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름] 서울 송파구 탄천(炭川)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의 경계를 이루며 흐르는 탄천(炭川). 탄천은 다른 이름으로 '숯내' 또는 '거무내'라고도 불리는데 경기도 용인시에서 발원, 북류하여 한강변의 삼밭나루(三田渡)를 지나 한강과 합류하는 하천이다.

우리나라에서 '탄천'이라는 땅이름은 무려 6개나 발견되고 있다. 그런데 이 탄천은 거의가 공통된 전설을 지니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저승의 염라대왕이 보낸 사자가 최판관의 명을 받고 삼천갑자(三千甲子:18만년)를 살았다는 동박삭(東方朔)을 잡으려고 미리내(龍川:龍仁)까지 왔더라는 것.

그러나 워낙 잔꾀가 많은 동박삭인지라 쉽게 저승의 염라사자에게 잡히질 않았다. 그래서 고심끝에 염라사자는 한가지 꾀를 생각해냈다.

염라사자가 이 냇물에서 숯을 빨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지나다가 그 모양을 보고 하는 말이 "내가 삼천갑자를 살았어도 물에다 숯을 빠는 사람은 처음 보았오!"라고 하므로 염라사자는 그만 그가 동박삭인 줄 알고 잡아서 저승으로 데려갔다는 전설이다.

이 전설 때문에 '숯내' 또는 같은 뜻의 한자표기로 '탄천'이라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본래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식의 이야기로서 동방삭은 중국의 한무제 때 금마문시중(金馬門侍中)에까지 오른 사람이다. 그는 출중한 유머와 재능으로 한무제의 사랑을 받았다고 하며 익살꾼으로 알려졌다.

옥황상제의 첩인 서왕모(西王母)의 천도복숭아를 훔쳐먹고 장수하였다는 이야기 외에도 많은 일화가 전해지는 인물이다. 어찌되었던 탄천이라는 땅이름과 걸림지어 그럴싸하게 전설을 붙인 선조의 슬기에 그저 놀랄 뿐이다.

우리 말에 '크다', '위대하다', '신성하다'는 뜻으로 한자말과 상관없이 '감', '검(금)', '곰', '굼'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감물'(甘川), '곰내'(熊川:큰내), '감바위'(큰바위) 등과 같이 '감', '곰', '검'은 '크다'는 뜻.

이것이 인칭에 붙으면 '대감', '상감', '영감'과 같이 되는데 여기서 '감'은 모두 '크다', '위대하다'의 뜻. 또 신라 때 '니사곰→닛금→임금'으로 말이 변천함에 있어 역시 '곰(금)'은 '크다', '위대하다'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 말의 감(검, 곰, 굼, 금)이 일본으로 건너가 '감→가마', '곰→고마'로 풀어쓰게 되는데 역시 일본에서도 '크다', '위대하다', '신성하다'는 뜻으로 쓰임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탄천의 본래 우리 말 땅이름은 '큰 내'라는 뜻의 '검(감)내'였다. 이 '검내'가 풀어쓰여지면 '거무내'로도 발음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검내 '는 곧 '검다'(黑 )는 의미로 탄천(炭川)으로 뜻빌림(意譯)될 수 있다.

따라서 '탄천'의 본래 뜻은 '큰 내'다. 이 탄천은 도시화, 산업화가 되기전에는 물고기, 가재, 개구리가 뛰놀고 왜가리, 백로(학여울) 등 습금류가 날아들던, 말 그대로 맑은 물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무내'(숯내:炭川)라는 땅이름처럼 시커먼 검은 물이 흐르고 있으니 '숯내'라는 땅이름탓일까!

탄천에는 '숯내'(炭川:거무내)라는 땅이름처럼 시커먼 물이 흐르고..

이홍환 한국땅이름학회 이사

입력시간 2001/04/0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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