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시민단체들이 돌아선 이유…

한국정치에서 시민단체들이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는 딱히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1990년대 말로 접어들면서 대체로 개혁적, 진보적 성향을 가진 이들의 영향력이 무시못할 정도로 커졌음은 부인할 수 없다.

1998년 2월25일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했을 때 시민단체와 DJ의 관계는 당연히 우호적이었다. 그에 앞선 대선과정에서도 양측의 관계는 밀월에 가까웠다.

DJ의 당선에 시민단체의 역할은 적지 않았다. 전폭적 지지든 비판적 지지든, 아니면 차선의 선택이든 시민단체들은 그들의 노선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로 DJ를 지지했다.

지난해 16대 총선 직전의 총선연대 낙선운동까지만 해도 양측관계는 괜찮은 듯 했다.

DJ 집권 3주년을 맞으면서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바뀌었다. 각계를 망라한 시민단체들이 DJ의 성적표를 낙제점으로 매겼다. 사랑이 식으면 미움이 된다고 했던가.

왜 시민단체들이 DJ에 등을 돌리고 있을까. 시민단체들은 표면적으로 DJ가 집권하면 이행하겠다고 한 개혁의 약속을 방기한 데 그 이유를 두고 있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의미있다. 원인이 어디 있든 DJ정부의 정책이 집권까지의 우군이었던 서민, 노동자 등 소외계층에게 불리한 결과를 빚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효율성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애초에 달성 불가능한 '생산적 복지'라는 개념을 내걸었다 슬그머니 '복지'를 포기했다는 것.

효율의 이름 아래 미국식 자본주의 척도를 한국에 적용한 결과, 서민과 중산층이 허약해지면서 시민단체의 존재기반까지 약해졌다는 이야기다. 너무 많은 걸 얻으려 하면 모두 잃을 수도 있다는 진리는 DJ의 지난 3년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른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2/27 18:07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