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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쾌함을 남기고 아줌마는 떠났다

통쾌함을 남기고 아줌마는 떠났다

드라마 '아줌마', 장진구 신드롬 등 숱한 화제 남기고 종영

한때 '장진구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만큼 화제를 모았던 MBC-TV 월화드라마 '아줌마'(극본 정성주ㆍ연출 안판석)가 지난 3월20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 30%가 넘는 인기 드라마가 1년이면 여러 편 탄생한다. 하지만 '아줌마'를 향한 '진짜 아줌마'들의 관심은 여느 드라마와 달랐다.

현실에 발을 딛고사는 아줌마들에게 드라마 속의 아줌마는 대리만족의 기쁨을 주기에 충분했다. 남편과 시집의 억압을 깨뜨리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는 아줌마는 혁명적이었다. 드라마를 보고 이혼 결심을 했다는 시청자도 나올 정도였다.


지식인사회의 속물근성과 위선 통렬히 비난

결국 아줌마는 진짜 아줌마들의 바람대로 홀로 섰다. 장진구는 논문표절이 들통나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하고 과외선생으로 전락했다.

오일권은 사기혐의로 구속되고, 한지원과 결혼한 박재하는 직장을 잃고 전업주부의 삶을 살게 됐다. 못 배우고 천한, 사회적 약자인 아줌마 오삼숙의 사업은 나날이 번창한다. 해피엔드도 없고, 어설픈 화해도 없이 각자의 길을 가는 셈이다.

희극적 요소를 너무 많이 도입해 삶의 무게를 떨어뜨리고, 적절한 대안도 없는 비난이 난무하기는 했지만 떠나버린 아줌마가 남긴 것은 많다. 지식인 사회의 위선과 가진 자의 속물근성을 드러내 한껏 비웃어주는데 성공한 것만도 아줌마는 자신의 구실을 충분히 했다.

전업주부 오삼숙의 자아찾기를 그린 '아줌마'의 열풍은 홍콩 언론으로까지 이어졌다.

홍콩에서 발간돼 세계로 배포되는 영문주간지 '아시아위크'는 3월23일자 TVㆍ문화ㆍ과학부문 특집으로 '아줌마'를 다루면서 이 드라마가 갖는 의미, 주부 시청자들과 제작진의 의견, 줄거리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이 잡지는 '아줌마'를 1980년대 미국의 인기드라마 '댈러스'의 한국판으로 비유하면서 "한국의 전통적 사고를 깬 것은 물론 억압적인 가정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한국 여성의 의식을 잘 대변해줬다"고 평했다.

특히 '장진구처럼 행동하지 말라'는 말은 한국 주부들이 그들의 남편과 가부장적 사회체제에 던지는 경고의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아줌마'를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정치인이 외면할 까닭이 없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아줌마 예찬론'을 펴며 '여심잡기'를 시도했다. 이 총재는 지난 3월13일 저녁 '아줌마'의 출연진과 만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순재 원미경 강석우 등 주연급 출연진이 참석했다. 이 총재는 이 자리에서 "나는 한국의 아줌마를 존경한다"며 그 근거로 "한국의 아줌마들은 지조와 일관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아줌마'는 유행 유머도 바꿔놓았다.이른바 '사전형 유머'의 진원지가 바로 '아줌마'다. '장진구 같다'는 '능력도 없으면서 바람만 피우는 사람'을 지칭할 때 쓰인다. '못됐다', '구제불능'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장진구스러운' 등으로 폭넓게 응용되고 있다.


'안티 히어로' 등장으로 더 큰 공감

'아줌마'는 장진구라는 악역이 있기에 더욱 빛을 받고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이름하여 '안티 히어로'다. 주인공의 맞상대로, 쉽게 얘기하면 반영웅이자 악당이다. 주인공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있다.

멋진 주인공만 갈망하며 카타르시스를 맛보던 시청자들이 그들의 곱살함에 신물이 난 것이다. 오히려 적당히 비열하고 성공을 위해 몸을 던지고 고뇌하다 끝내 쓰러지고마는 안티 히어로가 이 시대의 시청자와 더 닮았을지도 모른다.

'아줌마'는 교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도 했다. 요즘 "TV가 무섭다"고 푸념하는 대학교수들이 많아졌다.

돈으로 강사자리를 사고 돈으로 음주운전을 무마하려 하는 등 황금만능주의적이고 위선적인 인물로 묘사되는 장진구형, 공주병 교수 한지원형, 출세지상주의자이면서 처가의 도움으로 출세를 꿈꾸는 오일권형 등으로 교수를 분류하는 대학생이 허다하다.

성신여대 김모양은 "요즘 교수 이름을 직접 부를 때는 거의 없다"며 "거의 모든 교수가 드라마 '아줌마'속의 캐릭터로 불린다"고 전했다.

'아줌마'는 아줌마를 대하는 시선에서 '주책맞다' 혹은 '후안무치하다'는 등의 부정적 고정관념을 상당부분 거둬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대신 아줌마의 상대자인 아저씨에게로 비난의 화살이 돌려지고 있다.

'아줌마'의 후유증이다. '아줌마가 아저씨보다 나은 이유 11가지'라는 우스갯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아저씨들이 늘었다. 역시 드라마 '아줌마' 때문이다.

 
  1. 아줌마는 운전을 못하지만 아저씨는 운전을 더럽게 한다.
  2. 아줌마는 우기지만 아저씨는 속인다.
  3. 버스(또는 지하철)에서 아줌마는 새치기하지만 아저씨는 강탈한다.
  4. 아줌마는 무식해서 당당하지만 아저씨는 당당한 척하지만 사실은 무식하다.
  5. 아줌마의 가치가 정보력에 있다면 아저씨의 가치는 돈에 있다.
  6. 아줌마는 아둥바둥 살지만 아저씨는 저 잘난 맛에 산다.
  7. 아줌마는 무식하지만 아저씨는 꽉 막혔다.
  8. 아줌마는 어디서나 강하지만 아저씨는 약한 자에게만 강하다.
  9. 아줌마는 웬만한 건 웃고 넘기지만 아저씨는 인상써야 멋있는 줄 안다.
  10. 아줌마는 자식을 가장 사랑하지만 아저씨는 자식 또래를 선호한다.
  11. 아줌마는 서민층에 많지만 아저씨는 어설픈 상류층에 많다.

신동립 스포츠투데이 뉴스부 차장 estmon@sportstoday.co.kr

입력시간 2001/03/28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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