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昌포위' 전략에 한나라 발끈

이번 주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6~11일) 관련 뉴스가 신문ㆍ방송의 주요 뉴스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부시 미 행정부의 출범 이후 처음으로 개최되는 이번 한ㆍ미 정상회담에서는 대북정책 조율, 스크린쿼터제 등 통상문제, NMD(전미 미사일방어)체제에 관한 입장정리 등 많은 현안이 다뤄진다.

특히 지난 주 한ㆍ러 정상회담에서 돌출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조약 문제로 한국의 NMD에 대한 입장표명이 국내외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계개편설 놓고 여야 설전

국내 정치는 정계개편설로 시끄럽다.

여의도 정가에 떠돌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 4~5명 이탈설'과 민주당-자민련-민국당의 3당 정책연합추진이 한나라당을 긴장시키고 있는 가운데 3월4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가 청와대회동에서 선거공조 등 7개 항에 합의한 것이 정계개편설을 증폭시킨 것이다.

한나라당은 일련의 과정이 정계개편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당 안팎을 향해 경계경보 울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권철현 대변인은 "양김의 구태정치 복원에 이은 야당파괴 음모에 주목한다"며 "이 정권의 최종목표가 장기집권이고 그것을 달성하는 수단이 '비(非)한나라당, 반(反)이회창' 세력의 결집"이라고 주장했다.

권 대변인은 또 "사정과 선거재판을 통한 야당의원 대학살 음모설이 파다하다"면서 "우리 당 의원중 1명은 확보됐고 4명도 확실하다는 등 벌써부터 의원빼가기의 목표수치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의원 빼내가기가 현실로 나타날 경우 우리는 바로 대통령 퇴진 및 하야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내부갈등을 단속하기 위해 황당한 설로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김영환 대변인은 "왜 야당은 있지도 않은 정계개편 움직임에 과민반응하느냐"면서 "야당내 언로의 혈액순환이 잘되고 면역력이 있다면 감기몸살을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 이탈설의 원인이 한나라당 내부에 있다는 것이다.

여권인사들은 정계개편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여당의 능력으로는 야당의원을 끌어들이고 싶어도 끌어들일 수 없고 영남지역이나 수도권의 민심 기류로 볼 때도 야당의원이 여당으로 옮겨올 이유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야당의원이 움직이려면 여당의 대선승리 전망이 뚜렷하거나 야당의 내부분열이 심화하거나, 아니면 민심의 여당 지지가 뚜렷하거나 등의 요인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며 "회유나 압박을 하지도 않지만 그것만으로는 야당의원이 움직일 상황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탈당설이 나돌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J의원은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이 원인이며 여권과의 접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의 소신발언이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박 부총재는 3월2일자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민의를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정당간 정책연대는 나무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당이 국회에서 세를 규합해 정책을 관철하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정치적 행위로서 정파적 야욕에 악용하지 않는다면 정당 간 정책연대만을 갖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은 3당 정책연합 추진을 정계개편 시나리오라며 맹비난해 온 한나라당의 공식입장과는 달라 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박 부총재는 얼마 전에 언론사 세무조사 문제에 대해서도 "언론사 세무조사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당 지도부와는 다른 입장을 피력했다.


민주당 김중권대표 겨냥 영남후보론 비판

여당 내부에서는 영남후보론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김근태 최고위원이 3월2일 대전에서 있은 '한반도재단' 준비모임에서 영남후보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선 것이 발단.

김 최고위원은 "더이상 지역주의에 매몰돼선 안된다"며 "당 일각에서 대두되는 영남후보론은 지역주의에 편승한 개념이므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호남 출신인 한화갑 최고위원과 충청 출신인 이인제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한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것이지, 어느 지역 출신은 되고 어느 지역 출신은 안된다는 것은 차별"이라고 잘라말했다.

이 최고위원도 "대선후보는 국민지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출신지역에 따라 되고 안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영남후보론 비판은 결국 김중권 대표를 겨냥한 것이다. 김 대표가 취임한 뒤 대표 프리미엄을 십분 활용,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면서 영남후보론이 부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나는 대표 취임 후 민주당이 든든한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왔다"면서 "지금은 대권을 운위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켜갔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1/03/0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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