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이야기(12)] 진돗개의 북방견 특징

일각에서는 진돗개의 조상이 남방계통의 개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남방계통의 개란 인도나 동남아 일대를 돌아다니는 페리아독(Pariahdog)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대만 개, 유구열도 개 그리고 페리아독과 혈통의 맥을 같이하는 호주의 야생개인 딩고 등을 이른다. 북방계통과 앞에 열거한 남방계통의 개는 귀가 삼각형으로 서고, 꼬리를 위로 치켜올리고 다니며 기본적으로 늑대와 비슷한 형태를 가진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남방계통 견종의 부위별 형태적 특성은 사뭇 다르다. 남방견 계통은 북방견 계통에 비해 골격이 가늘고 길며 섬세한 모습으로, 체구 전반의 유연성이 뛰어나며 근육의 발달이 약하다.

뼈와 근육의 발달이 미약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머리의 크기가 왜소하고 두개골의 형태가 굴곡이 많고 주둥이가 가늘고 길며 꼬리도 가늘게 생겼다.

반면에 방랑생활을 하는 개가 많은 관계로 다리는 발달되어 있다.

그리고 머리통의 구조에 북방계의 개와 남방계의 개는 많은 차이가 있다. 북방계의 개는 머리의 위ㆍ아래 폭이 깊고 충실하다. 이런 형태는 두개골의 충실한 발달과 함께 강한 위ㆍ아래 턱의 발달로 이어진다.

그래서 남방계에 비해 위엄있고 강인한 모습을 갖추는 것이다. 눈의 형태도 남방계는 대체로 둥글고 크며 눈 주위가 약간 튀어나온 듯 한 모습의 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이는 특히 안면근육의 발달이 부족한 결과다.

또한 털도 짧은 털의 형질이며 귀가 북방계에 비해 더 넓고 큰 형태이고 귀 자세도 확연히 다르다. 대다수의 남방계 개들은 두개골의 발달이 미약하여 전진적인 귀 자세를 취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세퍼트처럼 머리 위 부분에 귀가 붙어서 마치 토끼와 같은 자세를 하고 있는 개가 많다.

진돗개가 북방견 계통이라는 점은 남방계 개들과 대비되는 강한 체질과 가늘고 섬세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굵고 스케일있는 뼈의 구조, 남방견 계통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강한 겉털과 솜처럼 부드러운 속털로 구분되는 뚜렷한 이중모, 빡빡하게 찬 귓속 털, 강인한 성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 둥글고 넓은 이마와 후두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앞으로 전향적으로 숙인 귀의 자세는 진돗개의 특징적 생김새 중의 하나다.

뿐만 아니라 진돗개의 머리통과 주둥이는 남방계와 비교가 되지도 않을 정도로 견고하고 여물게 생겼으며 그 크기도 체구 구성상의 비율로 볼 때 남방계의 머리통보다는 크고, 특히 위엄을 표현하고 있다.

오죽하면 옛 대가들이 진돗개의 머리는 명주실을 감아놓은 '명주꾸리'와 같아야 한다고 했으며 호랑이 상(像)이라고 했겠는가. 이러한 머리통의 생김새는 진돗개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고 있다.

이에 비해 남방계 개들의 머리통은 뼈의 맞물림이 허술하여 여우나 코요테와 비슷한 뾰족한 형태여서 그 얼굴 표현에서 호랑이의 위엄을 찾아보기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남방계에 비해 진돗개의 눈은 안면 근육의 발달과 겨울을 끼고 있는 주위 환경의 영향으로 인해 삼각형의 형태를 이루면서 상대적으로 눈이 작다. 이런 형태의 눈도 북방견 계통의 큰 특징이다. 이렇게 비교되는 진돗개의 특징은 북방계 개의 특징과 거의 같다.

오늘날 진돗개 중에도 성격이 소극적이면서 골량이 적으며 뼈대가 섬세해지고 전반적인 체형이 지나치게 탄력이 없는, 이른바 퇴화되거나 잡종화의 길을 걷고 있는 개가 많다. 이런 개들 중에는 남방계의 특성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퇴화의 결정적인 원인은, 견학적 지식의 무지에서 비롯된 흑황색 개, 재구 등 검은 색소의 개를 배제해왔던 것과 진돗개의 특성을 해치는 개들과 잡종화되기 쉬웠던 열악했던 사육환경의 영향이 크다.

퇴화의 양상을 띤 개들은 실제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많이 나타났으며 육지는 물론이고 원산지인 진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요즘 들어 진도에서도 검은 색소의 개들이 장려되고 여러 곳에서 진돗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시작되면서 서서히 퇴화현상이 극복되어 가고 있어 다행스럽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진도에서 번식된 개들 중에 강건한 개들이 많이 있었다.

노랭이(황색), 황구(황색), 벌포(백색), 방울이(백색), 번개(황색) 등 진도산으로서 수도권에서 명구(名狗)로 활약하던 개들과 진도에 있으면서 육지에까지 이름을 날린 테리(황구), 일호(황구) 등 많은 명견이 강한 골격과 성품 등 북방계의 특성을 잘 가지고 있던 개다.

이렇게 실제 명견 중에도 남방형의 개보다 북방형의 특성을 가진 개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루빨리 흑황구, 재구와 같은 검은 색소의 개들이 육성되어 황구, 백구들과 혈통교류를 활발히 함으로써 옛날 강인한 진돗개의 형태와 품성이 널리 보급되었으면 한다.

윤희본 한국견협회 회장

입력시간 2001/03/0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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