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동아 그룹, '건설 한국'에 큰 상처

1945년 해방과 함께 설립돼 국내 건설업계의 대표주자로 일컬어져 왔던 동아건설이 완전히 간판을 내린다.

서울지법 파산부는 3월 9일 "동아건설에 대한 실사 결과 기업 청산가치(1조6,380억원)가 기업 존속가치(1조2,556억원)보다 높게 나온 데다 전체적인 국익 차원에서 청산하는 게 낫다고 판단 됐다"며 정리절차(법정관리) 폐지 결정을 내렸다.

동아건설은 2주내 서울고법에 항고할 수 있으나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사실상 파산이 확정됐다.

동아건설의 파산은 국내 기업의 관리 정책 실패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케이스다. 동아건설은 현 정부가 출범한지 채 6개월이 안된 1998년 9월 워크아웃 1호로 지정된 기업이다.

이후 정부와 채권단은 9,600억원의 협조융자, 802억원의 출자전환, 6,355억원 상당의 인천매립지 매입 등 1조7,000억원이 넘는 직ㆍ간접 정책 금융을 쏟아 부었다.

그럼에도 동아건설은 최원석 전사장을 중심으로 한 구 사주측의 사재 출연 약속 파기, 새 경영진의 구태의연한 회사 운영, 노사 갈등, 여기에 종전의 분식회계 사실까지 터져 나오면서 자구에 대한 실낱 같은 기대마저 허물어졌다.

결국 엄청난 공적 자금과 수많은 투자자들의 돈만 휴지로 만들었다. 고사 직전의 나무에 엄청난 '황금 비료'만 뿌리며 연명시킨 꼴이 됐다.

동아건설 파산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숙제가 남아 있다. 그간 산소 마스크를 떼지 못한 빌미가 됐던 리비아 대수로 건설 문제와 국내 1만여 아파트 입주 예정자, 그리고 수천여 협력ㆍ하도급 업체들에 대한 사후 피해 처리 문제다.

정부도 이번 기회에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아무리 대마(大馬)라도 생존이 불가능한 것은 시장원리에 따라 가차없이 처리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그게 바로 제2의 동아건설을 막는 길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3/14 19:34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