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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결혼풍속도] 디지털 마담뚜가 뜬다

[新결혼풍속도] 디지털 마담뚜가 뜬다

결혼정보회사 VIP클럽 등
짝찾기 성행

서울 강남에 사는 이모(28ㆍ여)씨는 지난해 초 신랑감을 찾기 위해 모 결혼정보회사의 VIP회원에 등록했다. 서울에서 4년제 대학을 나온 이씨는 현재 아버지가 경영하는 전자업체에 근무중이다.

이씨의 신상카드 배우자 직업란에는 '의사'라고 빨간 글로 적혀있다. 그 뒤에 '단 결혼이 성사되면 30억원 상당의 개원비를 지원함'이라는 단서가 붙어있다. 이양의 부모님은 현재 부동산 외에도 100억원대의 동산을 가지고 있는 재산가다.

어머니와 함께 와서 회원등록을 한 지모(27ㆍ여)씨는 완벽한 조건을 갖췄으면서도 '단지 키가 조금 작다는 이유'만으로 맘에 드는 짝을 고르는데 애로를 겪었다. 지씨는 서울 소재 대학과 대학원을 나와 현재 연봉 5,000만원이 넘는 동시통역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씨의 부모는 모두 대학교수로 재직중이다. 깜찍한 얼굴에 성격이 밝아 매사에 긍정적인 지씨는 배우자도 '자신을 사랑해 주는 성실한 남자'정도로 적을 만큼 평이하다. 하지만 158cm라는 '신장 핸디캡' 때문에 '마담뚜'들로부터 기분나쁜 소리를 들은 뒤 결혼정보회사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레지던트 2년차인 설민재(30ㆍ가명)씨는 지난해 말부터 여가시간이 나면 인터넷 미팅사이트에 들어가 정보를 교환한다. 소아과 전공의인 설씨의 부모님은 충북에서 비닐하우스와 밭농사를 하는 농부다.

장남인 설씨는 최근 종합병원 취직이 여의치 않아 개원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자본이 많이 들어 고민중이다. 그래서 내심 '착하면서도 개업에 경제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성 반려자'를 그려보곤 한다. 설씨는 조만간 결혼정보회사에도 의뢰할 생각이다.


기업형 결혼정보회사 성업

'중매를 잘 서면 술이 석 잔이요, 잘못하면 뺨이 석대'라는 옛말이 있듯 결혼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다. 서로 다른 환경의 남녀가 만나 가정이라는 사회적 기초단위를 만드는 결혼은 개인뿐 아니라 집안과 집안을 연결하는 가장 큰 견고한 사회적 결합을 뜻한다.

최근 들어 결혼 적령기 남녀간의 만남과 결혼을 주선하는 기업형 중매대행사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19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중매는 소규모 결혼상담소나 마담뚜, 또는 지인을 통해 간헐적으로 이뤄지던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부터 자본을 갖추고 체계적인 회원관리를 내세운 기업형 결혼정보회사가 속속 생겨나면서 중매사업은 큰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개방적이면서도 실리를 추구하는 요즘 젊은이의 배우자 선택 성향, 그리고 인터넷 중매방식의 등장 등으로 결혼문화가 변혁기를 맞고 있다.

현재 미등록업체를 포함한 결혼상담소는 전국에 약 1,400여개. 이중 대다수가 매출액 3억원 미만의 영세업체가 대부분이고 회원수 1만명,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형은 듀오 선우 피어리 닥스클럽 에코러스 등 5~6개 업체.

지난해 결혼정보업시장 규모는 500억원으로, 5~6개 대형 결혼정보회사들이 총 매출액의 25~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중매사업시장은 매년 30% 정도씩 신장되고 있어, 2006년에는 약 2,400억원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결혼정보회사들은 처음에는 '결혼 적령기에 있는 모든 청춘남녀의 배우자를 구해준다'는 취지로 영업을 개시했다.

그러다 IMF위기가 절정을 이룬 1999년 초부터는 '귀족 마케팅'이라는 차별적인 서비스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귀족 마케팅이란 '능력있는 남자'와 '가문좋은 여성'을 연결해주고 더 높은 수익을 놀리겠다는 기법이다.

일종의 마담뚜 역할을 결혼정보회사들이 대신 맡아 하겠다는 것이다. 흔히 VIP클럽, 명문가 클럽, 노블레스클럽, 프레스티지클럽 등으로 불리는 귀족 마케팅은 일반 중매알선보다 훨씬 높은 수익과 성사율을 보이면서 점차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사(士)'자 여전히 최고 신랑감

이같은 VIP 클럽에는 우리나라에서 내노라하는 상당수의 청춘남녀가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남성의 경우 사법ㆍ행정ㆍ외무 고시 합격자나 판ㆍ검사, 변호사 등의 법조인을 비롯해 의사, 공인회계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와 박사급 연구원, 대학교수, 외국회사 고액 연봉자, 벤처사 대표 등 우리 사회의 최고 엘리트가 주를 이룬다.

여성도 고시합격자, 의사, 전임강사, 약사, 외국 기업체 사원, 방송사 PD 등 능력을 갖춘 재원이 대부분이다. 여성회원중에게는 학벌이나 직업 요건 외에도 유명 연예인, 미인대회 수상자, 예술인, 항공사 승무원 등 외모가 뛰어나거나 부모가 거액의 재산을 소유한 경우에는 등록자격이 주어진다. 이 정도 수준의 자격조건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아예 가입 자체가 안된다.

결혼정보회사들은 이들의 학벌, 직업, 수입, 신장, 연령, 출신지, 부모직업, 종교, 취미 등에서 원하는 배우자의 직업과 외모, 취향 등 상세한 신상 프로필을 받은 뒤 어울리는 짝을 소개해준다.

결혼정보회사들은 소위 판ㆍ검사 같은 '사'(士) 출신의 남자 VIP 회원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느냐가 회사 능력의 척도가 된다.

이들은 담당 카운셀러가 일대일로 접촉해 정확한 신상명세를 파악한 뒤 한달에 1~2번 정도씩 이성 파트너를 소개받는다. 담당 카운셀러가 이메일로 보내온 이성이 마음에 들면 다시 이메일을 보내 미팅 장소와 시간을 전달받는다. 이때 상대방의 성, 나이, 직업, 출신지, 집안배경, 외모 등에 대한 개략적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단, 이름과 사진, 주소는 깨질 것에 대비해 절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VIP회원의 면면은 놀랄 정도다. 1999년부터 '프레스티지'라는 VIP 특별회원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는 결혼정보회사 피어리의 경우 총회원 1만명중 30%에 달하는 약 2,900명(남자 1,500명, 여자 1,400명)이 이 클럽 회원이다.

남성 회원의 직업별 분류를 살펴보면 의사(34%)와 사법연수원생, 판ㆍ검사 등의 법조인(22%)이 가장 많고, 이어 사무관 이상 공무원(19%), 회계사나 변리사(11%), 전임강사 이상의 대학교수(7%), 벤처 CEO(7%), 기타(2%) 등 사회 지도층 인사가 대다분이다.

학력별로도 박사가 25%, 석사 48%, 학사 27%로 석사 이상의 고학력 소유자가 무려 73%에 달한다. 여성회원은 일반 기업 사무직 종사자가 53%로 단연 많고, 전문직(21%), 공무원 및 교직(12%), 기타(14%)의 순이다. 학력은 학사가 71%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석사가 23%, 박사도 6%나 됐다.

특히 여성회원 중에는 부모님이 전ㆍ현직 장관이거나 국회의원 같은 고위 정치인, 재벌가, 대학총장 같은 소위 명문가 집안 출신이 상당수 있다.


특별회원 연회비 350만원까지

한 VIP클럽의 커플매니저는 "VIP 회원 중 남자의 절반 가량은 결혼정보회사에서 먼저 전화를 걸어 가입시킨 것으로 보면 된다.

반면 여성은 거의 자발적으로 가입한 것이다. 어떤 부모는 자격이 안되는 데도 돈을 더 내겠다며 가입을 조르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또다른 결혼정보사의 커플 코디네이터는 "예전에 마담뚜를 통해 명문가나 전문직 사위를 얻으려는 부모님이 이제는 엄청난 성혼사례비와 신뢰도 때문에 결혼정보회사로 몰리고 있다"며 "이런 추세로 시중의 마담뚜들은 거의 설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결혼정보사를 찾았다는 대기업 대리인 이모(31)씨는 "친구사이에 결혼정보사에 등록하면 명문가 규수와 맞선볼 기회가 많다는 말을 듣고 문의해봤으나 VIP회원에는 가입자격이 안된다고 해서 포기했다"며 "중매에도 차별이 있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연간 12회 정도 소개를 주선해주는 일반회원의 연회비는 58만5,000원인데 반해 VIP 특별회원은 최소 100만원에서 최고 350만원까지 받는다. 결혼정보사들은 "VIP회원은 일반회원과 달리 분기별로 특급호텔에서 남녀회원간의 단체 파티를 열기 때문에 회비가 비싸다"고 말한다.

2년여간 명문가 팀을 이끌었다는 한 커플매니저는 "명문가의 자녀들은 마마보이나 마마걸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결혼에 있어서만은 부모님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며 "배우자 선택에 있어 변하지 않는 불변의 제1기준은 경제적 뒷받침이 되는 명문가 집안 출신"이라고 말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1/03/2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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