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교육당국은 뭐하는가?

학내분규중인 상문고의 학부형인 한 친구로부터 며칠전 전화가 왔다.

"전학을 가야 하느냐, 남아야 하느냐를 고민하며 잠 못이루는 아들놈이 보기가 민망해 죽을 지경"이라는 하소연을 한동안 털어놓았다. "간단한(?) 상문고 문제도 속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교육당국을 믿고 또다시 자식을 맡겨야 한다"는 현실이 서글프다고도 했다.

상문고 사태는 1학년의 경우 100여명이 남고, 2~3학년은 160여명이 정든 학교와 친구를 떠나는 것으로 해결의 가닥을 잡았다. 2학년의 경우 한반의 학생이 20여명에 불과해 일렬로 된 책상을 ㄷ자형으로 재배치했다고 한다. 겉으로만 보면 선진국형 교실로 변했다. 학교당국도 "선진국형 학교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단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학교도, 재단도, 서울시 교육청도 바뀐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느낌이다. 2~3학년 학생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는 과정에서 교육청이 '선착순'을 내뱉는 바람에 학부형들이 학교 앞에서 밤을 새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고, 사태의 핵심인 비리재단도 그대로 남았다.

상문고 사태는 분명히 교육을 돈벌이에 이용해온 비리재단과 이를 감독해야 할 교육청의 직무유기로 발생한 일인데, "깊이 반성하고 죄값을 치렀으니 이제는 학교를 돌려달라"는 비리재단은 이번 사태로만 보면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욕심만 늘었다.

교육청도 사태해결 과정에서 통제와 조정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재단과 학부형 사이에서 갈짓자(之) 걸음을 계속했다. 그래서 학부형들이 교육청이 비리재단과 특별한 끈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교육당국은 입만 열면 "법 때문에", "법대로 하면"을 읊어댄다. 그러나 교육은 법으로 다스릴 일이 아니다. 더이상 우리나라의 학교교육에 기대할 게 없다며 이 땅을 떠나는 사람들을 다시 쳐다보게 된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1/03/20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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