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소방관 6인의 살신성인이 남긴 것

안타깝지 않은 죽음은 없다. 하지만 3월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1동의 주택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관 6명의 살신성인(殺身成仁)은 모두를 숙연케한다. 이날 참사는 불난 2층 주택에 진입해 인명구조 작업중이던 소방관 위로 건물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서울 서부소방서 소속 박동규 소방장, 김철홍ㆍ박상옥ㆍ김기석 소방교, 장석찬ㆍ박준우 소방사가 숨지고 3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소방관 6명이 화재현장에서 동시에 사망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아무리 직업이라지만 이들처럼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사람에 의해 그나마 사회가 유지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들은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 내부에 갇혀있을지도 모를 사람을 구하기 위해 진입했다. 평소 인명구조를 가장 중시하는 소방관의 근무수칙을 생각하면 구조작업은 무리가 아니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구출 대상자는 이미 집 밖으로 빠져 나가고 없었다.

소방관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질서와 양식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이면도로 양쪽을 가득 채운 불법주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의 현장접근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장 30m 밖에서부터 소방호수를 끌고가는 바람에 진화가 늦어졌다.

더구나 소방차 진입을 위해 사이렌을 울리고 방송을 해도 차를 빼러 나오는 주민이 없었다는 게 소방관들의 이야기다.

소방관의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모두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설명> 3월4일 오전 서울 홍제동 화제 진압중 매몰되었던 소방관이 구조되고 있다. <박서강 사진부 기자>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06 17:28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