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뒤돌아서도 '씩' 웃게 만드는 코미디물

▣ 뜨거운 것이 좋아.

어둠 속에 앉아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릴 때의 설레임, 그 느낌을 요즘 사람은 얼마나 향유하고 있을까.

사자의 으르렁거림, 횃불을 든 여성의 모습이 보이는 영화사 로고만 보고도 가슴이 설레이곤 했었는데. 그처럼 단순하고 순진했던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무척 서글퍼진다.

20세기 폭스사가 'MGM 그레이트'라는 타이틀로 내놓고 있는 고전 명작은 몇번을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최근 3번을 연이어 보며 신나게 웃은 영화도 이 고전 시리즈의 하나인 빌리 와일더의 1959년 작 <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15세 관람가)다.

<뜨거운.>은 감독 빌리 와일더와 시나리오 작가 IAL 다이아몬드 콤비가 낳은 최고의 미국 코미디중 한편이다. 성 발렌타인 데이에 벌어진 갱들의 전쟁에서 시작되어, 영화사상 가장 의미심장한 페이드 아웃으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까지 영화 책에 너무 많이 언급되어온 영화.

"갱 영화적 요소와 떠들썩한 소극(笑劇), 재기넘치는 대사, 복장 도착 등의 요소를 결합한 작품이다. 이것은 또한 미국의 자본주의와 성에 대한 비평이라고 할 수 있다. 혼란된 아이덴티티와 성적으로 잘못된 짝짓기는 믿기 어려운 한계를 유발한다"라고 잭 C 엘리스의 '세계 영화사'는 설명하고 있다.

영화를 보지 못했거나, 위의 비평을 듣지 못한 이라도 매혹적인 포즈를 취한 마릴린 먼로를 가운데 두고 여장을 한 과장된 표정의 토니 커티스와 잭 레몬이 함께 한 스틸 사진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1929년의 시카고. 장의사로 위장한 불법주점에서 섹소폰과 첼로를 연주하던 가난한 두 친구 조(토니 커티스)와 제리(잭 레몬)는 스피츠 콜롬보(조지 레프트) 일당의 대학살을 목격하여 쫓기게 되자 여장을 하고 마이애미 공연 투어에 나선 여성 밴드의 일원으로 숨어든다.

금발 미녀가수 슈가 코왈즈키(마릴린 먼로)는 조세핀과 다프네로 이름을 바꾼 다정한 두 여장남자에게 마음을 터놓게 된다.

"난 테너 섹소폰 연주자만 보면 사랑에 빠져버려. 그리곤 이내 버림받지. 2년간 6개 밴드에서 사고를 쳐서 안전하게 여성 밴드로 온거야. 6월이면 25살인데 이제 미래를 생각해야지. 마이애미엔 갑부가 많데. 안경 낀 남자는 침착하고 다정해보여 좋아." 이 말을 들은 조(조세핀)은 정유회사 쉘의 후계자로 변장하고 슈가를 유혹한다.

제리(다프네)는 "발목 튼튼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엉뚱한 갑부노인 오스굿 필딩 3세(조 E 브라운)의 구애에 시달리고.

두쌍의 커플이 일으키는 정체성 소동에다, 이 여성 밴드가 머문 호텔에서 집회를 갖게 된 스피츠 콜롬보 일당의 소탕 작전이 겹치면서 <뜨거운 것이 좋아>는 걷잡을 수 없는 웃음판으로 치닫는다.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없는 상황, 되씹으며 혼자 웃게 만드는 촌철살인의 대사,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주ㆍ조연, 향수를 느끼게 하는 당대의 유행 드레스, 마릴린 먼로가 부르는 촉촉한 노래. 이 영화의 미덕은 아카데미 6개상 후보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대사를 어찌 언급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남자임을 고백하는 제리에게 오스굿이 당연하다는 듯 답한다. "Nobody's perfect!"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1/03/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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