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 뜨겁게 달굴 '해설 삼국지'

차범근·허정무·신문선
'입의 전쟁'

2002년 월드컵 축구의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요즘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치열한 스타 해설자잡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방송 3사들이 스타급 해설위원을 영입하기위해 거액의 연봉을 제시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 축구경기의 중계권을 싸고 벌어졌던 것이 '1차 축구전쟁'이었다면 스타 해설자 잡기는 '2차 축구전쟁'이다.

이처럼 방송사가 사활을 걸고 스타 해설자를 축구경기 중계방송의 해설위원으로 영입하려는 것은 경기의 박진감을 살릴 뿐 아니라 시청률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차범근, 차분한 해설로 무난한 데뷔

가장 먼저 대어를 낚은 곳은 MBC다. MBC는 지난달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을 지낸 차범근씨와 국가대표 선수 출신의 김주성씨를 한꺼번에 해설위원으로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오랜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을 지낸 차씨는 차분한 말솜씨, 해박한 축구지식, 풍부한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해설위원으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3월3일 잉글랜드와 스페인의 유럽 친선경기의 방송 때 해설위원으로 데뷔, 안방 시청자에게 해설자로서 신고식을 마쳤다. 차범근 해설위원은 "방송을 편하게 듣다가 직접 방송을 하니 진땀이 난다. 외국 진출 경험 등을 살려 시청자가 알기 쉽고 재미있게 축구경기를 해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분장 등이 어색했던지 평소 차분한 차범근의 모습답지 않게 자꾸 땀을 흘리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차씨는 축구중계 외에도 '월드컵 스페셜'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출연해 축구 상식이나 경기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이미 부산 MBC에서 1년간 해설위원으로 활동했던 역시 국가대표 선수 출신의 김주성씨 역시 중요한 국내외 경기를 차씨와 함께 해설한다.


허정무, 날카로운 분석으로 호평

KBS도 이에 질세라 차씨의 명성과 경력에 버금가는 허정무 전 국가대표 감독 영입을 서두르고 있다. 방송가에선 허정무씨의 KBS행을 기정사실화할 정도로 계약만 남겨놓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KBS는 그동안 간판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던 이용수 세종대 체육학과교수가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으로 발탁돼 해설위원직을 그만둠에 따라 새로운 해설위원 영입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현재 이상철씨와 이광선씨 등 두 사람이 축구 해설을 맡고 있는데 KBS 스포츠국은 차씨의 명성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5년간 국내 프로축구 경기의 독점중계권을 확보한 KBS는 이미 방송에서 수준급 해설가로 검증받은 허정무씨를 간판 해설위원으로 내세워 양과 질면에서 다른 방송사를 압도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차씨처럼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을 역임한 허정무씨는 유럽 축구리그를 참관하고 귀국하는 대로 KBS와 구체적인 계약 협상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정무씨는 지난 1998년 초부터 그해 6월 프랑스 월드컵 본선 때까지 SBS의 축구해설을 맡아 날카로운 경기분석과 핵심을 짚는 정확한 전달력으로 시청자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신문선, 새 둥지서 인기몰이 각오

MBC 축구중계 시청률 상승에 지대한 공헌을 한 신문선 해설위원은 SBS로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독특한 어투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해설 스타일로 각광을 받은 신 위원은 축구해설자로서 인기를 바탕으로 각종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SBS는 신위원을 영입하기 위해 3년간 연봉으로 6억원이라는 거액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위원은 "새로운 방송환경에서 축구해설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나아가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 시청자들에게 신나는 해설로 축구 보는 재미를 선사하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MBC 차범근, KBS 허정무, SBS 신문선씨가 펼칠 입심대결은 벌써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세 사람의 해설 스타일 역시 확연히 차이가 난다. 경기 흐름을 차분하게 분석해주는 논리적인 해설이 돋보이는 차범근씨, 경기에 따라 다양한 자료를 제시해 경기를 풍부하게 보게하는 허정무씨, 어투의 강약을 조절해 해설의 재미를 배가시키는 신문선씨는 나름의 개성이 뚜렸하다.

방송 3사의 해설전쟁에서 특히 선수와 지도자로써 대결을 벌였던 차범근씨와 허정무씨가 그라운드를 떠나 방송중계 현장에서 누가 승리자가 될지가 또다른 흥미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배국남 문화부 기자

입력시간 2001/03/15 10:40


배국남 문화부 kn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