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애니메이션] 민담·설화로 그린 일본 정통 고전

▣ ORIENTAL LOVE STORY 시리즈 (스메라기 나츠키 글ㆍ그림)

요즘 국내 만화 시장은 일본 번역물들이 춘추 전국시대를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사무라이식의 무협 만화에서, 여고생들의 하이틴 로맨스, 그리고 SF 공상 과학 만화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온통 일본 만화가 국내 시장을 뒤덮고 있다. 이들 만화는 잔인한 폭력성과 음란한 내용, 황당무계한 내용 전개 등 전형적인 수법으로 국내 독자들을 길들여 가고 있다.

그러나 스메라기 나츠키의 작품은 다르다. 일본 만화의 정통 고전이라 할만하다. 그녀 작품 속에서는 기존 일본의 대중 만화 작가들이 즐겨 쓰는 수법인 천박함과 과장됨을 찾아보기 힘들다.

우선 소재 선택에 있어서 남다르다. 다른 일본 만화들과 달리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양의 민담이나 설화를 주요 소재로 삼는다.

일본인 만화 작가지만 그가 표현하는 한국의 전통 의상과 분위기, 그리고 중국 고유의 문화ㆍ예술 전통에 대한 표현은 놀랍기까지 하다. 이조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조암행기'에 나오는 한복과 갓, 중국의 경극을 다룬 '연경미인가'에서 배우들의 모습과 장신구 등은 그가 일본인인가를 의심하게 만들 정도로 실감난다.

그의 그림은 선이 아름답고 미려하다. 강렬하고 스펙터클한 맛은 없지만 만화 속에 그려진 주인공들의 모습은 마치 한편의 잘 다듬어진 데생을 보는 듯 정교하다. 그것은 잘 고증된 의복이나 주변 배경과 조화를 이뤄 사실주의의 백미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 만화 지망생들 사이에서는 그녀의 펜 터치와 연출력을 배우기 위해 원서 한 두 권 정도는 소유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스메라기 나츠키의 작품은 그간 해적판으로 국내에 돌았으나 이번에 비엔씨 출판사가 정식 계약을 통해 8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상업성에 물들지 않은 탐미적이고 몽환적인 일본 고전 만화를 한번쯤 섭렵해 볼만 하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1/03/27 21:38


송영웅 주간한국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