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봄 패션, 다시 부는 복고 바람

여성스럽고 섹시하게

올봄 여성의 옷차림은 40, 50대 여성의 20년전 앨범으로 되돌아간다. 상체의 볼륨을 강조한 어깨에 불룩한 패드를 넣은 재킷, 날씬한 허리에 포인트를 준 벨트, 가늘고 뾰족한 굽의 하이힐, 섹시한 느낌의 그물무늬 망사 스타킹, 세련된 멋을 풍기는 블랙&화이트의 조화.. 어딘지 낯설지 않은 패션이다.

2001년 새봄 패션은 1980년대 초로 복귀한다. 백화점 여성의류 매장이나 청담동 명품 브랜드 부티크에 걸려 있는 봄옷은 '유행은 돌고 돈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란제리 룩으로 풍성한 몸매를 더욱 요염하게 과시했던 마돈나와 세어의 무대의상을 닮은 옷이 많이 보이고 있다.


상체를 부풀려라

<가을동화>의 송혜교, <허준>의 황수정, <순자>의 이지현, <맛있는 청혼>의 소유진. 요즘 신세대에게 인기높은 여자 탤런트다. 이들을 찬찬히 뜯어보자. 하나같이 글래머 스타일이다.

패션도 마찬가지. 몸을 풍성하게 하는 제품이 뜬다. 올봄 유행 패션의 첫번째 테마는 단연 '글래머'다.

플레어(flare:체형에 관계없이 여유있게 벌어진 실루엣)나 주름기법(shirring)을 이용해 가슴 부분에 포인트를 준 블라우스, 허리 부분을 볼록하게 만든 블루종(blouson), 허리 라인이 깊게 파인 플리츠 스커트. 청담동 하이패션가 디자이너들이 패션 리더에게 추천하는 대표적인 봄 아이템들로서 모두 상체를 풍만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기성복이라고 특별히 다를 게 없다. 여성 캐릭터 오브제의 가슴 부분에 포인트를 준 15만원짜리 블라우스, 어깨선을 제거해 가슴이 커 보이게 만든 레니본의 티셔츠는 일찌감치 올 봄 히트 상품으로 자림매김했다.

이와 맞물려 패션 소품도 빈약한 신체를 보완해 주는 제품이 인기다. 브라의 경우 볼륨업 브라, 탈부착식 패드브라, 실리콘이 들어 있는 아쿠아 브라 등 가슴을 크게 보이는 브라가 잘 팔리고 있다.

특히 비비안의 볼륨업 기능이 탁월한 아쿠아 브라는 4만8,000원으로 비교적 고가인데도 불구하고 겨울의 끝무렵부터 판매가 날로 급증하고 있다.

반대로 몸매에 자신있는 여성은 몸을 꽉 조일수록 곡선미가 살아난다. 트렌드에 민감한 패션계가 이를 놓칠 리 없다. XIX 키라라 소베이직 지오다노 등 영캐주얼 브랜드들은 신체에 달라붙는 바디 컨셔스(body conscious) 제품으로 신체의 장점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신세대 여성을 유혹하고 있다.


벨트가 포인트

봄 패션의 중요한 포인트는 벨트다. 치마 정장이든 바지 정장이든 벨트가 따라다닌다.

샤넬 프라다 겐조 등 명품 브랜드들이 유명 컬렉션에서 벨티드 패션(belted fasion)을 선보여 벨트의 유행을 예고한 바 있다.

특히 부풀린 상의는 벨트가 필수적이다. 허리를 가늘게 보이도록 조일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홍은주 비키 디자인실 실장은 "1980년대 복고풍 패션에 힘입어 허리를 강조해 여성의 몸매를 우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벨트가 올해 주요한 패션소품으로 등장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요즘 백화점 잡화나 여성복 매장에 가보면 온갖 벨트가 망라돼 있다. 굵은 가죽에 금속 버클을 단 화려한 스타일, 가늘고 긴 금속체인, 옷감과 같은 소재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묶거나 흘러내리게 하는 스타일 등 무척 다양하고 종류도 많다.

벨트는 체형 커버에 아주 뛰어난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스커트 정장에 넓은 벨트로 허리를 강조하면 다리가 길어보인다. 또한 화려한 금속성 체인이나 두꺼운 가죽 벨트는 멋스러우면서도 자연스럽게 나온 배를 커버할 수 있다.


미니스커트

예전부터 불경기에는 여성의 치마길이가 짧아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 경기의 연착륙설이 나돌던 지난해 하반기 열린 세계 유명 컬렉션에서는 2001년 춘하 패션으로 미니스커트나 짧은 핫팬츠를 주요 아이템으로 내놓은 디자이너들이 많았다.

미국이나 유럽의 패션 전문지에 따르면 미니스커트와 핫팬츠가 올 여름 남성의 시선을 즐겁게 해줄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패션평론가 유수현씨는 "국내 여성의 경우 유행에 민감하지만 체형과 관련된 차림일 경우 매우 조심스럽다.

특히 허벅지를 드러내는데는 상당히 보수적"이라면서도 "지난해 기승을 부렸던 여름 노출 패션으로 미루어 국내에서도 미니가 한차례 거센 유행을 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신중하게 전망한다.

패션업계는 지난해 여름 노출의 포인트가 슬리브리스 탱크탑 백리스 등 상의에 있었다면 올 춘하시즌에는 미니스커트와 핫팬츠 등 하의로 옮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블랙&화이트

봄옷은 대체로 파스텔 색상에 하늘하늘하고 나풀나풀한 소재로 화사한 분위기를 발산하는 옷이 잘 팔린다. 물론 올 봄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에 비해 올봄 여성 패션 컬러의 두드러진 것은 블랙과 화이트가 전면에 부상했다는 점. 블랙과 화이트를 단색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스트라이프나 스퀘어 등 패턴에 블랙과 화이트를 절묘하게 응용한 것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베스띠벨리 장소영 실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여성스러움을 부각시키는 복고풍이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블랙과 화이트는 연출하기에 따라 도회적이고 세련미 넘치는 스타일에서 섹시한 이미지까지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침체기에 뜨는 컬러"라고 말한다.

블랙&화이트의 가장 기본적인 코디는 블랙 컬러를 기본으로 하고 그 위에 화이트로 악센트를 넣거나 반대로 화이트 바탕에 블랙으로 장식하는 방법. 또한 블랙과 화이트를 단색으로 사용하기보다 적절히 섞는 콤비네이션을 통해 그래픽적인 요소를 가미하면 도시여성의 세련되고 절제된 멋을 자아낸다.

직장여성의 경우 깔끔한 화이트 셔츠에 날씨한 라인이 돋보이는 블랙 바지를 입고 블랙과 화이트의 배색이 돋보이는 넥타이로 마무리하면 여성스러우면서 상틈한 느낌을 준다.


다채로운 복고형 소품

망사스타킹, 스트랩슈즈, 그립백, 잠자리테 안경. 패션업계가 벨트와 더불어 이번 봄 패션리더를 자칭하는 여성에게 추천하는 소품이다.

스타킹은 1980년대 마돈나가 란제리룩을 연출할 때 요긴하게 활용했던 섹시한 분위기의 그물 스타킹의 인기가 되살아날 전망이다.

이밖에 브랜드의 로고가 들어간 스타킹이나 반짝이 스타킹, 컬러 스타킹 등도 주목받고 있다.

구두는 풍성한 플레어 스커트와 맞물려 발목을 끈으로 묶는 '스트랩 슈즈'나 7cm 이상의 하이힐 등 섹시미를 강조하는 고전적이고 정통적인 스타일이 부상하고 가방은 지난해보다 더욱 작아져 소형의 손잡이가 달린 그립백이 뜬다.

이밖에 이제는 시즌리스 패션 소품으로 자리를 굳힌 선글라스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봄에도 얼굴의 절반 정도를 덮는 잠자리테 복고풍 선글라스가 계속 인기를 끌 전망이다.

전인엽 일간스포츠 사회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05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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