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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무방비 사회] 명백한, 그리고 헷갈리는 성희롱

[성희롱 무방비 사회] 명백한, 그리고 헷갈리는 성희롱

쌍방이 피해야 할 불유쾌한 경험

성희롱 사례는 일견 외설스런 얘기와 다를 바 없다.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과 이에 대한 반박은 제3자에게도 결코 즐거운 내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희롱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피해자는 인격적 파괴를 경험하고 있다.

다음은 여성특위가 접수해 성희롱 여부를 결정한 실제 사건 2건을 요약한 것이다. 사건의 제목 및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가명은 여성특위 보고서를 그대로 인용했다.


사건 1:막가파 회장의 성희롱 편력

한주은, 이상미, 길수연, 홍선애양은 00화학 근무경험을 갖고 있으며 모두 대표이사인 마선교 회장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다.

이중 가장 늦게 입사한 한주은양은 출근 열흘만에 마 회장으로부터 강제적인 키스를 당했다. 출근 직후 화장실에서 컵을 씻고 있는데 들어와 그녀의 얼굴을 꽉 잡은 채 뺨을 부비고 입술에 키스를 한 것.

한양은 이날 오전중 또다시 두차례 강제적인 키스를 당했다. 한번은 회장이 그녀의 입술에 침을 묻혀대는 바람에 울음을 터뜨리며 화장실에서 입을 씻어내기까지 했다.

이날 오전 회사를 뛰쳐나오던 한양은 회사 모 차장의 주선으로 이상미, 길수연양을 만나게 됐다. 이 자리에서 세 사람은 모두 똑같은 경험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퇴사한 전임자 홍선애양도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상미양은 회장이 결재 때마다 자신을 무릎에 앉히는 치욕을 당했다. 입사초인데다 자신을 회사에 소개시켜준 사람을 생각해서도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이양이 냉랭하게 대하며 경계하자 회장은 업무를 구실로 협박과 보복을 해왔다. 홍선애양은 회장에 강력한 거부의사를 표시했다가 아예 해고당했다.

이들 여성 4명은 회사 간부의 중재로 회장의 사과를 받아내고 이를 녹취한 뒤 여성특위에 증거물로 제출했다. 여성특위의 중재에 따라 마 회장은 피해자들과 손해배상금 지급과 공개사과에 합의했다.

이 사건은 채용권을 가진 회사 책임자가 지위를 이용해 성희롱을 한 극단적인 예에 속한다. 하지만 여성특위에 따르면 이같은 사례가 적지 않다.


사건 2:오고가는 눈길 속에 싹트는 성희롱

김희영양과 최수일 상무는 같은 회사 직원이다. 최 상무는 53세 노총각이고 김양은 26세 미혼사원이다. 한번은 승용차를 산 최 상무가 집방향이 비슷한 김양에게 자기 차로 함께 출퇴근할 것을 제의했고 김양은 여기에 응했다.

하지만 이들의 카풀은 두달이 못돼 김양의 동승거부로 끝났다. 성희롱하는 상사와 같은 차를 탈 수 없다는 게 이유.

김양은 최 상무가 출퇴근길의 기회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언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자기 후배가 비아그라를 먹었다거나 자신의 사춘기 시절 자위행위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 짧은 치마를 입고 출근하는 날은 뚫어져라 다리만 쳐다보거나 함께 에로영화를 보자는 제의를 했다는 것도 김양이 주장하는 성희롱의 예.

이후 냉랭해진 둘 사이는 말다툼으로 이어져 마침내 김양의 사표제출로 비화됐다. 김양은 퇴사 후 여성특위에 최 상무의 정중한 사과와 정신적 손해배상 700만원을 요구하는 시정신청을 냈다.

여성특위는 김양이 주장한 최 상무의 언행이 성희롱에 해당하지만 행위 발생시점이 두 사람 사이가 좋을 때라는 점을 감안해 이 사건을 기각했다.

출퇴근의 편의를 위해 성희롱 행위를 용인했고 때때로 상대방의 행위에 맞장구친 사실로 볼 때 김 양은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1/02/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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