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장례문화] "風水地理學으로도 화장이 좋다"

풍수전문가 박민찬씨, "잘못된 매장은 재앙"

풍수지리설(風水地理說)은 한국의 매장문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풍수지리설은 지형과 방위의 길흉을 판단해 죽은 이를 매장할 적당한 장소를 구하는 이론이다.

명당에 조상을 묻으면 후손이 융성하고, 반대로 무덤을 잘못 쓰면 화를 입게 된다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현재도 우리나라 성인의 70%가 풍수지리설을 믿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풍수 집안 망친다'는 이야기가 회자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풍수전문가가 매장이 아닌 화장을 권장하는 것은 어쩌면 이율배반이다. 하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풍수지리학 전문가 박민찬(48ㆍ신안계물형설 풍수지리연구원 원장)씨는 대표적인 화장 예찬론자다.

박 원장은 풍수지리설에 대한 일반적 믿음이 맹목적이라고 전제하며 "풍수지리를 제대로 알면 화장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장한 유골 기 발산 안해 '무해무익'

그의 풍수론은 기(氣)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부모와 자식은 동질성 물질이라 양자간에는 기가 상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는 시신과도 똑같이 상통한다고 한다.

시신에서 좋은 기가 발산되면 자식이 좋은 영향을 받게 되고, 흉기가 발산되면 나쁜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이 그가 주장하는 풍수설의 근거다.

묘혈에는 6가지 종류가 있다. 온(溫)ㆍ화(火)ㆍ건(乾)ㆍ냉(冷)ㆍ습(濕)ㆍ수(水)혈이 그것이다. 이중 온혈에 묻은 시신은 좋은 기를 발산하지만 나머지 5가지 혈에서는 흉기를 발산한다.

따라서 명당은 오직 온혈 뿐이다. 온혈이라 하더라도 무덤의 방향을 잘못 잡으면 모든 게 허사다.

박 원장은 모든 시신은 일단 매장되면 좋은 기든 나쁜 기든 발산하게 되지만 화장한 유골은 다르다고 말한다. 화장한 유골은 더이상 기를 발산하지 않기 때문에 무해무익하다는 것이다. 그가 화장을 장려하는 이유는 이같은 원리와 아울러 두 가지 현실적 조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우선 전국에 남아있는 명당이 극히 드물고, 둘째 명당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찾아서 제대로 묘를 쓸 풍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명당을 찾아 묘를 제대로 쓸 가능성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매장해서 자손이 득을 보기보다는 해를 입을 확률이 훨씬 높다. 매장해서 화를 입을 바에야 차라리 무해무익한 화장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전국에 산재한 묘의 95% 이상이 잘못돼 있다고 주장했다.


"더이상 명당은 존재하지 않는다"

'살아 진천, 죽어 용인'이라는 말은 유명하다. 충북 진천은 살기에 좋고 경기 용인에는 명당이 많다는 이야기다.

박 원장은 "용인도 이젠 명당지로서는 끝났다"고 말했다. 각종 개발로 혈이 깨지면서 기존의 좋은 묘는 물론이고 남은 곳도 힘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는 죽은 후에도 조상을 잘 모신다며 매장을 효도와 동일시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화장과 관련한 박 원장의 몇가지 설명을 보자. 우선 화장한 유골은 뿌리지 말고 납골당에 모시거나 산에 묻는 것이 좋다. 물론 망자가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면 관계없다.

시신을 화장하는 것은 결코 망자를 두번 죽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게 돼 있기 때문이다.

부모 중 한분의 무덤에 다른 분을 화장해 합장하는 것은 풍수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장 등을 윤달이나 한식 때 해야 좋다는 것은 미신이다. 윤달이라고 길지가 흉지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06 19:36


배연해 주간한국부 seapow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