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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개헌론 '모락모락'

[정치풍향계] 개헌론 '모락모락'

이번 주 정가는 개각 뉴스로 문을 열었다.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국정원장을 포함해 중ㆍ대폭 개각이 이뤄진 데다 일부 청와대 수석들도 교체돼 뒷얘기도 많고 인선내용과 성격을 놓고 여야간 공방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번 개각은 한마디로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후반을 안정적으로 끌어가기 위한 3당정책 연합토대 구축과 함께 국정 현안들을 정면 돌파한다는 기조 아래 인선이 이뤄졌다.

민주당 정책위 의장에 건강보험 재정 파탄 및 교육개혁 후유증 등에 책임이 있는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이해찬 의원을 재 발탁한 것도 같은 흐름이다.


개각 인선내용 성격 놓고 여야 공방

그러나 야당은 이번 개각에 대해 "철저한 나눠먹기와 측근 재등용, 정계개편을 위한 정략이 어우러진 한국 정치사상 최악의 개각"이라며 "이번 개각은 현 정권이 이미 정상적 국정 운영의 의지를 포기했음을 나타낸 것으로 실망을 넘어 절망 그 자체"라고 비난했다.

권 대변인은 특히 "외교장관을 민국당에 배정한 것은 야당 포위 전략을 통해 정계개편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며 한빛 게이트 사건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박지원씨의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의 임명은 최악의 자충수"라고 주장했다.

민국당은 김윤환 대표의 뜻대로 3당정책연합에 참여한 모습을 갖췄으나 당 내부 반발이 심해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주 여야 일각에서 불붙기 시작한 개헌론이 큰 산불로 번질지도 이번 주 정가 안팎의 관심사다. 한나라당 비주류인 김덕룡 의원은 3월22일 대통령 중임제 및 정ㆍ부통령제 개헌 추진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혔다.

이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최고위과정 초청 강연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였다. 그는 "정치개혁을 위해 여야가 함께 나서야 하며 필요하다면 여당 인사들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 문제를 거론하기 위해 여당과 접촉하면 모함을 받을 것 같아 그동안 가능한 한 접촉을 자제해 왔으나 앞으로 진지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 의원은 4월 중 역시 개헌론자인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 등이 주도하는 '국민정치연구회' 월례포럼에 참석, 개헌론 소신을 피력할 예정이다.

한나라당내에서는 박근혜 부총재가 대통령 중임 및 정ㆍ부통령제 개헌론을 원칙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물론 박 의원은 현 단계에서 개헌을 거론할 경우 여당의 야당분열 기도에 이용될 수 있는 만큼 논의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부영 의원과 손학규 의원도 개헌논의에 신중한 입장이다. 김덕룡 의원이 잠재적인 우군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이런 자세라면 한나라당내에서 개헌논의가 조기에 불붙기는 힘들어 보인다.

여당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도 변수다. 민주당 이상수 총무는 3월24일 기자간담회에서 "정ㆍ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한 개헌논의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생각한다" 고 말했다.

그는 김덕룡 의원의 개헌론 제기에 대해 "당 차원에서 대응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한 자락을 깔면서도 "정ㆍ부통령제는 현 제도보다 한 차원 나은 제도이며 지역감정을 완화할 수 있고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 현상을 막을 수 있는 제도"라고 군불을 지폈다.

민주당 김근태 최고위원은 다른 각도에서 현 대통령 임기 내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 개헌 추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야당이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차기 대선에 불리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따라 반대하고 있다고 보고 개정 헌법을 차차기 대선 때부터 적용하자는 논리다.

민주당 김중권 대표는 다음 대통령 임기내 중임제 개헌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정ㆍ부통령제로 대선을 치를 경우 불리하다고 보고 극력 저지하면 개헌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상이다.

이 총재 측은 정ㆍ부통령제 하에서 런닝 메이트를 활용하면 지지기반인 영남권이 분열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날 세운 한나라당 비주류, 당내 갈등 심화될 듯

4년 중임 정ㆍ부통령제를 차차기 대선부터 적용한다고 해서 이회창 총재측의 반대가 쉽게 누그러질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개헌 논의과정에서 정치집단의 이합집산이 벌어질 것이고 정계개편으로 이어지면서 한나라당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헌논의를 극력 반대해 온 이 총재 측의 입장은 거의 바뀌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 당분간은 개헌론이 본격화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나라당 내에서 이 총재의 리더십에 대한 비주류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당내 갈등이 심화할 개연성은 높다. 이부영 손학규 의원 등도 이 총재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대해서는 김덕룡 의원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이 총재의 반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1/03/27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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