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정거장 미르호 '불꽃 퇴역'

발사 15년만에 임무 마치고 낙하, 우주경쟁시대 종식

러시아의 우주정거장 미르호가 15년 만에 그 생명을 다한다. 1986년 2월20일 발사될 당시 '우주도시 건설의 서막'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출범했던 미르호는 예정됐던 3년보다 5 배나 길게 우주에서의 임무를 수행하고 3월 중순 '불꽃 퇴역식'을 한다.

미르호 동체의 대부분은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불타 없어질 예정이고 대기권을 통과한 무수한 잔해들은 호주와 칠레 중간지점에 무수한 낙하띠를 형성하며 태평양으로 낙하된다.

러시아 항공우주국은 지구 상공 280㎞ 지점에 떠있는 미르호가 230~250㎞ 지점까지 내려오면 지구에 추락시킬 세부적인 일시와 시점등을 계산해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시기는 3월13~18일 사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 당국자는 "대부분의 미르호 잔해는 대기권을 통과하는 순간 불타 없어지지만 무게 30~40 톤으로 추정되는 1,500여 개의 파편은 살아남아 길이 5,000~6,000 ㎞, 폭 200㎞에 달하는 광활한 남태평양에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은 30~40분으로 예상되는 낙하시간동안 파편이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 떨어질 확율이 0.02%에 불과하며 추락지점도 주요 육상, 해상로를 피하도록 통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편 낙하, 비상상황 발생할 수도

그러나 0.02%의 수치는 국제기준에 따르면 비상상황에 해당하는 것이다.

미르의 운영사인 에네르기야의 유리 세묘노프 사장도 "미르호를 폐기시킬 때 미르의 통제시스템의 작동정지 또는 미르의 궤도운항을 정지시키기 위한 브레이크 시스템 작동불능 등으로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이럴 경우 우리는 미르를 100% 안전하게 폐기시킬 것이라는 보장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한 과학자는 "미르호의 잔해는 2층 버스 몇대가 시속 수천 km의 속도로 달려오는 힘에 해당한다"면서 "인구 밀집지역에 떨어질 경우 그 피해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우려했다. 파편 중 일부는 2m 두께의 콘크리트를 뚫을 정도로 강력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르호의 추락궤도가 '서아프리카-흑해-유라시아 대륙-한반도 주변-남태양'으로 잡혀있는데 북미와 유럽 등의 지역을 피하는 추락루트는 안전을 완전히 보장할 수 없는 러시아 당국이 정치적으로 결정한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미르호 파편 낙하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도 추적반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원 10여명으로 구성된 추적반은 미르의 미르호 폐기 진행상황에 대한 자료를 러시아 항공우주청과 미국 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제공받아 파편낙하를 감시할 계획이다.


1986년 우주도시건설 서막 열매 발사

미르호는 1986년 발사 직후 공중폭발했던 미국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참사가 있은지 꼭 3주일 후 소련 인근 카자흐스탄 바이크노르 우주기지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의 한 획을 상징적으로 그은 것이다. 당시 미르호는 챌린저호에서 사망한 7명의 우주비행사의 명복을 기린다며 이들 사진을 우주공간으로 운반해 화제를 모았다.

6개의 운영체로 구성된 미르호는 가로 45m, 세로 29m, 무게 130톤의 거대한 구조물이다.

미르호에는 지난 15년간 104 명의 우주인의 방문했으며 무중력 상태의 인체연구, 각종 금속의 표면장력 실험 등 1만6,500건 이상의 우주실험이 수행됐다.

또 단일 최장 우주최류(737일)와 우주유영(82시간21분) 등의 기록이 미르호에서 세워졌다. 일본 TBS 방송은 1989년 개국 40주년 기념으로 직원 1명을 미르에 일주일간 보냈는데 당시 2,500만 달러의 탑승료를 지불했다.

첫 우주관광객이 될 뻔 했던 미국인 백만장자 데니스 티토는 미르에 탑승하는 비용으로 2,000만 달러를 러시아에 지불하기로 했으나 미르호의 폐기로 계획이 틀어졌다.

러시아 정부는 대신 4월30일 발사될 예정인 소유즈를 타고 새 국제우주정거장(ISS)에 탑승토록 하는 아이디어를 냈으나 NASA 등 10여개 참가국이 새 우주정거장의 조립이 완료될 때까지 어떠한 관광객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첫 우주관광이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미르호는 태양표면 활동이 강화하면서 1999년 9월부터 매일 300~500m식 하강하고 있으며 잦은 고장 수리와 궤도유지를 위해 연간 2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비용이 들어감에 따라 러시아 당국은 지난해 11월16일 영구 폐기키로 결정했다.

미르호는 3명의 우주인이 타고 있는 상태에서 불이나 2대의 산소공급기가 작동을 멈췄고 화물수송선과 충돌하기도 했으며 조종 컴퓨터가 고장나 한동안 우주미아로 떠돌기도 했다.

30억 달러 짜리 러시아 정부 재산으로 분류되는 세계 유일의 우주정거장 미르호의 현재 가치는 궤도에 올릴 때의 절반인 15억 달러로 평가된다. 러시아인들은 우주개발의 상징인 미르호 폐기에 대해 섭섭함과 아쉬움을 감추지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제 과거 소련 우주 프로그램의 마지막 창작물이었던 미르호가 폐기됨으로써 각국은 우주경쟁시대를 종식하고 2005~2006년 완공예정인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대표되는 협력의 시대를 맞아 우주개발을 분업화한다.

미르호 약사

● 1986년 2월20일:소련, 미르호의 핵심모듈을 발사.

● 1987년:두번째 모듈인 크반트를 발사. 자동도킹에 실패한 뒤 수작업으로 도킹 성공.

● 1990년:일본 방송인 아키야마 도요히로 민간인으로는 처음으로 미르호 방문.

● 1991년:화물선 도킹사고로 인한 혼란과 재정난으로 미르 승무원 귀환 수개월 지연.

● 1992년:2월 산소재생기 폭발, 6월 화물선 도킹시 모듈과 충돌, 컴퓨터 고장 등 각종 사고발생.

● 1999년:러시아 정부, 재원확보되지 않을 경우 2000년 상반기 미르호 폐기키로 결정.

● 2000년 4월3일:미국인 사업가 데니스 티토 관관용 미르호 방문계획 발표.

● 2000년 11월16일:미르호 폐기 발표.

최기수 국제부 기자

입력시간 2001/02/27 20:33


최기수 국제부 mount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