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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무방비 사회] "경영자의 성희롱 추방의지가 중요"

[성희롱 무방비 사회] "경영자의 성희롱 추방의지가 중요"

인터뷰/ 정강자 여성민우회 상임대표

"여성은 '노'(NO)라는 분명한 의사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남성도 여성이 '노'라고 하면 그런 줄 알아야 한다."

정강자(48) 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성희롱 예방과 추방을 위해서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1977년부터 여성노동자 교육상담 및 여성특위 참여 등을 통해 여권향상에 노력해온 정 대표를 만나 성희롱에 관한 의견을 들었다.


-성희롱이 국내에서 문제화한 시기와 계기는.

"1994년 서울대 실험실에서 발생한, 교수에 의한 여성 조교 성희롱 사건이 계기다. 소송이 대법원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여성민우회와 여성의 전화 등이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대응하면서 성희롱을 개념화하게 됐다.

개념화에는 미국의 고용평등위원회와 독일의 예 등을 참고했다. 그 이전까지 한국에는 성폭력은 있어도 성희롱이란 개념은 거의 없었다."


-성희롱이란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적 약자라는 것을 전제하나.

"그렇지 않다. 피해자가 대부분 여성인 것은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남성 부하직원에 대한 여성 상사의 성적 모욕 등도 성희롱에 포함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직까지 그런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성희롱에 대한 기업체나 공공기관의 인식 정도는.

"1999년 7월 시행된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예방교육이 의무화하면서 인식이 다소간 제고되고 있다. 대기업일수록 예방노력이 양호하다.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아직 요원하다. 예방교육을 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허위보고를 하는 경우가 많아 효과는 의문이다. 사내 고충처리위원회나 상담실 운영 등 내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군은 철옹성이라 아직 접근을 못하고 있다."


-성희롱에 대한 여성의 인식은.

"호텔 롯데나 이랜드 등에서 성희롱 문제가 터져나오는 것은 여성의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여성이 스스로 권리를 인식하고 지키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비정규직과 소규모 사업장, 제조업에 근무하는 여성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한번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20대 여사원을 상담한 적이 있었다. 상습적인 성희롱으로 신경쇠약에 빠진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다 함께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상담중 감정이 북받쳐 함께 운 경우가 적지 않다."


-성희롱 여부가 피해자의 주관적 판단에 달려있는데 악용의 소지는.

"남성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성희롱의 소지가 있는)농담이 정말 업무상의 윤활유인가를 돌이켜보자.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자는 것이다. 문제는 합리성이다. 남성의 구애행위도 성희롱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성희롱 방지를 위한 바람직한 방법은.

"남성의 인식도 인식이지만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마인드가 중요하다. 회사 이미지와 작업의 효율성 차원에서도 성희롱을 직장에서 추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최고경영자는 예방교육을 받아야 하고, 문제 발생시 정부는 최고경영자에 대해 예방교육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현재의 성희롱 방지 법규는 보다 실효성있게 강화돼야 한다.

아울러 회사 거래처 등 제3자에 의한 성희롱도 기업주의 책임범위에 포함시켜야 한다. 가해자에게는 지금까지의 잘못된 습관이나 인식이 과연 바꾸지 못할 성격의 것인지 묻고싶다. 지금까지 성공을 위해 기울인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도 성희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1/02/27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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