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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이는 대북정책,해법찾기 골머리

꼬이는 대북정책,해법찾기 골머리

한미간 시각차로 향후계획에 차질,북한도 강경기류로 선회

DJ의 햇볕정책에 난제만 쌓여가고 있다. 대미ㆍ대북 관계, 그리고 국내 정치에서 악재가 이어지는 삼중고의 형국이다. 특단의 돌파력과 치밀한 전략전술이 배합되지 않고서는 현 국면을 헤쳐나갈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외교안보팀의 암중모색은 이미 시작됐고, 1차적으로 이달 말 또는 내달 초 열릴 한ㆍ미ㆍ일 고위정책협의회에서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 국면을 바라보는 국내 각 세력의 시각은 매우 판이하다. 보수진영에서는 잠시 판세를 관망하면서 우리 정부가 일단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정부와 진보적인 인사들은 지금의 대북정책을 바꿀 이유가 없으며 현실적 대안을 차분히 찾아보자는 자세를 취한다.

당분간 대북정책을 둘러싼 이러한 논쟁은 여와 야, 보수와 진보를 확실히 가르는 민감한 바로미터가 될 듯하다.

■대북정책 수정 불가피

먼저 삼중고의 실체를 살펴보면 한미 정상회담 결과 드러난 미국의 대북 강경 시각, 북한의 5차 장관급 회담 일방적 연기 등 대미 강경태도, 햇볕정책 기조에 대한 국내의 비판여론 등으로 요약된다.

먼저 아시아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지난 3월8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난 김대중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후 많은 희망을 접어야 했다.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한 평화선언 추진은 철회해야 했고, 부시 대통령의 엄격한 상호주의, 검증 주장에 밀려 포괄적 상호주의로 물러서야 했다.

김 대통령의 방미기간중 미국 조야는 제네바 핵합의의 수정을 언급했고,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북한을 실패한 체제"로 규정하기도 했다.

미국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은 물론 재래식 무기 등 사실상 모든 대북 협상의제들을 거론하면서 회의감을 표시했다.

부시 행정부가 작심하고 전방위로 김 대통령을 압박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남북문제에 있어 미국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일각에서는 "부시 행정부가 대북정책을 검토하는 과정임을 중시하면서 향후 한미간 조율과정에서 현재의 입장이 수정될 여지가 많다"고 전망하지만 미국 현지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부시 행정부의 안보정책과 대북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핵심인사들은 제네바 핵합의 이후 대북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클린턴 행정부 시절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준비된 정책통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1998년 '탄도미사일이 미국에 끼치는 위협에 대한 평가위원회 보고서'(일명 럼스펠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다룰 정도로 북한 문제에 정통하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진용에 포함된 다른 인사들도 비슷한 경력을 지녔다. 김 대통령이 이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가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한미 정상회담의 파장은 국내정치와 남북대화에서도 별 여과없이 어어졌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한나라당은 외교안보팀의 문책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사실상 햇볕정책의 수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야당 주장의 골자는 엄격한 상호주의 적용과 대북협상 내용의 검증으로 요약된다. 북한도 3월13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무기연기시킨데 이어 미국에 대한 비난 강도를 높였다. 비록 1차적 반응이지만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기에 충분한 계기로도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측에 고무적인 현상도 적지않게 표출됐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LA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과 민주당쪽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강경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햇볕정책 이외의 대안이 현실성을 갖겠는가"라는 의문을 골자로 한 미국내의 반론은 점차 힘을 얻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장관급 회담을 무기연기시킨 북한은 15일 이산가족 서신교환을 예정대로 진행시켰고, 대남비방을 삼가고 대미비난만을 퍼붓고 있다. 회담 연기가 전면적인 남북대화 중지로 이어지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는 제스추어다.

■남북관계에 엇갈린 진단과 처방

하지만 이같이 비교적 명확한 현상을 놓고 전문가들은 전혀 다른 처방전을 쓰고 있다.

먼저 보수적인 입장을 줄곧 견지해온 이동복 전의원은 "현재 대북정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전제 하에 "북한이 먼저 남북 기본합의서를 이행하자는 요구를 해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주문한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햇볕정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판단하는 그는 "지난해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에 응하고 남북대화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식량 비료 등 경제적 지원을 얻어내고, 남한 정부를 통해 대미관계를 정상화하려는 목적에서였다"며 "하지만 올해에는 남한으로부터 얻어낼 것이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북 전력지원은 미국의 우려 등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전의원은 이어 "북한으로서는 대북정책을 재검토중인 미국을 지켜볼 것이며, 이런 맥락에서 2차 남북 정상회담의 성사는 어려울 것"이라며 "따라서 남북관계는 소강 내지는 냉각국면이 조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그간 상당한 성과를 내온 현재의 대북정책이 미국의 정권교체로 도전을 받고는 있지만 위기에 처했다고는 보지 않는다"며 "미국도 대북정책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가 대북정책을 바꾼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그는 "미국 언론은 부시 행정부가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때문에 강경책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며 "우리 언론도 보다 주체적인 시각에서 미국의 대북 강경책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부시 행정부가 주장하는 대북정책의 상호주의, 검증 등은 사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도 강조됐던 것"이라며 "다만 부시 행정부는 보다 강조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정부는 미국의 대북정책을 가급적 우리 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며 "또한 미국의 강경책을 우리의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현 정책의 변경만을 주장하는 목소리의 무책임성도 지적하고 있다.

이같은 엇갈린 진단과 처방 속에서 정부는 일단 대북정책의 기조를 유지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NMD 추진을 목표로 북한 미사일 및 재래식 전력 위협을 강조하고, 북한도 대미 대결자세를 지속할 때 발생할 정부의 입지축소를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전제 하에 정부는 2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미국을 중재하고, 남북의 군사적 긴장완화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을 모색하는데 대북 협상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의 정상이 만나 주한미군 문제,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북한 재래식 전력 문제 등에서 돌파구를 찾아 미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책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비공개 채널을 풀가동, 남북 정상회담의 길을 닦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며 남북 비선(秘線)이 가장 활발히 가동될 시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직후가 될 듯하다.

이영섭 정치부 기자 younglee@hk.co.kr

입력시간 2001/03/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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