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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안팎 악재로 좌불안석

[경제전망대] 안팎 악재로 좌불안석

지금 세계 경제무대의 춤곡은 음울하고 축 늘어진 템포의 블루스다. 끈적끈적한 리듬에 맞춰 조지 부시 미 대통령과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 모리 요시로 일본 총리와 미야자와 기이치 재무장관이 비틀대듯 플로어를 돌고있다.

그 지루한 광경에 지친 관객은 잠시라도 왈츠나 탱고가 나오기를 기대하지만 기분이 언짢은 악사들은 댄서의 희망도, 관객의 요청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3월 위기설'에 시달리던 일본이 주초 제로금리 정책으로 되돌아가고, 미ㆍ일 정상이 워싱턴에서 긴급 처방을 논의했지만 두 경제대국의 시장에 자리잡은 음산한 기운이 좀처럼 걷히지 않는다. 20일(현지시간) 발표되는 FRB의 추가 금리인하 폭이 0.75bps로 커진다 해도 경기둔화와 실적악화에 따른 시장의 패배감을 어느 정도 위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효 못거두는 실업대책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하나인 영국의 피치IBCA가 지난주 일본 19개 은행의 재무건전성 등급을 '부정적 감시대상'에 올리자 일본 정부가 전후 처음으로 디플레이션 상태를 인정, 엔화 가치는 달러당 120엔대로까지 떨어졌다.

미국에선 야후 신화의 붕괴와 인텔ㆍ시스코 등 기술주의 성장성에 대한 환멸로 주가의 바닥을 점치기 어렵게 됐다. 양국 투자자의 심리는 이제 공황적 상태를 넘어 "주가가 떨어질 만큼 더 떨어지면 다시 시작하겠다"는 자포자기적 보상욕구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ㆍ일 경제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는 한국 경제는 말 그대로 좌불안석이다. 대우차 매각 지연, 동아건설 파산 후유증, 여전히 생존여부가 불투명한 현대계열사 등 암세포들의 독성을 이겨내기도 힘든 판에 해외변수까지 악화되고 있으니 정책당국자나 시장참여자들 모두 피로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분석도, 펀드매니저들이 권하는 종목패턴도 몇달째 동어반복 수준이다.

"추세적 전환을 확인할 때까지 관망하고 현금보유를 늘려라. 정 투자하고 싶다면 개별종목 위주로 낙폭과대의 저가주에 주목하다."금주의 장세전망도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아마추어 투자자들은 그저 손가락이나 빨고있으라는 얘기다.

우리의 수출경쟁력과 직결된 환율, 특히 원-엔 환율관리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금리정책을 통한 경기부양에 한계를 느낀 일본이 엔약세를 통한 수출확대쪽으로 방향을 잡은 탓에 엔-달러 환율은 조만간 130엔대까지 급등할 전망이다.

이 경우 달러당 125엔 정도를 예상, 원-달러 환율 방어목표를 1,320원대로 잡은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원-엔화 가치를 무작정 연동시키면 물가관리에 적신호가 켜진다. 수출이냐, 물가냐를 두고 정책당국의 고민하는 한 주일이 될 것같다.

2월중 고용동향의 뚜껑이 열린 결과 실업자수가 100만명을 넘어서고 실업률도 5%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재탕삼탕의 실업대책은 여전히 헛발질만 거듭한 채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통상압력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USTR 실무협의단이 지난 주말 방한, 정부당국자들과 통상현안을 협의하고 있다. 이달 말로 예상되는 한미 통상장관회담의 사전정지작업을 위해서다.

회사채 신속인수 제도에 대한 변칙보조금 시비, 불법 소프트웨어 범람과 관련된 지적재산권 문제, 철강 등의 반덤핑 논란, 외제자동차 수입장벽, 수입쇠고기 분리판매 등에 대한 미국의 공세가 만만치않을 것으로 예상돼 자칫 되로 주고 말로 받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대 계열사 유동성 위기 등 불안 여전

주총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회계법인들로부터 적정의견을 받지못한 기업의 조바심도 커지고 있다. 특히 29일 주총을 갖는 현대건설 등 현대계열사들이 어떤 감사의견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와 별개로 외국인들이 물량털기에 나선 '왕따' 현대전자의 유동성 문제는 여전히 우리 경제의 뒷덜미를 잡고있다.

동아건설 파산에 따른 리비아대수로 공사 승계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다. 정부는 동아건설에 지급보증을 서준 대한통운이 공사를 대신하는 것을 차선으로 꼽고 있지만 리비아측은 동아건설이 공사를 계속해야한다는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있다.

정부가 문제를 다루는 것을 보면 시한폭탄을 만지는 어린이를 보는 듯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이유식 경제부 차장 yslee@hk.co.kr

입력시간 2001/03/2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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