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일본기원의 명예를 건 악전고투

- 오청원의 치수고치기 10번기(12)

1941년 6월, 두번째 10번기가 성사되었다. 기다니와의 가마쿠라 10번기가 종료되자 요미우리 신문사는 다음 치수고치기 10번기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오청원을 상대로 하려면 현재엔 재야에 있지만 슈사이 명인 이후 바둑계의 최장로인 기정사 총수, 가리가네 준이찌(雁金準一) 8단을 제외하면 따로 없을 것이란 결론이 나왔다.

당시 일본기원에는 8단이 따로 없었으므로 원래 같으면 가리가네 선생과는 호선으로 둘 수가 없는 상태지만, 가리가네 선생이 오청원과 호선으로 한번 두고 싶다고 한 바 있어 요미우리 신문사가 나섰다.

오청원을 일본기원의 대표로, 가리가네 8단을 기정사의 대표 자격으로 10번기를 실현시켰다. 물론 호선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찍이 혼인보 슈사이와 명인자리를 다투다가 재야에 숨은 가리가네 8단을 재등장시켜 가리가네 8단이 승리하면 바둑계의 장로로 후대할 요량이었다.

그러나 가리가네가 슈사이 명인과 결별하고 결성한 기정사는 일본기원과 원래 사이가 나쁘고, 특히 단위가 비비꼬여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기원에서 기정사와의 치수고치기 10번기를 허락해줄 리 만무했다.

가리가네는 오청원과의 10번기를 위해 기정사를 떠나 경운사를 결성하였다. 그런데 가리가네의 인덕을 따르던 기사들은 모두 경운사에 참가하는 바람에 기정사를 모두 경운사로 옮겨놓은 형태가 되었다.

가리가네 8단이 기정사를 떠나 일본기원으로서도 그 이상 그와의 대국을 거부할 이유도 없어졌다. 오청원과 가리가네의 치수고치기 10번기는 이렇게 성립됐다.

제한시간은 가리가네가 장시간을 요구하고 오청원은 단시간을 희망했다. 요미우리 신문사의 조정 끝에 제한시간은 16시간으로 결정되었다. 대국장은 '요미우리 바다의 도장'.

이 치수고치기에는 일본기원의 명예가 걸려있었다. 오청원이 진다면? 일본기원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리가네는 일본기원 소속이 아니었으므로 그 때까지 일본기원엔 그와 대국한 일도, 그의 기보를 연구한 일도 없었다. 오청원은 오직 한번 4단 시절 요미우리 선발전에서 그와 만나 흑을 잡고 2집을 이긴 일이 있다.

1941년 8월. 3일간의 제1국은 가리가네의 흑번이었으나 오랫동안 공식시합에서 떨어져 있던 탓인지 가리가네는 실력 발휘를 못하고 불계패했다.

제2국은 10월에 열렸다. 오청원의 백번이었다. 이 바둑에서오청원은 가리가네의 힘을 실컷 맛보았다. 끈적끈적한 힘의 무시무시함은 다른 기사와의 시합에서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었다. 첫째날 엎치락뒤치락 결투가 벌어져 육탄전이라고 해야 할 싸움은 사흘째 계속되었다.

오청원은 중반부터 악전고투했다. 오청원은 가리가네의 맹공을 견디며 백이 약간 우세하다는 평가속에 3일째를 맞았다. 3일째 밤은 둘 다 악전고투였는데, 특히 가리가네는 고령이어서 관전하던 사람들의 말로는 어깨 숨을 쉴 정도라고 했다.

흑이 약간 고전했으나 승패불명인 채 계속 되더니 끝내 기력의 한계에 이르렀음인지 208수만에 오청원의 6집반승으로 끝났다.

이 바둑이 만일 가리가네의 실착이 없었더면 후세에 남을 명국으로 기록될 만 하다. 10번기는 계속된다. 제3국은 12월27일 열렸다. 흑의 가리가네는 백의 큰 모양에 쳐들어와 오청원을 짓밟고 오청원은 수습에 명수다운 솜씨를 발휘했으나 끝내 4집을 지고 만다.

운명의 4국이 찾아온다. <계속>


[뉴스화제]



●조훈현 루이9단 추격 꺾어

조훈현 9단이 국수전 명예회복이냐 반상의 성혁명이냐를 놓고 루이나이웨이 9단과 가진 국수위 리턴매치에서 잇달아 승리, 1승을 남겨놓았다. 조 9단은 3월6일 벌어진 루이 9단과의 리턴매치에서 1국에 이어 2국에서도 완승을 거두었다.

이날 대국에서 조9단은 초반에 실리를 차지하며 우세를 확립하고 중반이후 질기게 덤벼드는 루이 9단에게 완승을 거두었다. 제3국은 4월7일 안동 하회마을에서 펼쳐진다.


●컴퓨터 바둑대회

중국의 goemate(기멧)가 국내 최초로 바둑소프트웨어의 실력을 가늠하는 제1회 서울대공대-가로수닷컴배 국제컴퓨터 바둑대회에서 초대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우승상금 1500만원도 챙겼다.

3월 2~3일 서울대학교 엔지니어 하우스에서 벌어진 이번 대회에서는 미국 영국 중국 등 세계 8개국 18개팀이 참가해 예선리그 결선 풀리그로 우승팀을 가렸다. 그 결과 '천하수담'으로 유명한 천스싱의 goemate가 7전전승으로 우승컵을 안았다.

한편 한국의 출품작인 인텔소프트와 GMS는 6,7위를 차지했다.

/진재호 바둑평론가

입력시간 2001/03/13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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