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야망과 도전] SK의 미래를 여는 얼굴들

전문경영인 체제, 최태원회장 도약에 재계 주목

SK그룹은 누가 이끌고 있는가. SK그룹은 전문경영인 전통이 유독 강하다. 오너는 있어도 전횡이 없는 특유의 경영스타일이 고 최종현 회장이래 굳어졌다. 오너를 제쳐놓고 손길승 회장이 그룹회장을 맡고 있는 것부터가 그렇다.

다른 그룹에선 흔한 관료 출신 사장도 찾아볼 수 없다. 인맥이 뚜렷하지 않은 점도 특징중 하나다.

여기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어떤 이는 '손길승이란 걸출한 전문경영인의 개인능력'이라고 해석한다. 어떤 이는 '오너 패밀리가 일부러 엎드려 있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그동안 자기보다 덩치 큰 기업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내사람 네사람'을 가를 수 없었던 현실적 이유를 들기도 한다.

실제로 유공(현 SK주식회사)이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에서 '출신'때문에 불리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너-전문경영인간 갈등도 쉽게 발견할 수 없다. 오히려 너무 자연스럽게 전환되고 있어 의아할 정도. 다만 외부수혈이 부족하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다. 최태원 회장체제가 정립돼 가는 과정에서 50대의 젊은 사장이 탄생하고, 외부인사가 간간이 기용되는 것은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최 회장 형제들이 부사장급까지 승진하면서 의사결정의 핵심 축으로 접근해 가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손길승회장 카리스마적 권위로 그룹 진두지휘

손길승 회장은 그룹회장으로서 SK그룹을 총괄적으로 대표한다. 손 회장의 그룹내 영향력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마치 선생이 제자를 대하듯 계열사 사장들을 호령한다. 최태원 회장은 그룹회장이 아니라 SK주식회사의 회장이다. SK그룹에서 회장직은 이 두 사람이 전부다.

그러나 통상 회장단이라 할 때는 SK주식회사 사장을 지낸 김항덕 회장대우 고문까지를 포함한다.

손 회장은 1965년 선경직물로 입사해 폴리에스터필름 개발, 워커힐호텔 인수, 유공 인수, 한국이동통신 인수, SK생명 인수 등 SK그룹 성장사의 산 증인이다. 98년 최종현 회장 사망후 SK그룹 최고의사결정회의인 수펙스 의장으로서 그룹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한국전문경영인학회가 한 잡지사와 함께 조사한 'CEO가 뽑은 최고의 CEO'로 뽑힐 만큼 카리스마적인 권위를 지녔다.

김 고문은 고 최 회장이 '좌길승 우항덕'했던 인물. 손 회장이 참모였다면 그는 야전사령관으로서 경영일선을 지켰다. 지금도 자신의 연고가 강한 SK주식회사쪽에선 나름의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연말의 사장단 인사로 부회장 자리가 3개 늘어 모두 6명의 부회장이 있다. 이중 황두열 SK주식회사 부회장,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김승정 SK글로벌 부회장, 김영석 SK증권 부회장 등은 '일하는' 부회장들이다. 황 부회장은 SK글로벌 에너지판매부문 사장을 맡다가 친정인 SK로 승진 복귀했다. SK주식회사내 유공인맥중 선두주자.

에너지판매분야의 달인으로 평가받는다. 손길승-황두열-류승열로 이어지는 업무(대관청 업무)인맥으로 꼽힌다. 김승정 부회장은 '손길승 속편'으로 불릴 정도다.

경남 진주출신으로 서울상대를 나와 ROTC를 나온 것까지 손회장을 그대로 따랐다. 1967년 전경련에 입사한 후 76년 해운공사로 옮겼고, SK글로벌에서 사장까지 지냈다. 한국개발연구원을 거친 때문인지 그룹내 이론가로서 대외기고문을 많이 쓰고 있다.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은 전주고를 월반해 2년만에 졸업한 수재로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한 후 1966년 유공에 입사했다. SK텔레콤을 업계 1위로 키우면서 신세기이통 인수, IMT-2000사업권 획득 등 굵직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처리했다.

항상 유머러스하지만 상대측 언행을 두어걸음 앞서 해석하고 대응하는 기민함이 돋보인다. 이들 부회장은 각자의 소속회사에서 젊은 사장을 후견하는 역할을 함께 맡고 있다.


류승렬사장 차세대 대표주자로 부상

아무래도 부회장까지는 '지는 별'이다. SK그룹의 미래는 사장급이하 젊은 임원들에게 달려있다. 류승렬 SK주식회사 사장은 명실상부 차세대 대표주자.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75년 유공에 입사한 후 주로 기획조정업무를 맡아왔으며 98년 손길승 회장의 뒤를 이어 구조조정추진본부장에 올라 능력을 인정받았다. 항상 미소 띈 얼굴이나 앞뒤가 명료하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기획통 특유의 날카로움이 숨어 있다.

SK주식회사 부사장인 김창근 구조조정추진본부장은 용산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74년 SK케미칼로 입사했다. 역도선수를 연상케 하는 다부진 체격에 성품마저 과묵해 만만치 않은 첫 인상을 남긴다. SK케미칼에서 외환과장, 자금부장을 거치는 등 재무통으로 커 왔다.

미국 남가주대에서 MBA코스를 밟을 당시 실명위기에 이를 정도로 파고들어 1년만에 수료하고 돌아왔다. 지난해 1월 구조조정추진본부 재무팀장(전무)으로서 구조조정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

SK텔레콤쪽에선 표문수 SK텔레콤 사장이 있다. 표사장은 경기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농경제학과 재학중 미국으로 건너가 보스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3년 가까이 교수생활을 했다.

89년 최종현 전회장의 권유로 선경그룹 경영기획실 과장으로 들어와 94년 SK텔레콤 기획담당 전무를 역임했다. 최태원 회장의 고종 사촌형이지만 SK텔레콤 성장과정을 초기부터 지켜본 전문경영인으로 분류된다.

김대기 신세기통신 사장은 인사전문가로 원주고-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왔다. 72년 유공에 입사한 후 20여년간 인사업무를 담당했다.

이규철 내외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1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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