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칼럼] 무릎의 역할

상급자일수록 "골프는 하체로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하체가 안정되어야 스윙 과정에서 흔들림이 없고, 탄탄한 하체근육은 체중이동시 최대한의 상체 토크를 지지하여 준다는 뜻이다.

실제로 백스윙과 다운스윙은 모두 하체의 리드에 의해 시작되는 것이 옳고 그 중심에 무릎의 움직임이 자리한다. 무릎의 움직임이 정상궤도를 벗어난다면 스윙의 축은 여지없이 무너지게 된다.

골프스윙은 몸을 꼬아주는 과정과 그것을 풀어주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두 과정의 중심이 되는 축은 두개가 존재함이 당연한데, 이것은 각각 오른쪽과 왼쪽 어깨로부터 고관절(힙 관절)을 거쳐 넓적다리 안쪽을 지나는 가상선상에 위치한다.

이들 과정에서 몸통은 피봇을 하게 되며 이때 완벽한 체중의 이동(오른손잡이의 경우 오른쪽에서 왼쪽으로)이 이루어지게 된다. 백스윙의 톱에서는 체중이 오른발의 발꿈치에 있게 되고 피니시에서는 왼쪽 발꿈치에 있어야 한다.

백스윙이 시작되면 우선 양발에 균등히 얹혀져있던 체중이 오른발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하체에서 몸통, 그리고 팔로 이어지는 백스윙의 과정에서 중심의 축은 오른쪽 넓적다리의 안쪽이 된다. 이때 머리, 몸통과 함께 양쪽 무릎은 오른쪽으로 2-3인치 정도 자연스럽게 수평이동을 하게 된다. 이렇게 뒤로 도는 피봇에서 오른쪽 무릎은 회전의 중심축이 된다.

이런 백스윙의 시발점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오류는 양 무릎이 전혀 제어되지 않고 오른쪽으로 멀리 나가버리는 스웨이(sway)인데 이렇게 되면 체중은 오른발 바깥으로 빠져나가버리고 절대로 좋은 샷을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항은 오른쪽 무릎의 각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스윙을 하면서 오른쪽 무릎이 펴지면 왼 무릎은 볼을 향해 튀어나오게 되며 이에 따라 상체도 앞으로 숙여지게 된다. 이런 오류는 역피봇 현상 등 심각한 결과를 낳게 된다.

결론적으로 오른쪽 무릎은 원활한 체중이동을 위해 '몇 인치 정도'의 수평이동이 필요하지만 구부린 각도는 스윙 과정 내내 유지되어야 한다. 어드레스 때의 무릎 굽힘 각도를 유지하면 백스윙 톱에서 오른쪽 허벅지에 동적 긴장감을 느끼게 된다.

다운스윙의 과정에서도 그 시발은 하체에서 시작된다. 오른쪽 발에 완전히 실렸던 체중이 왼쪽 발로 옮겨지는 것으로 스타트를 끊는다.

이때 오른쪽 무릎은 왼쪽 무릎 쪽을 향해 밀어붙이는 동작이 되어야 한다. 임팩트 시에 오른쪽 발이 그대로 땅에 붙어있거나 체중이 아직 오른쪽에 남아있다면 무릎의 움직임이 제대로 안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운스윙을 시작하고 오른쪽 무릎을 안으로 쳐줄 때 왼쪽 다리가 펴지며 체중을 지탱해주면서 힙이 돌아나오고 허리띠의 버클은 전면의 타깃을 향하게 된다. 이때 왼쪽 다리는 견고한 벽을 구축해야 함은 물론이다.

프로들의 스윙을 보면 왼쪽 무릎은 이때 쭉 펴져있음을 알 수 있다. 유연성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아마추어들은 이 동작에서 몸 전체가 일어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따라서 왼쪽 무릎의 각도도 피니시까지 어드레스 때의 것을 그대로 유지함이 안전할 수 있다. 특히 장년 이상의 골퍼들은 왼쪽 무릎을 무리하게 펴려함으로써 관절의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데 유념해야 한다.

스윙을 다듬고 교정하는데 있어 상체에 비해 하체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수개월을 고심하던 끝에 무릎의 문제를 찾아낸 골퍼가 그 후 믿어지지 않는 플레이를 계속하는 모습을 본 주위 사람들 왈, "나는 무릎에 문제 안 생기나?"

박호규 골프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3/0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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