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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본(49)] 스시

[재미있는 일본(49)] 스시

'스시'는 일본을 대표할 만한 음식이다. 'Sushi'라는 영어 단어가 있을 정도로 미국과 유럽까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팔리고 해외에까지 진출한 현재의 스시는 19세기 들어 개발된 일종의 인 스턴트 식품으로 전통 스시와는 많이 다르다. 스시의 한자 표기는 '지'가 가장 널리 쓰 이고 더러 '자'도 쓰인다.

'수사(壽詞)라는 간판을 흔히 볼 수 있지만 이는 19세기 이후에 만들어진 '아테지'일 뿐이 다. 한자의 본뜻에 따르면 '자'는 생선의 소금과 쌀, 또는 밥을 넣어 발효시킨 식품이다.

함경도 지방의 전통음식인 가자미 식해와 비슷한 후자, 즉 '자'가 일본 스시의 원형인 ' 나래즈시'이다. 담아서 무거운 돌로 눌러 두었다가 6개월 이상 숙성시킨후 먹었으니 생선 김 치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발효식품은 태국이나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 내륙지방에서 민물고기 저장법으로 발당해 퍼져 나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금까지 맥이 이어진 일본의 대표적인 나래즈시는 최대 호수인 비와코의 붕어로 만든 '오 미(시가현) 후나즈시'이다.

붕어가 발효한 독특한 냄새와 강한 신맛에 처음에는 눈쌀을 찌푸리게 되지만 몇 토막에 수 천엔이나 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늘 물량이 달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신맛은 쌀이나 밥의 녹말이 유산균에 의해 분해 유산이 생성될 때문이다. 스시라는 이름도 시다는 뜻의 옛말인 '스시'에서 나왔다는 것이 정설이다. 헤이안(794~1192년) 시대 이후 현재 까지 '지'라는 한자가 주로 쓰인 것은 혼동ㆍ 착각의 결과이다.

무로마치(1333~1573년) 시대 들어 일본의 스시는 커다란 변화를 겪는다. 당시까지 쌀이나 밥은 유산 발효를 돕기 위해 쓰였을 뿐 먹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새로 개발된 '나마나래'는 3~10일간 살짝 발효시킨 후 생선과 밥을 함께 먹었다. 충 분히 숙성하지 않은 나래즈시라는 뜻의 '나마나래'에서 나온 이름으로 여겨지고 있다.

가장 커다란 변화는 밥에 식초를 섞은 것이었다. 식초은 처음 발효를 앞당기기 위해 첨가 됐으나 나중에는 전통 스시의 신맛을 흉내내는 데 쓰였다. 현재 스시의 번역어로 쓰이는 초 밥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어울리게 된다.

식초를 섞은 밥을 상자에 담고 그 위에 어패류를 얹은 후 뚜껑을 덮고 무거운 추로 몇시간 눌러 두었다가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먹었다. 상자에 담아서 만든 초밥이라는 뜻에서 '하코 즈시'하고 불렸다.

19세기 들어서는 아예 손으로 초밥을 적당한 크기로 뭉쳐 어패류를 얹어 주는 '니기리즈시' 가 개발됐다.

에도(도쿄)에서 처음 만들어져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 이니기리즈시가 현재의 생선초밥이 다. 말뜻을 직역하면 '주먹초밥' 정도가 된다.

하코즈시에 이르기까지의 스시 발달사는 담근 후 먹을 때까지의 시간 단축으로 요약되며 니기리즈시도 기본적으로는 그 연장선상에 있었다.

다만 시간 단축이 어패류의 속성 발효를 목적으로 했듯 발효에 집착했던 전통 스시와는 분 명한 선을 그었다. 제대로 발효했는냐가 아니라 거꾸로 얼마나 싱싱한 생선을 쓰느냐가 경 쟁력의 핵심이 됐다.

식초를 넣어 신맛을 내는 데서 전통 스시의 흔적이 엿보이기 하지만 식초의 양을 줄이는 대 신 설탕을 넣어 은은한 신맛과 단맛을 살린 '니기리즈시'가 늘고 있다.

하나 하나 손으로 뭉쳐 주는 니기리즈시와 달리 초밥위에 어패류와 야채를 얹어 주는 '치 라시즈시'도 있으나 인기는 니기리즈시에 미치지 못한다.

또 초밥에 오이나 어패류를 넣어 만든 김밥인 '마키즈시'도 있으나 니기리즈시에 곁들이는 정도이다.

외래 음식문화가 끊임없이 밀려드는 가운데서도 초밥집에는 늘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에 도시대에 지나치게 비싸게 팔다가 영업 정지를 다한 사건이 있었을 정도로 고급 음식이었 고, 지금도 전문점은 서민들과는 거리가 멀지만 '회전초밥'등 대중적 체인점들이 크게 늘어 난 덕분이다.

대를 이어 초밥을 만들면서 맛의 차별성을 확보하기 위해 애써온 직인들의 땀이 서린 결과 이기도 하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입력시간 2001/03/2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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