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 코스터 탄 '야후'

급변하는 닷컴 환경에서 '비틀', 주가·시가총액 추락

팀 쿠글(전 대표이사 겸 회장)이 키운 야후(Yahoo)는 얼마 전까지 이름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낼 만했다.

그것은 기존의 언론에게 깊은 좌절감을 안겨준 인터넷에 의해 상처입은 자들의 신음소리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신음이 이렇게 조롱하는 소리로 변했으니 아이러니다. "1/4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나 떨어졌다고? 야(ya)~후(hoo)." "주가가 끝이 보이지 않는 추락으로 최고점과 비교할 때 무려 92%나 떨어졌다고? 야(ya)~후이(hooeyㆍ병신)."


팀 쿠글의 퇴진

정확히 말하면 야후의 주가폭락 소식은 지난주에 있었던 하이테크주 대학살의 일부에 불과하다.

시스코(시스템스)나 인텔의 순익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인원삭감이 불가피한 것으로 전망되면서 뉴욕 월가의 나스닥 지수는 금요일 하루동안에 5.3%나 떨어졌다. 연일 기록을 경신했던 1년전과 비교하면 나스닥 지수는 이미 59%나 내려갔다.

또한 실업률이 안정되고 임금인상률이 향상됐다는 좋은 뉴스마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월 말께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월가의 기대를 허물어뜨리고 말았다.

1995년 창업후 야후가 달라진 건 무엇인가. 야후는 세계시장을 장악해가는 길에 저항이 없지 않았지만 회사내에서 'T.K.'(팀 쿠글의 약자)로 알려진 확실한 CEO(최고경영자)를 앞세워 싸웠다. 그런 그가 지난주 물러났다.

그 후 야후는 마치 적들로 완전히 포위당한 도시보다 더 견고한 보안 방어벽을 쳤다. 지켜보는 자들은 가장 아이러니한 소문이나 곱씹을 수 밖에 없다.

주피터사(社)의 수석 분석가인 애럼 신나이치는 "야후가 디즈니를 합병할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았으나 지금은 디즈니가 야후를 합병하면 다행"이라고 말한다. 야후는 한때 시가 총액이 1,340억 달러에 달했으나 이제는 겨우 100억 달러에 불과하다.

어떻게 그렇게 추락했을까. 겉보기에는 비즈니스 사이클이 이유다. 하이테크 혁명은 끝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기 때문이다. 야후는 온라인 광고로 수익을 올리는데 지난 5년간은 제대로 돌아갔다. 세계에서 하루 1억6,000만명의 방문자가 찾는 야후의 한 귀퉁이에 광고를 내지 못해 사람들은 안달했다.

그러나 일단 하락세로 꺾어지면 광고는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웹 광고도 예외는 아니다.

그같은 징후가 나타났다면 쿠글은 왜 이전부터 대비하지 않았을까. 여기에는 e비즈니스의 전도사인 피터 코한의 찬사가 있었다.

"야후는 실리콘 밸리의 몇 안되는 제대로 된 기업"이란 찬사다. 쿠글은 지난해 10월 타임과의 회견에서 "너무 많은 비즈니스의 사이클을 지켜보는 바람에 머리가 다 셀 정도"라는 농담을 던질 만큼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웹 광고의 절대 믿음에 대한 경고 사인을 무시했다. 추락하는 닷컴(.com)은 밑바닥까지 떨어졌지만 광고는 야후와 AOL과 같은 몇개의 거대 닷컴기업에 집중될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쿠글은 이 대목에서 무엇을 보지 못했고, 또 보고 싶지 않았을까. 그것은 온라인 광고가 오프라인의 경쟁자처럼 확고하지 않다는 증거다. 사람들은 이제 인터넷 첫페이지의 배너광고를 거의 클릭하지 않는다.

광고를 클릭하는 비율은 최근 조사에서 0.01%로 떨어졌다. 수년 전에는 0.06%였다. 쓰레기와 같은 정크 메일은 오히려 1%에서 2%로 늘어났다.


배너광고의 추락

배너 광고의 추락은 야후의 비즈니스 모델을 뿌리부터 흔들었다. 야후는 AOL과는 달리 매출 증대를 위한 '플랜 B'가 없었다. 컨텐츠 와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AOL은 가입자로부터 월 21.95달러를 받는다.

그러나 야후는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고 이용자도 무료 사용에 익숙하다. 쿠글이 야후 옥션의 서비스 이용자에게 돈을 받으려 하자 이용자의 90%가 도망갔다. 당연히 유료화를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쿠글도 야후를 개편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날카로운 비즈니스 통찰력을 지닌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빌 게이츠를 복제하거나 헨리 포드의 DNA를 받아들이는 노력이 부족했다. 그것은 단순한 게 아니다.

기업에게 필요한 인재를 찾아주는 스펜서 스튜아트사(社)의 짐 시트린 국장은 "우리는 동기부여가 가능한 지도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특정한 사업 경험을 지닌, 실전경험이 많은 경영자는 적다"고 실토한다.

실전 경험은 중요하다. 제대로 된 후보자는 먼 거리를 꾸준히 나아가는 사람이다. 올림픽이라면 홀로 독주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야후는 너무 단시간에, 너무 빨리 커버린 탓인지 내부적으로는 '우리와 그들'을 구별하는 배타적 기업문화가 강하다.

외부에서 온 임원으로는 야후에서 재정담당인 슈 데커만이 유일하다. 그마저도 구석 사무실로 밀렸다.

야후의 이너서클(소수의 핵심 권력집단)에는 서로 친구 사이인 제리 양(공동 창업자)와 팀 쿠글, 데이비드 필로 등 너댓 사람이 들어 있다. 그들은 6년만에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됐다.

창업의 초창기에는 우정으로 맺어진 야후식 경영이 대성공을 거두는 원동력으로 작용했을지 모르지만 도약을 위한 의사결정 권한의 분산이나 이질문화의 수혈 등에서 야후는 분명히 실패했다.


배타적인 야후만의 경영방식

야후만의 배타성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야후는 1999년 개인 홈페이지 네트워크업체인 지오시티를 47억 달러에 인수한 뒤 이 회사 토머스 에번스 대표이사에게 격에 맞지 않는 직책을 맡기려 했다. 에번스는 실망하고 야후를 등졌다.

인터넷 방송사 브로드캐스트닷컴과의 합병도 마찬가지. 이 회사의 토드 와그너 사장은 합병이 마무리된 직후 야후 이너서클과 화합하지 못하고 떠나고 말았다.

1970년께 비틀즈를 생각해보라.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겠는가? 누가 감히 구조조정을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야후의 문화를 존경해야만 할 것"이라고 경영분석가 로웰 싱어는 말한다.

새로운 경영자가 와서 2년간 5억 달러에 이르는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히더라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렇게 하고도 은행 구좌에는 무려 15억 달러나 남아있어 야후는 자체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할 때까지 버틸 수 있다.

AOL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라이벌전이 치열한 이 세계에서 야후에게는 실리콘 밸리가 독자적으로 버틸 수 있는 뿌리가 된다. "그들은 (2차대전에서) 스위스처럼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월가를 더이상 즐겁게 할 수는 없다. 스위스처럼 살아남으려면 치즈나 초콜릿을 파는 게 낫다"고 신나이치 분석가는 비꼬고 있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3/2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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