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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금융공룡, 순항할까

닻 올린 금융공룡, 순항할까

자산규모 106조원의 우리금융지주회사,사상초유의 실험

1912년 4월15일. 승객 2,000여명과 700여명의 승무원을 태운 타이타닉호가 아일랜드항에서 거대한 기적소리를 울린다. '꿈의 배'라 불리운 타이타닉은 그렇게 이상향인 미국을 향해 떠난다.

그리고 4일 뒤. 타이타닉은 예상치못한 거대한 빙산에 부딪혀 침몰한다. "최대한 속력을 내서 신문 1면 톱기사를 장식하고 싶다", "구명보트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타이타닉호 선장의 말은 '침몰의 예언'이 아니었을까.

우리금융지주회사 윤병철 초대회장(오른쪽)
이 임원으로 부터 축하인사를 받고 있다.
<오대근/사진부기자>

영화 '타이타닉'은 아일랜드의 방랑자 잭 도슨과 몰락한 가문 로즈의 운명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하나의 장치로 타이타닉의 침몰을 그렸다.

하지만 이것은 허구가 아닌 역사였다.

"부실은행의 집합은 부실규모만 더 키울 수 있다"는 각계의 우려를 뒤로 하고 자산규모 106조원의 정부주도 거대 금융지주회사가 4월2일 드디어 닻을 올린다.

지난 3월12일 설립주총에 이어 경영진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이제 형식적 인가절차만 남겨놓았다. 국내 금융사상 초유의 실험이 시작되는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주회사가 순항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너무 잔혹한 비유일지는 몰라도 혹시 타이타닉의 우를 되풀이하지는 않는 것인지, 또 "지주회사는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정부의 장밋빛 전망은 혹시 실패를 예고하는 복선은 아닐지..

■비대한 조직 "옥상옥 아니냐" 우려 속 출범

우리 금융지주회사는 서울 회현동 한빛은행 본점 20층에서 첫 살림을 시작한다.

전체 직원은 상근임원을 포함해 50명 안팎이 될 전망. 자본금은 총 3조6,373억원(발행주식 7억2,745만주)으로 지주회사 주식은 한빛은행 78.8%, 평화은행 6.8%, 경남은행 6.8%, 광주은행 4.7%, 하나로종금 2.9%로 구성됐다.

지주회사의 조직은 이사회-지주회사 회장-자회사 등으로 이어지는 3개 라인이 핵심이다.

이사회 밑에는 경영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 등이 구성되며 회장은 자문위원회의 보좌를 받는다. 상임이사 및 자회사 경영진으로 구성된 경영협의회는 이사회 정책결정사항을 자회사에 전달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한다.

씨티금융그룹의 조직을 최대한 벤치마킹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역할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데다 조직이 지나치게 비대해 옥상옥(屋上屋)의 비효율성만 낳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지주회사의 상호가 '우리'로 결정되는데도 해프닝이 있었다. '우리'라는 명칭은 1999년 한일-상업은행 합병에 맞춰 일반인을 대상으로 은행 이름을 공모했을 당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 이름.

하지만 고객의 혼동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채택되지 않았다가 2년여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이 때문에 지주회사측은 당시 공모에 참가했던 고객들로부터 "왜 함부로 공모했던 이름을 사용하느냐"는 항의를 받고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지주회사 경영진 인선은 철저하게 팀워크에 초점이 맞춰졌다. 선장격인 윤병철 대표이사 회장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중심으로 인선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1937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난 윤 회장은 금융계의 거인으로 통한다.

일에 관한한 철저한 사람이지만 뒤끝이 없고 포용력이 탁월해 항상 추종세력을 만들어내는 스타일. 1960년 농업은행을 통해 금융권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장기신용은행, 하나은행의 행장 및 회장 등을 거쳤다.

이덕훈 한빛은행장 겸 부회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직시절 윤 회장과 인연을 쌓아 다른 경쟁자를 제치고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탁월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금융기관 경험이라고는 상업ㆍ한일은행 합병추진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것과 지난해 5월부터 10개월간 대한투신 대표이사 사장직을 지낸 것이 전부. 이 때문에 이 행장의 선임이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윤병철회장 중심으로 드림팀 구성

세계은행(IBRD)에서 12년을 근무한 전광우 전략담당 부회장(CEO)은 1998년 이규성 재경부장관 시절 장관특보로 발탁되면서 경제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인물.

지난해부터는 국제금융센터 소장을 맡으면서 국제감각까지 검증받았다.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장기신용은행 전신인 한국개발금융에 입사해 윤 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민유성 재무담당 부회장(CFO)은 정부가 누누이 밝혀왔던 '국제감각에 밝은 40대 인물'이라는 기준에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씨티은행, 자딘플레밍증권, 모건스탠리증권 등에서 일해 온 기업금융분야 전문가다.

윤병철 회장의 40여년 금융권 연륜과 1949년생 동갑내기 친구인 이덕훈 한빛은행장과 전광우 부회장이 합쳐 팀워크을 이뤘고 여기에 40대의 기업금융 전문가인 민유성 부회장이 가세해 전문성이 보완됐다는 평가다. 나머지 자회사의 경영진 역시 윤 회장의 측근들로 구성됐다.

윤 회장이 장기신용은행에 근무할 당시 한솥밥을 먹었던 황석희씨와 강신철씨가 각각 평화은행장과 경남은행장에 선임됐다.

특히 전광우 부회장, 엄종대 광주은행장까지 포함해 국민은행(또는 장기신용은행) 출신이 5명이나 경영진에 발탁되는 진기록을 남겼다.

금융지주회사의 총자산은 106조9,000억원. 총인원이 1만5,331명에 달하고 점포수도 1,072개나 된다. 7월 초 출범할 국민-주택 합병은행에 이어 국내에서 두번째로 큰 금융기관이다. 하지만 덩치가 크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이자 약점이다.

우리금융지주회사가 4월2일 회현동 한빛은행
본점 20층에서 역사적인 출발을 한다

통상 금융기관 통합의 시너지 효과는 1차적으로 조직과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절감 효과에서 발생한다. 문제는 편입 금융사의 기능재편이 지난해 말 노사정 합의과정에서 내년 6월 이후로 연기됐다는 점.

이와 관련,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노조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내년 이전에라도 자회사의 기능재편을 최대한 이끌어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개별은행과 지주회사, 대주주인 정부와 노조 사이에 적잖은 갈등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추가부실 가능성, 정부간섭도 풀어야 할 과제

수익창출 능력도 미지수다. 만약 홀로서기가 가능할 정도의 수익을 내지못할 경우 경영실패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노사정 합의로 당장 비용절감이 어려운데다 가계여신에 비해 기업여신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향후 기업구조조정에 따라 추가부실이 생길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얘기다.

지주회사의 주인인 정부의 경영간섭도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3월 초 진념 부총리 겸 재경부장관은 "건전성과 수익성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주주권을 행사해 경영진을 교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 방지, 공적자금 보호 등의 취지에서 당연한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자칫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지주회사는 천문학적인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고 출범하는 만큼 통합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극복해야 할 난제가 너무 많다"며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둔 신중한 자세로 경영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 경제부 기자 ytlee@hk.co.kr

입력시간 2001/03/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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