 프랑스 여배우 즐리엣 비노쉬.

이번에는 드라마라기보다는 로맨틱 코미디다. 제목처럼 초콜릿을 같은 영화다. 고대 마야의 후손으로 사람의 아픔을 치료하하는 운명을 타고났다는 비엔나. 프랑스의 한 마을에서 그가 만든 초콜릿은 먹는 사람의 아픔을 낫게 하는 마력을 발휘한다. 어느날 마을에 보트 유랑민들이 나타나고 그 중 한명인 로는 비엔나와 사랑에 빠진다. 레나 올린, 주디 덴치 등도 출연한다. 2월 24일 개봉.



[음반]



ㆍ루시드 폴

모던 록 밴드 '미선이'의 싱어송 라이터였던 조윤석이 만든 프로젝트 밴드의 동명 타이틀 1집. 미선이에서 선보였던 서정적인 멜로디와 감수성이 보다 강조되었으며 보컬 또한 이전보다 한결 성숙하다고 한다.

노랫말은 세상에 대한 직설적인 냉소가 두드러졌던 밴드 시절에 비해 안으로 삭인 다음 내뱉는 듯한 은유로 바뀌었다. 프로듀서 고기모, 어어부 밴드의 마부와 세션맨 등 언더 그라운드쪽 음악인이 다수 참여했고 머릿곡인 '너는 내 마음속에 남아'는 로드 무비 형식의 뮤직 비디오로도 제작되었다. 스스로 붙인 이름처럼 가을의 투명함 같은 이미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말이다.



[연극]



ㆍ산씻김- 하나의 오보에를 위한 A

죽은 자의 영혼을 깨끗하게 해 극략정토로 보내주는 전라도 지역의 전통 무속 제의인 씻김굿을 연극적 양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고속도로변 한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여인과 소녀들의 제의가 줄거리를 이룬다.

작가인 이현화와 연출자 채윤일은 공포와 전율 광기 비탄의 느낌을 강조하고 있으며 극한의 폭력과 공포를 통해 인간에게 내재된 폭력성을 해방시킨다는 것이 주제다. 이영숙 서영민 정소희 남가홍 김미진 손정민 출연. 3월4일까지 문예회관 소극장.(02)334-5915.


ㆍ에쿠우스

연극계 최고의 베스트 셀러 중 하나로 26마리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소년의 실화를 그린 에쿠우스가 또다시 공연중이다. 한태숙이 연출하고 박정자가 남자 배우들이 도맡아온 다이사트 역으로 출연한다.

스타의 산실 역을 해온 주인공 알런 역은 최민식의 친동생 최광일이 맡아 형에 버금가는 연기를 선보인다. 여섯 마리 말이 질러대는 괴성과 라이브로 진행되는 소프라노의 노래가 극적 긴장감을 더하고 알런과 질이 원작대로 완전 누드로 연기한다. 3월 4일까지 예술의 전당. (02)580-1300



[음악회]



ㆍ봄을 여는 소리들- 오인오색

각 분야의 음악인이 함께 꾸미는 대중적인 크로스 오버무대. 테너 강무림과 소프라노 유영미가 전자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 소리꾼 장사익과 만난다.

레퍼토리 역시 칸초네 '돌아오라 소렌토로', 오페라 '춘화'중 '축배의 노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비발디의 '사계' 등 널리 알려진 곡이다. 반주는 최선용 경기도립 팝스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의 지휘로 뉴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맡는다. 2월 27일 오후 7시30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02)6002-6290.


ㆍ라보엠

제3회 서울 국제소극장 오페라축제의 참가작 중 하나. 푸치니 원작의 '라보엠'을 한국을 배경으로 번안했다. 1980년대 신촌의 청년 예술가가 주인공이며 당시의 시대정신을 되짚어보자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김홍식이 지휘하는 실내악 규모의 오케스트라가 전자 악기 연주와 합쳐져 극의 분위기를 돋군다. 장수동이 연출하고 이지은 최선주 이춘혜 이강호 등 신진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2월 21일~25일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02)566-5282



[전시회]



ㆍ태평양을 넘어서

뉴욕과 파리에서 활동하는 6개국 화가들의 합동전시회. 동서양 작가간 교류를 위해 설립된 켄트협회 주체로 한중일 삼국과 미국 체코 대만 출신의 확 7명이 참여한다.

한국작가로는 뉴욕에서 화랑을 경영하기도 했던 이강자가 '인생은 미로' 등의 설치작업을 선보이고 20년째 파리에서 활동중인 남흥이 '열려진 천년', '열정' 등의 독특한 느낌의 종이 작업을 내놓는다. 2월 28일까지 예술의 전당 미술관.



[콘서트]



ㆍ하춘화 노래 40년

1961년 여섯살의 나이에 '효녀 심청 되오리다'로 데뷔한 하춘화가 가수 데뷔 40주년 기념공연을 갖는다. 200명의 합창단과 100명의 밴드, 80명의 무용수들이 함께 꾸미는 대형무대다.

이제까지 그가 발표한 2,000곡의 노래들 중 '잘했군 잘했어','영암 아리랑', '물새 한말리' 등 최고의 대표곡들과 '황성 옛터', '굳세어라 금순아' 등 귀에 익은 옛노래가 불려진다. 공연수익금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23일 오후 7시, 24일 오후 4시/7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588-7890.

입력시간 2001/02/22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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