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카페(46)] 인간 우월성의 잣대

얼마전 인간게놈 지도자 99% 완성됐다는 소식과 함께 환상적인 미래성이 갖가지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하지마 과학자의 세계에선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인간 유전자의 수가 예상보다 터무니없이 적은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과 비교하여 인간의 두뇌능력과 문명사회적 능력 등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10만개는 넘을 것으로 추정했었다.

인간의 독보적인 우월성을 유전자의 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던 과학자들은 낭패감에 어쩔 줄 몰랐다. 초파리는 1만3,000개, 선충은 1만8,000개, 애기장대(식물)는 2만6,000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인간 유전자의 수는 2만5,000개에서 4만개 사이일 것으로 추정된다. 인간의 유전자가 초파리 등 하등동물에 비해 불과 2~3배의 유전자밖에 가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간의 절대적 우월성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도 남을 만한다.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했을때 인간은 토끼 두 마리가 절구질하는 환상을 잃었듯이 유전자 수에 대한 상실감도 어쩌면 비슷한 현상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부가적인 유전자의 수조차도 전혀 새로운 종류의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가 아니었다.

인간은 파리나 벌레 등과 유사한 많은 단백질군을 가지고 있는데 단지 각 군에 포함된 유전자의 수가 조금씩 많을 뿐이었다. 마치 낡은 차에서 새로운 차를 만든 것과 같은 결과인 셈이다. 더 놀라운 것은 223개의 인간 유전자의 효모, 선충, 파리, 식물보다 세균의 유전자와 더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들 유전자는 세균으로 이동해온 것으로 추정되며 주로 스트레스 반응과 생체에 이물질이 들어왔을때 일어나는 반응 등 특별한 대사작용에 국한돼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중요한 생리학적 기능이어서 인간에게 긍정적으로 수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유전자의 수가 인간의 우월성에 대한 표징이 될 수 있을까?

만약 사람의 복잡성이 유전자의 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마음을 추스른 과학자들은 이러한 결과에 대하여 발빠른 해명과 설명에 나서고 있다. 우선 인간과 다른 동물의 물맂거 행동적 차이는 단순히 유전자의 수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아마도 아주 미묘한 유전자의 발현시점과 유전자가 만든 결과물의 처리과정, 그리고 단벽질 수준에서의 변형 등이 어우러진 복잡성의 차이가 인간의 우월성을 말해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설명이 가능한 것은, 최근의 연구결과에서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통상적으로 동물(인간포함)의 경우 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단백질만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지난주 네이처지의 발표에 따르면 하나의 유전자가 많게는 20개의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유전자는 이중나선중 한 가닥의 정보만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 상식이지만 존스홉킨스 대학의 빅토 코세스박사팀은 'mod'(mdg4)라는 초파리의 유전자가 원래 단백질 합성을 담당하는 가닥이 반대쪽 가닥에서도 단백질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그리고 유전자(DNA)가 단백질을 만드는 중간단계인 mRNA(핵산의 일종) 수준에서 불필요한 부분이 잘려나가고 필요한부분만 결합해서 하나의 완벽한 단백질을 만드는 구조를 구성하는, 소위 '트랜스-스플라이싱'(trans-splicing)이라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트랜스-스플라이싱은 식물과 미생물의 일부 유전자에서 발견된 적이 있으나, 이번에 초파리에서도 발견됨으로써 다른 동물(사람 포함)에서도 존재할 것으로 믿고 있다.

사실 사람끼리는 99.9%의 유전자가 동일하고 단 0.1%만 차이가 난다. 바로 0.1%가 우리의 외모와 내면을 어쩌면 2~3배의 유전자 수가 인간의 우월성을 증명하고도 남는 수치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인간의 우월성을 단순한 수치로 표현하려는 시도 자체가 무모한 것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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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2001/03/05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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