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의 세계]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된 기분"

중학생 3년생 지상구군의 첫 단독비행

"마치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진 것을 느꼈습니다. 오늘 이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중학교 3년생인 지상구(16ㆍ경기도 화정)군은 3월 1일 오전 어섬 비행장에서 그토록 고대했던 소원을 풀었다.

이날 2개월여간의 훈련을 거듭한 끝에 첫 단독비행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30분에 걸친 비행을 마치고 난 지군의 얼굴은 바람부는 추운 날씨인데도 붉게 상기돼 있었다.

"혼자 비행기에 올라가 조종간을 잡았을 때는 손에 식은 땀이 날 정도로 떨렸습니다. 계기판 보랴, 전방 살피랴, 조종간 조작하랴, 너무 복잡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가 속도를 내며 땅에서 솟아오르는 순간 저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나왔습니다. 그리도 고도를 유지할 때는 신이나 저도 모르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마치 제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어요."

지군이 초경량 비행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1학년때 우연히 TV를 통해 경비행기를 보면서부터. 그때부터 초경량 비행기를 배우겠다고 졸랐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워낙 심해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겨울방학 어머니를 설득해 아버지 몰래 경기도 화성의 어섬 비행장에서 열리는 초경량 비행기 겨울캠프에 참가했다. 물론 교육비 200만원은 어머니가 쌈지돈을 털어 부담해주셨다. 지군은 전날까지 총 18시간의 동승비행을 마치고 휴일인 이날 감격적인 첫 단독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학교 친구들이 비행기 탄다는 사실을 믿지 않아 서운하다는 구군은 "새해 첫날 동생뻘인 전지영 어린이가 최연소 단거리 비행에 성공한 것이 자극이 됐습니다. 더 열심히 배워 훌륭한 비행기 조종사가 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07 11:45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